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임유리 기자] 관객은 공연 내내 이상의 시를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다. 서울예술단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창작가무극 ‘꾿빠이, 이상’이 바로 그 것이다. 연극 혹은 뮤지컬, 어느 한 장르로 정의할 수 없다.
창작가무극 ‘꾿빠이, 이상’의 프레스콜이 21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천로 CKL스테이지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최종실 예술감독, 김연수 작가, 오세혁 작가, 오루피나 연출가, 김성수 음악감독, 예효승 안무가를 비롯해 배우 최정수, 김호영, 김용한, 고석진, 이기완, 박혜정, 김성연, 이혜수, 형남희, 정지만, 송문선, 임재혁, 강상준, 유승현, 신상언, 최예솔이 참석했다.
‘꾿빠이, 이상’은 스물일곱에 요절한 천재 시인 이상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이 이상의 삶과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점에선 이머시브 공연에 속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직접 몸을 움직이고, 공간을 이동하는 것뿐만 아니라 관객의 의지대로 보고 싶은 곳을 선택해 볼 수 있도록 전체 배우를 전체 공간에서 퇴장 없이 살아가도록 하는 것까지 관객 참여를 확장했다. 무대, 음악, 배우들의 움직임까지 어느 하나 새롭지 않은 것이 없다. 그렇다보니 기존 공연에 익숙한 관객에겐 다소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을 터.

이에 대해 오루피나 연출은 “정답이 뭘까에 대해 가장 고민을 많이 했다. 기본적인 형식이라면 우리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 작품 하면서 얘기한 것은 '공식처럼 하는게 아니라 노래가 가장 좋은 방법이면 노래를, 멜로디가 있는 노래가 아니라 내레이션으로 시를 더 들려줄 수 있으면 그렇게 하자' 였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오루피나 연출은 “억지로 이상하고 독특하고 신기하게 하려는 게 아니라 ‘최후’라는 시를 표현하고자 할때 그게 노랜 아니라고 생각했고, 제사에 맞는 움직임을 표현하고 싶어서 이렇게 된 거다. 사실은 그래서 어려울 수 있다. 관객이 우리가 느끼고 의도한대로 가져가라고 하고 싶지 않다”라고 관객의 해석 또한 자유롭기를 원했다.
이상의 감각 역할을 맡은 배우 김호영 또한 “주변 지인들도 이상의 시가 어려우니까 공연 자체도 어렵지 않겠냐고 하더라. 우리 공연을 공연이 아니라 이상의 시를 전시한 3d, 4d 전시회라고 생각하라고 했다. 음악, 미술, 글 모두 작가의 의도가 있겠지만 어떻게 느끼는지는 다 자기 몫인 것 같다. 그걸 다 캐치하지 못해도 틀린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호영은 “관객 누군가가 이상이 던진 질문을 통해서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한다면 만족한다. 일부러 강요하지 않는다. 이상 자체도 자기의 시를 모든 사람들이 다 이해하라고 쓴 건 아닌 것 같다. 모두 이해하길 바랐다면 이렇게 어렵게 쓰진 않았을 거다. 있는 그대로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소한 형식의 공연을 접할 관객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이처럼 ‘꾿빠이, 이상’에선 기존의 공연 같은 내러티브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상이라는 시인의 일대기가 아닌 그의 작품을 공연 내내 내레이션, 노래, 움직임, 영상 등 다양한 형태로 관객에게 전달한다.
이에 대해 동명 소설의 원작자인 김연수 작가는 “그동안은 이상을 삶의 추문들로 소비했는데 진심으로 이상의 작품을 소비하는 기회가 된것 같아서 기쁘다. 소설의 문장을 듣는 것보다 이상의 시들을 소리로 계속 듣게 해줘서 정말 고마웠다”라고 공연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국 현대문학사상 가장 개성있는 발상과 표현을 선보였던 시인 이상이기에, 지금까지도 다양한 연구 방법을 통해 끊임없이 재해석 되고 있다. 이상이란 인물 자체의 모호함이 바로 이 공연의 주제다.
이렇다 보니 공연 자체 또한 모든 것을 자유롭게, 어찌보면 모호하게 내버려뒀다. 어디에 앉아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들을지까지 모두 관객의 자유다. 창작진의 의도가 무엇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같은 것을 봐도 각자가 처한 상황, 혹은 선택에 따라 각자 다른 것을 느낄 수 있다.
어느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만큼, 호불호가 갈릴 듯 하다. 하지만 공공예술단체인 서울예술단이 이런 혁신적인 시도를 했다는 것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창작가무극 ‘꾿빠이, 이상’은 21일부터 오는 30일까지 CKL스테이지에서 공연한다.
사진=서울예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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