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배우 김영광이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MBC 드라마 ‘파수꾼’ 속 김영광은 그간 그가 보여줬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인물이었다. 김영광이 연기한 장도한은 겉으로는 허세 넘치는 그러나 속으로는 복수를 위해 모든 걸 바치는 냉철한 캐릭터였다.
모델로 데뷔한 김영광은 지난 2008년 ‘그들이 사는 세상’을 시작으로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꾸준히 ‘트리플’, ‘볼수록 애교만점’, ‘사랑비’, ‘굿닥터’, ‘아홉수 소년’, ‘피노키오’,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에’, ‘우리집에 사는 남자’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탄탄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물론 이 같은 활동 통해 김영광에게 붙은 수식어는 ‘로코장인’, 기복 없이 좋은 연기를 보여준 김영광이었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캐릭터나 작품이 없었다. 하지만 ‘파수꾼’을 통해 만난 장도한은 김영광의 연기 행보에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했다. 비록 시청률은 아쉬웠지만 웰메이드한 드라마로 평가 받으며 김영광의 필모그래피에 진하게 기억될 작품으로 남게 됐다.
제니스뉴스와 김영광이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MBC 드라마 ‘파수꾼’ 종영 인터뷰로 만났다. 김영광은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지금껏 했던 작품 중에 가장 많은 피드백을 받았고, 시청자분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는 소감으로 말문을 열었다.
Q. 처음에 ‘파수꾼’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어떤 점이 가장 끌렸나.
장르물을 해보고 싶었어요. 제가 만화를 좋아하는데 만화같은 부분이 많았어요. 물론 부담감도 있긴 했어요. 그래도 나중에 다 모여서 복수를 할 때와 복수를 끝낸 후에 장도한의 모습이 어떨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어요. 그 점에 대해 걱정도 했었지만요.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제가 하는 대로 했는데 감독님께서 좋다고 하셨어요.
Q. 마지막회에서 장도한이 죽음을 맞이했다. 너무 아쉽다.
시청자분들이 많이 격분하셨어요. 감독님과 작가님이 새로운 결말을 의도하신 것 같아요. 시청자분들게 열린 결말을 드리고 싶었어요. 물음표를 던져주려고 했던 것 같아요. 저 또한 아쉽기도 해요. 뭔가 정의를 실현하고 도한이가 속죄의 의미로 더 강렬한 퍼포먼스를 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란 생각이 들었어요. 10년 넘게 복수를 위해 살았던 인물이, 조수지(이시영 분)을 만나 감정적이고 양심적인 행동을 하게 됐어요. 죄의식이 생기기도 했는데 속죄의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아쉬워요.
Q. 죽어야만 했던 이유가 있을까. 다른 방법으로 속죄를 보여줄 수도 있었을텐데.
사실 ‘파수꾼’이 보여드린 정의가 현실과는 조금 맞지 않았어요. 정의라고하면 양심, 도덕들도 있잖아요. '파수꾼'을 통해 사회가, 법이 지켜주지 못하더라도 정의는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러기 위해 강력한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봤어요. 그런 부분을 보여주기 위해 죽은 것 같아요.

Q. 시즌2를 암시하는 듯한 부분도 있었다. 시즌2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나.
저도 잘 모르겠어요. 사실 제가 죽었다고 보기엔 숨이 끊어지는 장면은 없었거든요. 물론 저는 죽었다고 생각하지만요. 배우들끼리 시즌2가 나오면 재밌겠다는 말은 했었어요. 기존 멤버들이 많이 있다면 시즌2도 할 의향이 있어요.
Q. 이전 작품에선 로코남의 이미지가 강했다. 무게 있는 캐릭터를 만나면서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저는 기본적으로 연기에 대한 욕심이 있어요. 장르는 넘나들면서 연기를 잘 하고 싶었고요. 성실한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런 의미들이 이번 작품을 통해 더 강해진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이 제가 연기를 하는 것에 있어서 하나의 점을 찍어주지 않았나 싶어요. 포인트가 되는 작품이랄까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잖아요. 시청자분들이 애정을 많이 주신 덕분에 ‘더 사람들에게 소름을 돋게 해줄 방법은 뭘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표현에 있어서 전형적이지 않게 하려고도 고민했고요.
Q. 그런 고민들 덕분인지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평가가 많다.
굉장히 감사해요. 저는 칭찬이 너무 좋아요. 자꾸 칭찬해주시면 더 잘할 수밖에 없잖아요(웃음). 저에게 그리고 제 캐릭터에 애정을 주셔서 너무 행복했어요. 앞으로 어떤 작품을 만날지 모르지만 지금은 장도한이 인생 캐릭터인 것 같아요. 항상 작품이 끝날 때마다, 직전에 끝난 작품에 가장 애정이 많이 남아요.
Q. 캐릭터 표현에 가장 중점을 뒀던 점은.
도한이가 만나는 사람마다 세분화시켜서 설정을 했어요. 서울지검에 있는 사람을 대할 때와 파수꾼들을 대할 때가 달랐어요. 또 도한이가 굉장히 이성을 잃고 폭주를 하던 때가 있었고, 수지를 만나면서 또 변화되기도 했고요. 인물마다 대해야할 것들을 다르게 설정했어요. 그 부분에 가장 중점을 뒀던 것 같아요.
Q. 장도한은 착한 사람일까 나쁜 사람일까.
복수를 위해 선을 포기한 거죠. 선을 보기하고 복수만 할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에요. 드라마에서도 그런 대사가 많이 나왔고요. 도한이가 복수를 다짐하고 살아오다가 사람들을 만나 영향을 받았고, 거기서 죄책감에 시달리는 순간들도 있었어요.

Q. 촬영 현장이 매우 바쁘게 돌아갔다고. 체력적으로 지칠 때도 많았겠다.
버티는 건 어떻게든 버텨져요. 집중을 계속 가지고 가려고 했어요. 분명 깨질 때도 있긴 했지만요. 그럴 때마다 감독님께서 기가 막히게 편집해주시고, 감정의 깊이를 더해주는 음악도 있었어요. 현장에선 못 자는 스타일인데 차에 타면 잤어요. 현장에선 잠깐 자면 좋지만 눈이 부어서 안돼요. 진짜 힘들었을 때 눈이 떠지지도 않았던 날이 있었는데요. 방송에선 메이크업, 조명, 후반 작업 덕분에 멀쩡하게 나왔더라고요.
Q. 집중력이 가장 깨졌던 시점은 언제인가.
엔딩 때예요. 대본을 이해하려는데 너무 한계에 부딪히더라고요. 어디에 포인트를 둬야할지도 잘 모르겠고요. 감독님이 선택한 결말에 찬성하고 같이 열심히 만들어가던 상황이었어요. 개인적으론 속죄에 대한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짤막한 신이라도 있었으면 했어요. 더 멋지게 통쾌하게 희생할 수도 있었는데, 그 부분이 시청자분들도 아쉬웠을 거예요.
Q. 공백 없이 쉬지 않고 일을 한다. 쉬고 싶지 않나.
이렇게 해야 해요. 크게 아직 제가 내세울 수 있는 대단한 걸 하지 못했어요. 더 만들기 위해 계속 해야 해요. 쉬면 연기에 대한 감을 까먹어요. 편해버리면 잘 안되더라고요. 계속 하는 게 좋아요. 재밌는 작품이 있으면 당장이라도 하고 싶어요.
Q. 연기하면서 슬럼프는 없었나.
슬럼프는 없었는데 제 욕심보다 느리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뭔가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아요. 조금씩 나아지는 것도 같고요. 더 열심히 하고 좋은 작품을 보여드리는 것이 제가 직업을 하면서 가진 마음이에요. 하면서 재미를 찾고 매력도 느끼고, 꿈의 크기도 커져요.
Q. 차기작으로 영화가 거론되고 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들은 것으론 내용이 마음에 들어서 끌려요. 보는 분들이 ‘내가 사랑할 때 저랬었는데’하면서 여운을 남길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하게 된다면 제가 열심히 해야죠.
Q. 앞으로 김영광의 행보가 궁금하다.
앞으로도 계속 일 열심히 할 거예요. 앞으로도 쉬지 않고 작품을 하고 싶어요. 집에서 ‘좋은 작품을 하고 싶어요’하고 기도하기도 해요. 일중독일 수도 있지만 좋은 작품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저는 항상 노력하고 있어요.
Q. 올해 안에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조금 더 모든 면에서 여유로워졌으면 좋겠어요. 일을 하면서 스스로에 대해 화가 날 때도 있는데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싶어요. 제 직업에서도 확신을 가지고 당당하고 성실한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사진=와이이드에스 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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