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하시모토 감독 "짱구 같은 아들이 태어난다면?"
[Z인터뷰]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하시모토 감독 "짱구 같은 아들이 태어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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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액션 가면 사주세요"를 외치던 짱구가 어느 덧 스물다섯살이 됐다. 짱구와 같은 다섯 살 때 그를 처음 만난 사람이라면, 이젠 서른 살이 돼 짱구 아빠와 같은 위치에서 짱구를 만나고 있을 세월이다.

비슷한 의미에서 하시모토 마사카즈 감독에게 24일 개봉한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습격!! 외계인 덩덩이’는 더욱 특별한 작품이 됐다. 공적으로는 애니메이터가 되기 전부터 접해왔던 짱구 시리즈의 25주년 극장판에 자신의 이름을 감독으로 올렸다. 사적으로는 지난 5월, 웨딩마치를 올리고 짱구 아빠와 같은 길에 들어섰다. 25년이란 그런 세월이었다.

긴 시간 동안 우리 옆에서 웃어준 짱구의 신작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습격!! 외계인 덩덩이’와 함께 한국을 찾은 하시모토 마사카즈 감독과 제니스뉴스가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5살에서 시간을 멈춘 짱구처럼 1975년생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은 동안의 얼굴로 나타났던, 짱구의 천진만난한 모습마냥 순수한 미소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하시모토 마사카즈 감독이었다.

두 번째 내한으로 알고 있다. 한국에 온 소감은?
일본 개봉은 이미 끝났고, 이번에 한국에서 ‘짱구’가 개봉해서 너무 기쁘다. 하나의 작품을 가지고 여러 나라의 사람들과 재미를 공유한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감독의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을 두 번째 방문하지만 음식이 정말 맛있는 것 같다. 사람들도 친절하고, 거리도 깨끗하다. 멋진 나라다.

이번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습격!! 외계인 덩덩이’는 ‘짱구 25주년 기념’이라는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감독으로서도 뿌듯할 것 같다.
제가 24년의 역사를 이어 받아 25년째의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은 큰 영광이다. 애니메이션 업계에 들어오기 전부터 좋아했던 ‘짱구는 못말려’의 기념비적인 해에 감독을 했다는 게 너무도 기쁘다. 내가 어렸을 때 봤던 작품을, 내가 감독으로서 성장해 메가폰을 잡게 됐다. 그 희열은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즐거운 만큼 책임감도 강하게 느끼고 있다.

짱구는 한국에서도 인기가 매우 높은 캐릭터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조사한 애니메이션 캐릭터 선호도에서 2016년 기준 카카오프렌즈, 뽀로로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 중엔 가장 높은 순위다.
정말인가? 매우 기쁜 소식이다. 짱구는 아시아를 넘어 유럽에서도 인기가 많다. 국경을 넘어 인정 받는다는 건 정말 기쁜 일이다. 짱구가 가진 보편적인 매력 때문에 폭넓은 계층에 인기가 있는 것 같다. 보편적인 매력 중 하나는 바로 짱구가 가지고 있는 자유다. 실제 사람들은 하고 싶은 걸 다 못 하고 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짱구는 하고 싶은 걸 하고, 알고 싶은 걸 알아가는 캐릭터다. 매우 자유분방하고 솔직한 것이 바로 짱구의 매력이다

한국에서 짱구 시리즈는 더빙이 잘 된 애니메이션으로 손꼽힌다.
이번 한국 시사에서 한국 더빙을 맡아주신 성우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신기한 것은 한 명 한 명 모두 분위기가 일본 성우와 너무 비슷했다는 거다. 저도 한국 더빙판의 퀄리티는 정말 높다고 생각한다. 매우 만족하는 부분이다.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습격!! 외계인 덩덩이’가 다른 시리즈와 다른 특별한 부분은?
언제나 짱구는 매번 새로운 것들을 하나 하나 만들어내야 했다. 이번 작품의 가장 특별한 건 ‘덩덩이’라고 할 수 있다. 상대 캐릭터가 작품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는 경우가 이번이 처음이다. 짱구 가족과 덩덩이가 서로 좋은 점을 끌어내는 부분이 좋은 것 같다. 

매 에피소드마다 새로운 내용을 짜내는 것도 힘들 일이다.
언제나 ‘뭘 하면 재미있을까?’를 염두에 두고 있다. 우리 스태프들은 모두 짱구의 팬이다. 그렇게 이야기를 시작하고, 아이디어를 뽑아낸다. 웃긴 것은 굉장히 진지한 분위기에서 회의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어른들이 모여서 ‘짱구가 어떤 타이밍에 엉덩이를 까는 게 좋을까?’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하하. 

이번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습격!! 외계인 덩덩이’의 핵심은 바로 ‘꼬마꼬마 파워’가 아닐까 싶다. 어른을 어린 시절로 돌려보내는 힘인데, 만약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어느 때로 돌아가고 싶은가?
극중에서 짱구 엄마가 아이가 된 후 다시 어른으로 만들어 달라고 한다. 그 이유가 “지금까지 고생해서 어른이 됐는데 그걸 반복하고 싶지 않아!”였다. 그게 딱 제 심정이다. 제 마음을 대사에 녹여냈다. 하하. 하지만 굳이 돌아가야 한다면 최대한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어차피 다시 해야 한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서 즐겁게 살아보고 싶다.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습격!! 외계인 덩덩이’엔 두 가지 유형의 아빠가 나온다. 아이가 돼서도 가족을 지키려는 짱구 아빠, 그리고 아들을 자기 스타일로 키우려는 덩덩이 아빠다.
요즘엔 부모들이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열중한다. 우리 아이들은 공부하느라 너무 바쁘고, 많은 시간을 쏟는다. 사실 아이들에겐 아무 것도 안 하는 시간이 꼭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본다. 덩덩이 아빠의 경우 부모들의 과한 욕심을 반영한 캐릭터다. 반면 짱구 아빠는 그렇지 않다. 사실 일본에선 짱구 아빠, 그리고 짱구 가족을 이상적인 가족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에 이상적인 가족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그려내고 싶었다.

최근 결혼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짱구네가 일본의 이상적인 가족상이라면 본인 역시 그런 가족을 만들고 싶겠다. 짱구 같은 아들, 괜찮을까?
지난 5월에 결혼 했다. 짱구 가족처럼 밝고 대화가 잘 되는 가정을 만들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다만 32년간 갚아야 하는 대출만큼은 닮고 싶지 않다. 하하. 만약 짱구 같은 아이가 태어난다면? 아~~! 정말 고생스러울 것 같다. 하하하.

끝으로, 짱구 시리즈는 25살이 됐는데 짱구는 여전히 어린 나이 그대로다. 하나 덧붙이면 하시모토 마사카즈 감독님도 엄청 동안이다.
시리즈의 끝을 말할 수는 없지만 짱구는 언제까지나 다섯 살일 것 같다. 그래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제 외모는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14살 땐 6살처럼 보였다. 20살 땐 중학생으로 봤다. 남동생과 같이 다니면 꼭 제가 더 동생처럼 보였다. 타고난 것 같다(웃음).

 

사진=CJ엔터테인먼트

권구현 기자
권구현 기자

kvanz@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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