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군함도' 소지섭 "묵직했던 이정현과 첫 만남, 한 방에 OK"
[Z인터뷰] '군함도' 소지섭 "묵직했던 이정현과 첫 만남, 한 방에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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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마냥 기분이 편하지만은 않네요”

역대급 예매율과 함께 흥행의 청신호를 켠 ‘군함도’였다. 이에 축하를 전하자 소지섭은 다소 어두운 얼굴로 속내를 표현했다. 자신의 회사 피프티원케이를 통해 작은 영화를 수입 배급 해온 소지섭이다. 다양성 영화들이 스크린을 확보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지 몸소 체감했던 소지섭이었기에, ‘군함도’가 겪고 있는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았을 터다.

그런 소지섭의 모습은 ‘군함도’ 속 ‘칠성’과는 다르면서도 닮아있었다. 종로를 주름잡던 깡패에서 군함도의 강제징용자로 전락한 인물이 바로 칠성이었다. 날카로운 눈매와 강렬한 액션으로 호랑이 같은 카리스마를 뽐내는 캐릭터다. 그러나 위안부 피해자 ‘말년’(이정현 분) 앞에선 무뚝뚝하지만 나름 세심한,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이미 배우의 손을 떠난 영역”이라며, “다 같이 고생한 작품인데, 일단 흥행세를 즐기자”라는 토닥임으로 제니스뉴스와 소지섭의 인터뷰가 시작됐다. ‘소간지’라는 별명과 함께 남자다운 멋을 어필해 온 소지섭과 액션 영화의 일가를 이룬 류승완 감독이 만난 ‘군함도’다. 덕분에 “소지섭이 그 매력의 끝을 표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정말 멋있는 역을 맡았다. ‘칠성’과 소지섭에 반해서 돌아가는 여성 관객이 부지기수다.
감독님께 감사 드려야 하는 일이다. 이번 칠성에 대해 좋게 봐주시는 분들도 있고, 본래 제가 가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다. 특히 드라마를 통해 츤데레 캐릭터를 보여드린 적이 있어 더 그런 것 같다. 그럼에도 그 안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했다. 특히 이번 ‘군함도’는 류승완 감독님을 믿고 따라갔다. 제가, 그리고 최칠성이 멋있게 보였다면 그건 감독님의 힘이다.

먼저 칠성이의 멋을 이야기하자면 액션이다. 영화 초반 욕탕에서 보여주는 액션은 정말 불 같았다. 소지섭이라는 큰 체구의 배우가 스피디한 육탄 액션을 펼치니 정말 긴박감이 넘쳤다.
말 그대로 불 같은 에너지가 넘쳤다. ‘회사원’ 때의 액션도 빠르긴 했지만 이 정도로 에너지가 넘치지 않았다. 감독님께서는 칠성이의 액션을 호랑이에 비유하셨다.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촬영을 원하셨다. 주먹질을 한 번 해도 그 에너지를 표현해야 했다. 중요한 신이고 어려운 촬영이었다. 영화 초반 칠성이라는 캐릭터를 소개하고, ‘군함도’에 담길 액션의 색깔을 표현하는 시퀀스였다. 공도 많이 들였고, 연습도 많이 했다. 

두 번째 칠성이의 멋, 바로 말년이와 러브라인이다. 츤데레의 끝을 보여줬다. 우선 첫 만남부터 강렬했다. 급소를 제압 당하는, 이른바 ‘묵직한 첫 만남’이다.
하하. 민망한 촬영이지만 결론적으로는 좋아하는 신이 됐다. 말년이라는 캐릭터를 그 신 하나로 소개할 수 있었다. 처음 만나서 처음 촬영이라 어색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정현 씨가 “어머! 어떻게 해요! 어떻게 해요!” 하더니 알아서 한 번에 다 해버리셨다. 저는 그저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가장 열광하는 것은 빨래터에서 보여준 용과 투척이었다. 사랑의 표현이었을까?
그 장면은 여자들이 많이 좋아하는 것 같다. 저로서는 연기하면서 정말 오글거렸다. 칠성이 말년에게 느꼈던 건 일종의 연민이었던 것 같다. 첫눈에 반한 관계가 아니다. 그러다가 조금씩 관심이 생기는 것, 지금으로 말하자면 썸 타는 단계였던 것 같다.

그런 칠성이를 만들어낸 것이 류승완 감독이다. 감독의 이름만 보고 시나리오를 열기 전에 ‘군함도’의 출연을 결정했다고 들었다.
사실 이전부터 류승완 감독님이 몇 번이고 시나리오를 주셨는데, 매번 못 했다. 이번에도 같이 못하면 다시는 시나리오를 줄 것 같지 않았다. 하하. 물론 저 역시도 감독님과 꼭 한 번 작업을 하고 싶었다.

류승완 감독이 소지섭을 향한 순애보의 이유에 대해 이야기 해주던가?
업계에선 류승완 감독이 제게 자꾸 시나리오를 주는 걸 이해 못하겠다는 소문도 돌았다. 어쨌든 그 이유를 물어보진 않았지만, 그냥 저와 한 작품 정도 같이 해보고 싶으셨던 것 같다. 저를 여러 번 찾아주신 류승완 감독님께 그저 감사드릴 따름이다. 

그렇게 선뜻 출연을 결정하고 시나리오를 열고 읽었을 때, ‘헉’ 하는 부담이 있었겠다. 무거운 시나리오다.
걱정이 많았다. 역사적 실화라는 부분에서 오는 부담이 상당했다. 아마 저 말고도 모든 배우들이 걱정했을 거다. 저희가 촬영할 때만해도 사람들이 군함도에 대해 잘 몰랐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됐고, 관심이 커지면서 부담이 커졌다. 우리 영화 속 군함도는 역사적 사실이 분명하지만 영화이기에 상업적인 부분을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배우, 스태프 모두 고민이 많았지만 감독님의 걱정과 고민이 가장 컸을 것이다.

작품의 규모를 떠나 원톱 영화를 해왔던 배우다. 멀티 캐스팅 영화는 첫 경험인데.
처음 시작할 땐 굉장히 좋게만 생각했다. ‘기대 갈 수 있겠다’라는 생각도 했다. 하하. 그런데 정말 잠깐 이었다. 힘든 건 똑같았던 것 같다. 다만 한 작품에 대해 감독님 외에도 여러 배우와 함께 고민할 수 있다는 건 너무 좋았다. 다들 나이스한 사람들이라 잘 통했던 것 같다.

함께한 배우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면?
먼저 황정민 선배는 관객과 스태프가 황정민 선배를 좋아하는 이유를 알게 됐다. 정말 많은 걸 느꼈던 촬영이었다. 연습을 굉장히 많이 하고, 현장에선 대장 역할을 해줬다. 모든 것을 잘 이끌어주니 편안한 현장이 됐다. 그런데 연기적으로는 아무런 터치는 안 하신다. 후배들을 존중해주는 묵묵한 리더, 현장 속 최고의 선배다. 저도 제가 가장 선배인 현장에 있어봤지만, 지금까지는 대장 아닌 대장을 했다는 걸 느꼈다. 선배에게 배운 만큼 앞으로는 선배를 닮아가고 싶다.

중기는 제가 가지고 있던 이미지와는 다른 친구였다. 꽃미남, 예쁜 남자일 줄 알았는데 직접 만나보니 남자다운, 연기 잘 하는, 사람들 잘 챙기는 똑똑한 배우였다. 특히 막내로서의 역할을 잘 알고 있었다. 이번 현장에서 전 딱 중간 위치였는데, 막내가 너무 잘 하니까 제가 할 일이 없었다. 앞으로도 친하게 지내고 싶다.

이정현 씨는 첫 만남부터 모든 연기를 잘 해주셨다. 그렇게 호흡이 좋을 수가 없었다. 최고였다. 수안이는 감독님과 스태프, 그리고 모든 배우들이 인정할 ‘군함도’ 최고의 배우다. 배우로서도, 아이로서도 너무 예쁜 친구였다. 아이가 성인 연기를 흉내내지 않아서 너무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군함도’를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건 주연 배우 뒤에 계셨던 분들이다. 그들이 정말 더 큰 고생을 하셨다. 저희 보다 항상 먼저 나오시고, 늦게까지 촬영하신 분들이다. 감사하다는, 수고했다는 말을 다시 한 번 전하고 싶다.

오늘 인터뷰를 보면 말이 느린 편이 아니다. 그런데 촬영 땐 류승완 감독이 그렇게 “말을 빨리 하라”고 했다던데.
제가 연기할 때 느린 것 같다. ‘오직 그대만’ 때도 정말 느렸다. 평소 땐 말이 정말 빠른 편이라, 의식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칠성은 치열하게 사는 인물, 건들면 터져야 하는 인물인데 말이 느리니 사람과 상황이 매우 여유로워 보였다. 그래서 감독님이 “빠르게 빠르게”라고 계속 주문하신 것 같다.

평소 행보를 보면 여유가 있다는 느낌은 든다. 요즘 말로 욜로족이랄까?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도 수입 배급을 하고, 음반 활동도 했다.
음악은 제가 하고 싶어서 했던 것이 맞다. 영화 수입의 경우 발만 걸치고 있는 거라 크게 말씀드리기 애매하다. 대부분 찬란에서 주도적으로 하고 있다.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는데, 요즘은 수영은 안 하나?
하하. 수영은 어렸을 때 너무 질려서 안 하는 것 같다. 운동은 정말 모두에게 권하고 싶다. 굳이 예쁜 몸을 만들자고 하는 게 아니라 건강한 몸을 만드는데 필요하다. “긁지 않은 복권”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니, 모두 한 번 자신의 복권을 긁어보기 바란다.

차기작 계획은?
멜로 영화가 될 것 같다. 거의 확정적이다.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스크린에서 관객들을 만나뵐 것 같다.

 

사진=피프티원케이

권구현 기자
권구현 기자

kvanz@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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