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최민지 기자] 연기 잘 한다는 말은 어느새 입 아픈 배우가 돼버린 유해진(45). 화려한 애드리브와 사람 제대로 웃기는 웃음 폭탄으로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그가 이번에는 웃음기를 쏙 빼고 진지모드로 돌아왔다. 그게 바로 영화 ‘극비수사’(곽경택 감독, 제이콘컴퍼니 제작)다. 반전 있는 유해진의 모습에서 어색함은 묻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진가를 제대로 느낄 수 있어 좋을 뿐이다.
이 작품은 1978년, 부산에서 벌어진 유명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사주로 유괴된 아이를 찾은 형사 공길용(김윤석)과 김중산 도사(유해진)의 33일. 유해진은 극 중 김중산 도사 역을 맡았다. 김중산 도사는 사주로 아이가 살아있음을 알리고, 공길용 형사만이 아이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김중산 도사는 소신을 다해 아이 찾기에 나서고, 그를 믿지 않던 공길용 형사 역시 마음을 바꾸고 한 팀이 된다.
- 이 작품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실화라는 것, 그리고 하고자하는 이야기들이 진지하게 녹아져 있는 게 좋았다. 유괴범을 잡는 스릴러물이 아니라 그 안에서 다른 이야기가 들어가 있어서 좋았다.”
- 도사라는 이미지를 어떻게 만들어 냈는지.
“특별히 곽경택 감독과 이야기 한 건 없었다. 단지 같은 생각이었던 건 기존에 알고 있던 무속인의 이미지가 아니라 사주를 깊게 공부하는 학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비록, 사주의 힘을 빌리긴 하지만 아이를 구해야 한다는 건 공길용 형사와 같은 의견이지 않나. 무속의 힘으로 아이를 찾을 수 있는 것처럼 그려지지 않길 바랐다.”

- 의상도 간결했다.
“김중산 도사가 산에서 내려올 때 입은 의상에 대해 의견이 많았다. 개량한복 이야기도 나왔는데 결국은 와이셔츠에 정장으로 갔다. 외적인 부분은 아버지를 많이 생각했다. 낡은 와이셔츠에 푸르스름한 정장, 멋대가리 없는 검은 구두까지. 항상 깔끔하게 입고 다니셨다. 러닝 패션 역시 아버지를 떠올리게 한다. (웃음)”
- 영화 속에서도 아버지의 모습이 많이 들어갔는지.
“아버지는 선비 같은 분이었다. 나도 잘 몰랐는데 촬영한 모습을 보니 아버지의 모습이 많이 보이더라. 어렸을 때 기억하던 아버지의 모습인 것 같다. 대쪽 같고 고집 세고. 약간 그런 부분이 있으시다. 하하.”
- 진지한 모습이 정말 좋았다.
“이 작품에서는 그렇게 해야 돋보인다. 그래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 조금 의외라고 생각하는 관객들도 있을 것 같은데.
“제안이 왔을 때 나도 조금 의외였다. ‘내 어떤 모습을 보고 그런 거지?’ 싶더라. 여하튼 제의가 들어왔을 때 놀랐다. 원래 담백하고 기름기가 빠져 있는 역할을 하는 분들이 꽤 있지 않나.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하 ‘해적’)이 끝난 뒤라 더욱 의아했다. 거기서는 코미디를 했으니까.”
- 힘을 빼고 몰입을 했다던데.
“그게 오히려 어렵더라. 뭘 빼야 될지 몰랐다. 그렇다고 다 빼면 안 되는 거니까. 어느 정도 선을 지켜야 밸런스가 맞지 않나. 공길용 형사가 동적이었다면 김중산 도사는 정적이어야 했다. 그래서 그걸 맞추기가 힘들었다.”

- 김중산 도사의 실제 모습이 어느 정도 들어갔나.
“그 분의 소신과 아이를 찾으려는 노력, 그리고 기도 정도만 참고를 했다. 사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니까. (웃음) 영화를 보신 뒤 ‘기분 좋게 봤다’고 하시더라. 정말 다행이었다. 걱정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렇게 그릴 수 있냐’ ‘내가 젊었을 때 그랬어?’라고 할까봐 걱정이 많았었다.”
- 곽경택 감독과 김윤석, 그리고 유해진까지. 참 조합이 좋았다.
“두 분이 있었기에 참 다행이었다. 그래서 묻어갈 수 있었다. (웃음) 곽경택 감독과 든든한 형이 있어서 마음을 편안하게 가질 수 있었다. 다른 부분을 신경 쓰지 않아도 돼서 좋았다.”
- 유해진은 검증된 배우인데, 앞으로 어떤 길을 가고 싶은지.
“검증이 됐다고 해도 스스로는 계속 검증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큰 일이 난다. 배우는 점검을 잘 해나가야 된다. 지금은 일적으로 행복한 때다. 운 좋게 ‘해적’도 잘되고 tvN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도 잘 됐다. 하지만 ‘유해진 개인으로는 잘 살고 있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사람들이 좋게 봐주는 것만큼 ‘나는 괜찮은가’ 체크를 하며 사는 것 같다. 겉과 속이 다르면 안 되니까. (웃음) 근본적으로 좋은 분들이 있다. 롤 모델이 상당히 많은데 그 분들을 많이 생각하고 있다.”
- 드라마에서는 언제 볼 수 있을까.
“영화에 많이 익숙해져 있긴 하지만 좋은 작품이 있으면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웃음)”
- 또 꿈꾸는 무대가 있다면.
“연극 무대는 늘 갈망한다. 하지만 오래 떨어져 있어서 두려움도 있다. ‘무대에 서서 잘 할 수 있을까’ ‘잘 끌어낼 수 있을까’ ‘옛날처럼 그렇게 열정적으로 열심히 할 수 있을까’ ‘얼마나 힘들까’ 그런 생각들 때문에 두렵다. 좋은 작품이 있다면 스케줄을 모두 싹 비우고 한 번 해보고 싶다. 주위에서 가끔 유혹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끌렸던 작품이 없어서 하지 않았었다. 드라마나 영화와는 다른, 연극에서만 할 수 있는 그런 걸 하고 싶다.”
사진=서예진 기자 syj@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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