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리뷰] 완성형 뮤지컬 '레베카', 김선영-정성화로 또 한번 진화하다
[Z리뷰] 완성형 뮤지컬 '레베카', 김선영-정성화로 또 한번 진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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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어느덧 초연 이후 4년이 지났다. 그리고 네 번째 공연을 맞이하는 뮤지컬 ‘레베카’다. 한국에서 새로이 태어난 ‘레베카’는 초연 당시 원작자 미하엘 쿤체와 실베스터 르베이로부터 “한국 무대가 세계 최고”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후 거듭 되는 재연으로 한층 더 발전해 온 ‘레베카’는 네 번째 공연을 맞이해 정성화와 김선영, 루나라는 새로운 식구를 맞이했다. 

‘레베카’는 불의의 사고로 아내를 잃고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막심 드 윈터(민영기, 정성화, 엄기준, 송창의 분)가 몬테카를로 여행 중 우연히 ‘나’(김금나, 이제혜, 루나 분)를 만나 사랑에 빠지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미래를 약속한 두 사람은 막심의 저택인 맨덜리로 향하고, 그곳에서 막심의 전 부인 ‘레베카’와 일생을 함께 했던 집사 ‘댄버스 부인’(김선영, 신영숙, 옥주현 분)을 만난다.

이미 최고의 뮤지컬 중 하나라는 칭송을 받는 작품이다. 그렇기에 새 멤버의 참여는 많은 이의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만약 미스 캐스팅이라는 반발에 부딪힌다면 그간 ‘레베카’가 쌓아 온 공든 탑에 균열이 생길 수 있었다. 허나 정성화와 김선영이라는 자타공인의 배우가 함께 하기에 오히려 기대를 높였다. 루나 역시 2011년 ‘금발이 너무해’를 시작으로 2015년 ‘인 더 하이츠’까지 아이돌이라는 껍질을 깨고, 뮤지컬 배우로 입지를 굳힌 신뢰가 있었다.

‘레베카’의 핵심은 단연 댄버스 부인이다. 이야기에선 조연이지만, 무대 위에선 그 누구보다 강렬한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뮤직 넘버 ‘Rebecca’(레베카)는 마치 저택에 몰아치는 태풍과 같은 전율을 선사하고, 관객으로 하여금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을 이끌어 내는 명곡이다. 

가장 중요한 역할이기에 그간 신영숙과 옥주현으로 대변돼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초연의 댄버스 부인으로 무대를 장악했다. 나아가 신영숙은 초연부터 지금까지 모두 댄버스 부인으로 ‘레베카’의 얼굴을 맡아왔다.

하지만 새롭게 댄버스 부인으로 합류한 김선영은 자신만의 매력을 통해 댄버스 부인이라는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면을 선보인다. 뮤지컬 마니아에게 ‘여왕’이라 불리는 만큼 새로운 안주인 ‘나’를 위에서 짓누르는 위압감을 완벽히 표현한다. 

또한 밖으로 내지르는 카리스마가 아닌 안으로 갈무리하는 냉소로 관객을 차갑게 얼려버린다. 하여 대표 넘버 ‘Rebecca’를 넘어 ‘Sie ergibst sich nicht’(영원한 생명)은 또 다른 생명을 얻는다. 그가 부르는 ‘Sie ergibst sich nicht’는 너무도 고독하고 처연하여, 댄버스 부인에 대한 연민을 불러 일으킨다.

베테랑 정성화에게도 ‘레베카’는 또 하나의 도전이었다. 그의 말을 빌어 “레베카 장인들”이 포진하고 있는 ‘막심’ 역이었다. 허나 정성화는 역시 정성화다. 자신만의 막심을 만들어 냈다. 기존의 막심보다 위트를 가미한 막심은 관객들에게 새로운 ‘레베카’의 매력을 선사한다.

본래 바리톤의 음역을 갖고 있던 정성화는 그에 국한되지 않은 폭 넓은 스펙트럼을 선보인다. 마치 발라드를 부르듯 감미로운 음색으로 관객을 홀리더니, 특유의 힘있고 우렁찬 목소리로 객석을 가득 메운다. 이는 청아한 ‘나’의 음색과, 저음부터 고음까지 넘나드는 ‘댄버스 부인’의 넘버와 하모니를 이루며, ‘레베카’가 선사하는 음악적 묘미의 방점을 찍는다.

루나의 ‘나’ 또한 무난하다. 극의 시작을 열고, 끝을 매조지는 청아한 목소리는 긴장의 연속인 작품 속의 유일한 숨통이다. 또한 아이돌 시절부터 검증받은 외모는 막심과 나의 러브라인에 몰입을 돕는다. 새로운 캐스팅 중 가장 공연 경험이 적음에도 작품에 잘 스며들었다. 거듭되는 공연 속에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것도 또 하나의 매력이다.

전 세계에서 160만 관객을 동원하고, 국내에서 평균 객석 점유율 91%를 기록한 완성형 공연 ‘레베카’. 그럼에도 더욱 진화하며 기존의 마니아들부터 새로운 관객까지 흡수하고 있는 뮤지컬 ‘레베카’는 오는 11월 18일까지 삼성 블루스퀘어 삼성전자 홀에서 공연된다. 


사진=EMK뮤지컬컴퍼니

권구현 기자
권구현 기자

kvanz@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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