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디스틱 연출가와 당돌한 여배우, 2인극 '비너스 인 퍼' 오는 24일 국내 초연
새디스틱 연출가와 당돌한 여배우, 2인극 '비너스 인 퍼' 오는 24일 국내 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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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임유리 기자] 국내 초연 연극 '비너스 인 퍼(Venus in Fur)'가 오는 25일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첫 공연을 앞두고 있다.

연극 '비너스 인 퍼'는 ‘마조히즘’이라는 말을 탄생하게 만든 자허마조흐(L.R.von Sacher-Masoch)의 가장 유명한 동명 소설(1870)을 극작가 David Ives가 연극으로 각색한 작품으로, 권력이 갖는 힘을 에로틱하면서도 코믹하게 풀어낸 2인극이다.

국내 초연되는 '비너스 인 퍼'는 고대, 중세, 근대, 현대를 오가며 권력과 젠더, 이성과 본성의 문제를 치밀하고도 통쾌하게 파고드는 작품이다. 두 인물과 그들간의 갈등 구조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객석을 양면에 배치한 런웨이 무대로 관객들을 맞이한다. 런웨이 무대에서의 시각적인 거리감은 인물들 간의 심리적인 거리를 표현하며, 빛과 어둠의 대비가 강조된 조명은 극의 긴장감을 더해줄 예정이다. 무대디자인은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 뮤지컬 '스칼렛 핌퍼넬', '블랙메리포핀스' 등을 작업한 황수연 무대디자이너가 맡았다.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광해, 왕이 된 남자', '황진이', '말아톤' 등의 음악감독이자 2015년 52회 대종상 영화제 음악상을 수상한 김준성 음악감독의 음악도 주목할 만하다. 아날로그 적인 감수성을 유지하되, 불규칙적인 사운드와의 불협을 통해 때로는 매혹적으로, 때로는 폭력적으로 극에 스며들어 더욱 풍성한 공연을 만들어 줄 예정이다. 또한 뮤지컬 '오!캐롤', '드라큘라', '두 도시 이야기'의 조문수 의상디자이너가 함께해 시대성과 현대성을 모두 표현하는 모노톤 의상을 선보인다. 

'비너스 인 퍼'는 극 중 ‘연출’이 가진 권력과, 배역을 소화하는 ‘여배우’의 권력이 가장 잘 보여지는 한정된 장소인 오디션장에서 각자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여 상대방을 지배하는 모습을 세련되고 섹시하며, 코믹하지만 어두운 모습으로 그려낸다.

이 작품은 현대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2인극이지만 현실 속 ‘연출과 여배우’, 현실의 두 인물이 연기하는 극 중 대본 속의 ‘쿠솀스키와 두나예브’, 그리고 신화 속의 인물 ‘비너스’를 절묘하게 뒤섞으며 권력의 힘에 따라 변하는 그들 각자의 모습을 에로틱하게 보여준다. 현실과 환상의 세계의 경계를 모호하게 함으로써 극의 결말을 예측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다.

연극 '비너스 인 퍼'에서 멍청한 여배우들을 극도로 싫어하고, 여배우들에게 모욕감을 줌으로써 그 여배우들에 대한 자신의 권력을 주장하는 새디스틱한 연출가인 토마스 역에는 이도엽, 지현준이 함께하며, 연출인 토마스가 쓴 작품을 ‘SM 포르노’라며 그의 신경을 건드리고, 상대역할을 강요하는 당돌한 여배우 벤다 역에는 방진의, 이경미가 캐스팅 됐다. 

‘명동 로망스’, ‘씨왓아이워너씨’, ‘스프링어웨이크닝’ 등 개성 넘치는 작품들을 원작이 가진 색깔로 잘 표현해내며 인정받은 김민정이 연출을 맡으며, 박용호가 프로듀서로 참여한다. 오는 8월 27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 111에서 만나볼 수 있다.

 

사진=달 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