[Z현장] 원작보다 친절해진 연극 ‘3일간의비’, 국내 관객 감성 사로잡을까(종합)
[Z현장] 원작보다 친절해진 연극 ‘3일간의비’, 국내 관객 감성 사로잡을까(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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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임유리 기자] 해외에서 호평받은 연극 ‘3일간의비’가 국내 관객의 감성 또한 사로잡을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연극 ‘3일간의비’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각색과 연출을 맡은 배우 오만석을 비롯해 배우 최재웅, 윤박, 최유송, 이윤지, 이명행, 서현우, 유지안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연극 ‘3일간의비’는 1995년과 1960년대의 다른 두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우연히 발견한 일기장을 통해 과거의 진실을 들여다보는 작품. 지난 1997년 캘리포니아 사우스코스트 레퍼토리 극장에서 초연된 이후 미국을 비롯해 유럽 각지로 진출해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줄리아 로버츠, 콜린 퍼스, 제임스 맥어보이 등 내로라하는 스타 배우들이 잇달아 출연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초연 이후 20년만에 아시아 최초로 국내에 소개되는 연극 ‘3일간의비’는 배우 오만석이 연출과 각색을 맡았다. 초연인데다 리차드 그린버그 특유의 은유적이고 함축적인 언어를 각색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터. 

이에 대해 오만석 연출은 “원작은 상당히 길고 장황하고 친절하지 않다. 담고 있는 얘기도 어마어마하게 많다. 그래서 관객 여러분이 한번에 보자마자 모든걸 꿰고 가기엔 힘들것 같았다. 그렇다고 너무 불친절하게 할순 없으니까 최대한 우리 입장에선 원작보다 설명을 많이 넣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오만석 연출은 “감성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신경 썼는데 쉽진 않았다. 1막과 2막이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같은게 있어서 그걸 조금 더 보여주기 위해 동선, 대사를 좀 더 넣고 반복해서 표현하는 것들이 있다. 무대적으론 조명을 통해서 집이 조금씩 완성되는 과정들을 표현하는 부분도 있다.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을 조금씩 끼워넣었다. 배우들도 그렇고 다들 고생을 많이 했다”라며 초연작을 연출하면서 힘들었던 점을 밝혔다. 

연극 ‘3일간의비’의 출연 배우들은 1995년과 1950년대를 바탕으로 낸과 라이나, 워커와 네드, 테오와 핍이라는 현재와 과거의 캐릭터를 1인 2역으로 도전한다. 특히 이들 캐릭터는 모두 각각 부모와 자식 관계로, 배우들은 한 작품 안에서 엄마와 딸, 아빠와 아들이라는 두 가지 역할을 연기하게 된다. 

이에 ‘클로저’ 이후 약 4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게 된 이윤지는 “‘클로저’와 ‘3일간의비’ 사이에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아서 엄마가 됐다. 작품에서 어떤 아이의 엄마를 할 수도 있고, 어떤 엄마의 딸도 할 수 있는데 한 작품 안에서 엄마도 하고 딸도 할 수 있는 기회가 이 작품을 놓치면 또 있을까란 생각을 했다”라고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윤박 또한 “아버지와 그 아들을 동시에 연기한다는게 정말 매력적이었다. 특히 장애처럼 보일 만큼 말을 더듬는 네드란 역할을 내가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에 포커스를 뒀다. 워커의 예민함, 날카로움, 자유분방함은 많이 접했고 봐왔다. 하지만 말을 더듬지만 천재성이 있는 네드란 역할은 너무 매력적이었다”라고 역할의 매력을 설명했다. 

이처럼 연극 ‘3일간의비’에서는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더불어 서로 다른 세대의 1인 2역에 도전하는 배우들의 다양한 스펙트럼의 연기를 볼 수 있다. 특히 섬세하고 감성적인 이 작품 속엔 많은 의미들이 숨겨져 있어 이날 배우들과 연출은 보면 볼수록 더 알게되는 작품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에 걸쳐 강조했다. 

오만석 연출은 공연을 보러올 관객에게 “많은 곳에 숨겨진 이야기가 있는데 그걸 일일이 설명하면 너무 친절하게 되고, 설명을 너무 안하면 불친절하게 된다. 준비하면서 이 정도가 그래도 궁금증을 조금이라도 더 드리면서 어느 정도 답을 숨겨놓은게 아닌가 해서 시도했다”라며, “보면 볼수록 점점 들리는 대사가 많다. 조금만 더 애정 가지고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라고 당부했다. 

리차드 그린버그의 섬세한 감정 표현을 위해 피아니스트 이루마의 연주곡을 메인테마로 선택, 한층 잔잔하게 감성을 파고드는 연극 ‘3일간의비’는 오는 9월 10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사진=제니스뉴스 영상 캡처, 악어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