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이소희 기자] 가수 이지혜(35)는 지금 그 누구보다도 진지하고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펼치려 한다. 무려 17년 전인 지난 1998년 그룹 샵(s#arp)으로 데뷔했지만 불화설과 해체, 대중들의 시선으로 인해 아직 자신만의 날개를 맘껏 펼쳐보지 못한 그.
그래도 이지혜는 샵으로 활동을 했기에 지금의 이지혜가 있을 수 있었다며, 뗄래야 뗄 수 없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또한 샵으로 활동하던 시절 가요계의 전성기였던 것 같기에 더욱 좋았다고 한다. 그만큼 그는 음악을 좋아하는 가수였기에 본격적인 홀로서기에 도전했고, 앞으로도 쭉 발을 내디뎌 보려고 한다.
◆ 로켓파워? 아니 그거 말고!
이지혜는 지난 2005년 정규 1집 앨범 ‘그대 없이 난’을 발매하고 솔로 데뷔에 나섰다. 이어 활발한 활동을 펼치던 이지혜는 지난 2011년 디지털 싱글 ‘로켓파워’로 실패의 쓴 맛을 보게 된다. 한국적이면서도 복고적이고 유로 사운드에 웅장한 오케스트라와의 협연까지. 너무 다양한 장르의 결합과 파격적인 콘셉트 때문이었을까. 요즘의 가요계와 대중들은 그의 새로운 발걸음에 참 냉소적인 반응이었다.
“앨범에 약간 ‘병맛’ 코드가 있었는데 음악적으로 좀 더 새롭게 보이고 싶어서 도전했어요. 그래도 즐겁게 활동했는데 사람들은 ‘왜 이지혜가 저렇게 했을까’라는 반응이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이제 활동 끝인 건가’하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자신이 하려는 음악과 대중들의 반응 사이에서 고민하던 이지혜는 지난 12일 무려 4년 4개월 만에 디지털 싱글앨범 ‘아니 그거 말고’를 발매,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매력들을 보여줬다. 샵의 이지혜를 생각했다면 의외로 차분한 곡이었을 것이요, 로켓파워의 이지혜를 떠올렸다면 생각보다 분위기 있는 곡이었을 것이다. ‘아니 그거 말고’는 오랜 연애를 하고 있는 여자의 애절한 마음을 담은 곡으로, 인디 씬에서 유명한 가수 커피소년이 함께 작업했다.
“원래 발라드 장르 곡을 좋아해요. 그런 스타일의 음악을 하고 싶기도 했고요. 커피소년과는 원래 친분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 분의 음악을 좋아해요. 잔잔한 멜로디에 가사에 치중도 많이 되어 있고. 개인적으로 음악이 제 스타일이어서 함께 작업하기를 부탁 드렸죠. 커피소년이 제가 들려준 저의 이야기에 맞는 가사들을 써줬어요.”

‘아니 이거 말고’의 가사를 커피소년이 썼다고 해서 깜짝 놀랐고, 이지혜 본인의 이야기라고 해서 두 번 놀랐다. ‘투정 부리는 게 아니야/그냥 한 번만 안아달란 말이야’ ‘억지로 하는 거 말고/날 포근히 감싸 안고/사랑한다 말해줘’와 같은 가사를 보면 모든 여성이 공감할 만한 애절한 진심이 담긴 내용이기 때문.
“저의 사랑관 같은 것들에 영향을 받았어요. 30대 여자들은 잘 이해할 것 같고 20대는 잘 이해 못할 것 같아요. 여자는 말로만이 아닌 진짜 사랑을 원하거든요. 남자는 당장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여자는 그 말에서 느낄 수 없는, 무언가가 부족한 것을 느껴요. 여자가 바라는 것은 딱 하나 인 것 같아요.”
◆ 30대 이지혜가 말하고자 하는 진심
‘진심’에 대해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이지혜를 보고 있자니 이전과는 살짝 달라졌다는 느낌이 든다. 이전의 이지혜가 진심 없이 방송활동을 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의 이지혜는 20대의 이지혜보다 좀 더 성장한 것 같았으며, 자신을 내려놓고 솔직하게 감정을 드러내고자 노력하는 것 같았다.
“예전의 저와 지금의 제가 달라졌다기보다 저는 원래 이런 모습이었는데 방송에서는 밝은 모습을 보여야 할 것 같았어요. 그런데 방송에서 비춰졌던 모습들, 그게 다인 것처럼 느껴졌어요. 쉬는 동안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본 결과, 저의 이미지가 세거나 밝은 이미지였더라고요. 진짜 저의 내면에는 진지하고 솔직하고 다른 모습들이 있는데 말이에요. 예전에는 억지스럽게 무언가를 보여주려 했다면, 지금은 제 나이에 맞게 솔직하고 성숙하며 진지한 모습들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싶어요.”
이지혜가 말하는 솔직하고 성숙, 진지한 모습은 어떤 것일까. 실제로 그는 자신이 생각이 많고 깊은 면이 없지 않아 있다며, 공감능력이 발달되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누군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마음에 공감하는 것을 좋아한다. 라디오 DJ를 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사실 이지혜의 그런 모습이 아예 상상이 안되는 것은 아니었다. 비록 샵으로 활동했을 당시에는 상큼발랄한 이미지에 큰 인기를 끌었지만, 이후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고 상처도 많이 입어봤기 때문이다. 이번 앨범 역시 마찬가지. '아니 그거 말고'는 발매하기 전부터 난항이 존재했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곡을 찾고 녹음을 하는 것은 힘든 부분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힘들었죠. 그 당시 제사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상태도 아니었고 요즘 가요계 시스템을 잘 몰랐어요. 그래서 어떻게든 해보고자 유통사 측과 직접 만나려고 했는데 답변이 없더라고요. ‘관심이 없다’라는 뜻이죠. 그런데 그 유통사에서 백지영 언니에게 연락을 했다 더라고요. 이지혜랑 친하지 않느냐고. 그래서 언니가 ‘얘가 진짜 음악을 시작하려고 하니 긍정적으로 생각해주고 도와달라’고 말했대요.”

이를 듣고 “백지영 씨가 앨범을 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네요”라고 하자 이지혜는 바로 “과언이 아닌 게 아니라, 진짜 백지영 언니가 내준 거다. 언니는 나의 엄마이자 보호자이자 멘토다”라며 진지하게 말했다. 또한 “채정안 언니는 방송에서 친분을 많이 드러내지는 못했는데 힘들 때 참 좋은 친구다. 도시락 선물을 보내주기도 하고, 금전적으로 힘이 들 때 옷도 신발도 사주기도 했다. 남자친구 같은 존재다. 언제는 내가 ‘나랑 결혼하자’고 말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나의 이야기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존재라고 강하게 어필하면서 말이다.
◆ “100% 능력 발휘할 수 있는 그 날까지”
직업은 가수인데 생각보다 앨범을 내는 일이 쉽지가 않았다. 이지혜가 갖은 고생 끝에 낸 앨범이기에 그만큼 활동 또한 만족스럽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웬걸, 오히려 그는 너무 아쉽다며 수차례 강조했다.
“진짜 아쉬워요. 오랜만에 활동을 하다 보니 무대에서 예상을 못했던 것도 있었고 부담감도 많았던 것 같아요. 쉽지 않았던 과정들을 거쳐서 어떻게 기회가 돼서 무대에 섰는데, 무대에 초집중 할 수 없었어요. 긴장되고 부담도 돼고… 이것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불안증이 생기기도 했어요. 아직 이 문제는 완벽하게는 해결 안된 것 같지만 그래도 활동 후반에 접어들면서 좋아지기는 한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 감을 찾을 만 하니 활동이 끝났네요.”
이렇게 말하는 이지혜의 표정에는 진심 가득 안타까운 기색이 가득했다. 오랜만에 힘들게 무대에 선 만큼,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리라. 또한 음악에 대한 욕심이 컸기에 더욱 그랬다. 실제로 그는 가수 버벌진트 빈지노와 미디움 댄스 장르 곡으로, 산이와는 달달한 러브송으로 콜라보레이션 작업도 해보고 싶다며 향후 음악적 활동에 대해 기대감을 표하기도 했다. 또한 앞으로 꾸준히 앨범을 내고 활동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활동은 제가 가진 역량을 다 보여드리지 못한 것 같아요. 이제 감을 잡아서 더 나아질 것 같으니 좀만 더 지켜봐 주시면 좋겠어요. 저에게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에게 정말 감사하고 그에 맞는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 능력을 100% 발휘할 수 있는 그 날까지 제대로 한 번 해보려고 해요.”
사진=서예진 기자 syj@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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