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마녀의 법정’ 윤현민 "핑크빛 엔딩, MY듬이 됐죠"
[Z인터뷰] ‘마녀의 법정’ 윤현민 "핑크빛 엔딩, MY듬이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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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이혜린 인턴기자] 윤현민은 이번 한해 신선한 변신으로 주목받았다. 드라마 '터널'의 인간미 없는 형사에서, '마녀의 법정'의 인간미 넘치는 검사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윤현민은 최근 KBS2 드라마 ‘마녀의 법정’의 주인공 여진욱(윤현민 분)을 맡아 자신의 색깔에 맞춰 흡입력 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이와 함께 밀도 높은 감정 연기와 은근히 드러나는 로맨스 감성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많은 사랑을 받은 드라마 ‘마녀의 법정’은 마이듬(정려원 분)과 여진욱이 함께 기피부서로 꼽히는 여성아동범죄 전담부에서 만나며 시작된다. 앙숙 콤비로 수사를 펼치며 범죄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법정 추리 수사 드라마다.

윤현민은 ‘마녀의 법정’ OST 중 ‘사랑했다고’라는 곡을 직접 부를 정도로 드라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제니스뉴스와 만난 윤현민은 여진욱처럼 섬세한 말솜씨로 대화를 이끌어 갔다. 

Q. ‘마녀의 법정’ 종영 이후 반응이 뜨겁다. 항상 작품을 잘 고르는 것 같다.
올해가 정말 뜻깊다. 야구 선수를 하면서 홈런을 쳐본 적은 있어도 연타석 홈런은 해본 적 없다. 그래서 너무 운이 좋고, 운이 왔다고 생각했다. ‘나 혼자 산다’에서 좋게 봐주신 분들이 많았다. 예능을 통해 보여드릴 수 없는 부분을 비출 수 있어 좋았다. 

‘터널’ 마지막 촬영 때 터널신이 마지막이었는데 감독님을 껴안고 울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도 있지만 헤어져야 한다는 것이 슬펐다. ‘마녀의 법정’도 비슷하다. 

이번 청룡영화제에서 배우 진선규 씨가 수상하는 모습을 보고 저런 순수함으로 작품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작품 활동을 열심히 했지만 방망이로 뒤통수 맞은 것처럼 놓친 것을 찾았다.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연기 이론 책을 다시 꺼냈다. 또 다른 작품의 운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을 위해 공부를 한다.

Q. 극중 마이듬보다 섬세하면서도 안정적인 감수성을 지닌 여진욱 역을 맡았다. 평소 성격과 비슷한가?
평소 날카로운 생김새와 운동한 이력 때문에 남자답고 사나운 캐릭터를 많이 했다. 여진욱이 평소 자신과 밀접한 캐릭터라서 수월했다. 지난 작품을 할 때 목소리 톤을 낮추며 근엄한 캐릭터를 연구했다면, 일상 속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톤으로 할 수 있어 편했다.

평소에 강압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안 좋아한다. 극 중 마이듬을 불러 세우는 부분에서 대본의 지문보다 설정과 캐릭터를 생각하며 연기했다. 여진 선배가 너무 잘했다고 칭찬해 주셔서 감사했다.

Q. 마이듬에 비해 어려운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배우로서의 욕심이라면 촬영장을 휘젓고 싶었다. 하지만 눌러주는 캐릭터로 밸런스를 맞춰야 했다. 내 캐릭터가 재미없더라도 계속 옳은 소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감을 잡았을 때는 아동 사건을 다루는 5부를 찍었을 때다. 제일 힘들었다. 작가님은 “5부는 진욱이의 회차가 될 것이다”고 말씀하셨다. 진욱의 과거는 너무 속상하고, 화도 났고, 힘들고, 부담됐다. 4회에서부터 치고 올라가는 분위기 속에 5부에서 ‘잘 할 수 있을까?’ 했던 중압감과 민감한 소재로 혼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찍기 전 감독님과 이야기하다가 감독님이 우셨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문제를 바라봐서 그랬을 것이다. 여진욱과 윤현민으로서 너무 속상했다. 극 때문이 아닌 우리나라에 실제로 존재하고 빈번히 일어나는 사건이라는 생각에 피해자의 입장에서 사회적으로 내가 바라보고 있는 시점으로 진정성 있게 바라봐야겠다.

Q. 여성, 아동 대상 범죄라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소재의 작품을 선택했다.
원래 로맨스 코미디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캐스팅 전 로맨스 코미디 시나리오를 위주로 봤다. 하지만 ‘마녀의 법정’ 시나리오가 찾아왔다. 법정물이기 때문에 로맨스로 장난하면 이상해질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읽으면서 너무 좋았고, 끌렸다.

전체 리딩 전에 작가님이 "'마녀의 법정'을 할 줄 몰랐다"고 말씀하셨다. 저의 필모그래피를 봤을 때 로맨스 코미디를 할 줄 아셨다고 했다. 마이듬과 여진욱, 둘의 다른 성향으로 호기심이 생겼고 시청자들도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Q. 정려원과의 조합은 어땠는가? 예측 가능한 여배우 라인이 아니었을 것 같다.
너무 고맙다. 려원 누나가 아니었으면 여진욱도 없었다. 잘한 점이 있다면 리딩 전 자주 만났던 것이다. 친해진 사이에서 촬영에 임한 것이 힘이 됐다. 려원 누나는 예쁜 것이 아닌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배우라고 생각해서 기대했다. ‘마녀의 법정’은 저희 둘에게는 잊지 못할 작품이다. ‘이런 상대 배우를 또 만날 수 있을까?’싶다.

Q. 어려운 법률 용어가 많아 연습을 많이 한 거 같다. 
입 밖으로 꺼내 본 적 없는 단어여서 외우기 힘들었다. 대본이 미리 나와도 피곤함과 겹쳐 쉽지 않았다. 그래도 메디컬 분야, 법정 분야 등을 경험해서 걱정이 줄었지만 아직 사극이 남았다(웃음). 

집 냉장고에 촬영할 때 썼던 의사증, 형사증, 검사증을 걸어 놓았다. 마녀의 법정 세트장은 종방연 뒤, 바로 부셨지만 마지막 촬영 때 명패, 서류 케이스, 책상 위 액세서리 등을 갖고 왔다. 못 버리겠다는 마음으로 고이 모시고 있다.

Q. 마지막은 결국 핑크빛 결말이었다. 
16부 대본이 나오기 전에 작가님과 대화를 통해 해피엔딩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15부쯤 작가님께 연락을 드렸다. 잘 가다 끝에 로맨스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서로에게 마음이 있기 때문에 ‘드립’을 치고 싶었다.

이름 보다 휴대폰에 마이듬보다 ‘MY듬’으로 저장하겠다고 했다. 오버스럽지 않은 진욱스러운 사랑 같았다.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취중 키스신을 자세히 보면 그렇게 적혀있다. 그 정도의 로맨스가 진욱이 같은 표현이다.

Q. 데뷔를 생각하면 방송에 출연하기까지 시간이 꽤 길었다. 힘든 기억이 있는가?
야구 선수의 실패를 겪고 직업을 틀었다. 10년 넘게 중고등학교 야구를 해 프로야구 선수가 됐다. 고등학교 때는 최고였는데 프로무대에서 우물 안 개구리처럼 주눅 들고 부상에 시달려 관뒀다. 그래서 연기할 때의 마음가짐은 멀리 봤다. 40살에 드라마에 출연하고 스펙트럼을 넓혀갈 것이라 생각했지만 계획보다 빨랐다.

Q. 제 2막을 40살까지 바라봤을 때 초조하지 않았나? 
연기 때문에 야구를 관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막막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 공연을 봤는데, 그때 배우들을 보면서 너무 멋있었고 여운이 남았다. 운동만 하다 보니까 친구들이 다 운동하는 친구들이었다.

그래서 강남역을 지나갈 때 봤던 연기학원에 그냥 들어갔다. 전공자들이 많은 수업시간에 홀랑 벗은 창피한 기분이었다. 그때 다짐했다. 갑자기 톱스타, 유명 연예인이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바보다. 그래서 무대 공연을 하다가 40살이 됐을 때 방송매체에 출연하는 걸 꿈꿨다. 
 

Q. 앞으로 예능에 출연할 계획은 있는지? 
‘알쓸신잡’에 출연해보고 싶다.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현장에라도 있고 싶다. 정경호 형과 ‘인생술집’에 나갈 뻔했다. 술을 좋아했는데 안 마시다 보니까 주량이 줄었다. 4개월 동안 술을 안 마시다가 종방연 때 마셨는데 눈뜨니까 집이었다. 

제 인생의 목표는 송해 선생님이다. 배우 생활을 길게 보고 있다. 경호 형과 "토크쇼의 패널로 출연하는 것은 배우로서 아직 해당사항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출연하는 것은 한바닥에서 10년 정도는 버텨야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할 이야기가 더 많아질 것 같다. 

경호 형이 출연하는 ‘슬기로운 감빵생활’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데 야구 폼이 이상하면 웃기도 한다(웃음).

Q. 연기대상 베스트 커플 기대하고 있는가?
주시면 좋지만 려원 누나가 받았으면 하고 받아야 속이 후련할 것 같다. CP님께 연기대상 때 모든 식구들을 다 초대해 달라했다. 뜨겁게 손뼉 치고, 일어나서 춤춘다고 했다. 려원 누나가 상 받는데 울고 있으면 그게 더 웃길 거 같다(웃음).

Q. 다가오는 2018년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
또다시 마지막에 눈물 흘릴 수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다. '여기서 빠져나오고 싶지 않다'라는 합이 잘 맞는 작품을 하고 싶다. 상대 배우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면 나도 노력해야 하기 때문에 공부하고 있다.

 

사진=제이에스픽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