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윤하를 구조한 'RescuE', 그 음악을 당신에게
[Z인터뷰] 윤하를 구조한 'RescuE', 그 음악을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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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아 구조된 I, 연약한 I 도 할 수 있었던 빛, 봄, 그 빛을 다시 당신에게”, 윤하가 5년 5개월 만에 발매한 정규 5집 ‘레스큐(RescuE)’의 소개글이다. 

그간 윤하는 음악이 하기 싫어질 만큼 힘들었던 시간을 견뎠다. 그리고 자신을 다시 살아나게 만든 이번 앨범 ‘레스큐’가 다른 누군가에게 위로와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11 트랙을 가득 채웠다. 

제니스뉴스와 윤하가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만났다. 지난해 12월 27일 앨범을 발매하고 꽤 시간이 흐른 후, 인터뷰 자리를 마련한 윤하는 그간의 소회와 향후 계획 등을 차근차근 이야기했다.

“다시 노래를 할 수 있고 새로운 페이스로 일을 할 수 있게 돼서 기뻐요. 음악하는 게 재밌어 졌고, 일상에도 활력을 찾은 것 같아요. 그동안 갈팡질팡 했어요. 5년 동안 5번 정도 엎어졌어요. 외장하드에 곡들이 고이고이 담겨 있었어요. 그렇게 좋지 않은 노래도 아니었는데, 그땐 확신이 없었어요. 스스로 욕심을 채우려다 보니 시간이 길어졌어요”

윤하는 꽤 오랜 시간 슬럼프를 겪었다. 스스로에 대한 강박관념, 성적에 대한 부담, 체력적인 이유들이 윤하를 지치게 만들었다.

이후 그루비룸과의 만남은 다시 윤하가 즐겁게 음악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번 앨범의 총괄 프로듀싱을 맡은 그루비룸을 비롯해 비주얼 디렉터, 사진작가, 작곡가 등의 만남으로 윤하는 “세상에 재밌는 게 많구나”라고 느꼈다고 표현했다.

“앨범 작업을 하면서 만난 분들이 저에게 좋은 기운을 많이 주셨어요. ‘괜찮아’, ‘잘 될 거야’라는 위로도 해주셨지만 ‘이거 재밌지 않아?’라고 좋은 제시를 많이 해주셨어요. 덕분에 시야가 넓어졌죠.

그루비룸과의 인연은 이전에 레이블에 몸을 담고 있으면서 시작 됐어요, 그 친구들이 처음 모인 게 저 때문이라고 하더라고요. 저도 그 친구들 덕분에 구조가 됐고요. 제가 치고 있던 벽을 간단히 부수고 들어온 친구들이에요. 저에 대한 애정도 높고 ‘다시 해보자’라고 힘을 줘서 앨범이 잘 나올 수 있었어요”

윤하는 싱글이나 미니앨범이 아닌 총 11곡이 담긴 정규앨범을 준비했다. 그리고 그 중 타이틀곡으로 선정된 트랙은 ‘퍼레이드’로 그루비룸이 작곡과 편곡, 서지음이 작사에 참여했다. 그루비룸 특유의 개성이 묻어나는 트렌디한 멜로디와 더욱 섬세해진 윤하의 목소리가 돋보인다.

“’퍼레이드’를 타이틀로 하는 것엔 이견이 없었어요. 트랙이 나오기 전부터 ‘이런 시너지를 내고 있다’ 혹은 ‘윤하가 이렇게 밝아졌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거든요. 다시 시작하는 메시지를 줘보자는 생각이었고요. 의미 있는 타이틀이에요. 사실 모든 곡들이 타이틀 감이라 생각해요(웃음). 수록곡들도 다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다음은 아마 이렇게 큰 비중의 앨범을 하기엔 지칠 수 있으니, 가볍게 그때그때 느낀 것들을 발표하려고 해요”

30대에 접어든 윤하는 20대의 자신을 되돌아 봤다. 윤하는 “20대에는 10대에 일궈놓은 것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아등바등하고, 상대적인 잣대를 가지고 저를 괴롭혔다. 그게 20대엔 꼭 필요한 일이라고 합리화하고 있다. 30대에는 조금 더 자기 중심을 가지고, 남과 비교하지 않고 스스로를 탐구할 수 있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하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강박관념에 대해 이야기 했다.

“다른 잘하는 친구들이 너무 보였어요. 그걸 다 따라잡으려고 하니까 안됐고, 음악 장르도 너무 많이 넘나들면서 욕심을 부린 것 같아요. 이젠 그런 시간이 쌓여서 저만의 것이 생겼을 것 같다는 기대가 있어요. 제가 생각한 대로 되면 그게 답이라고 생각했던 경향도 있었어요. 예를 들어 ‘이번엔 정규를 내겠어’라고 목표를 정하면, 미니나 싱글을 낼 수도 있는데 대책을 잘 놓지 않는 당점이 있었어요. 남들이 보기에 강단이 있어 보이기도 하겠지만, 사실 저는 괴롭거든요. 그건 이젠 깨진 강박이고요. ‘백 스텝으로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계속 가지고 가려고 하는 강박이에요”

스트레스 해소법을 물으니 윤하는 “콘서트로 해소한다”고 답했다. 지난 25일 윤하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하고 팬들과 만났다. ‘오늘 서울은 하루종일 맑음’, ‘오늘 헤어졌어요’, ‘혜성’, ‘비밀번호 486’ 등의 히트곡과 앨범 신곡 무대를 선사해 큰 호응을 얻었다.

“얼마 전 단독 콘서트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했어요. 스트레스 때문에 공백기를 가졌던 건데, 오히려 일을 하면서 푸는 게 해소가 됐어요. 너무 감사하게도 객석도 다 채워졌고,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공연을 쉬지 않고 해야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어요”

윤하는 아티스트로서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들으면 기억할 수 있는 확실한 보컬 색깔을 가지고 있다. 직접 작사, 작곡도 하고 있으며 악기 연주에도 능통하다. 윤하는 이제 자신이 지닌 강점을 잘 살려 매력을 어필할 각오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음색이에요. 가지고 태어난 거 말곤 없는가 생각하기도 하는데요(웃음). 그게 현주소라는 걸 인지하는 것도 중요하잖아요. 그 음색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지를, 제 색깔을 잘 만들어가는 게 앞으로의 방향일 것 같아요”

곡을 작업해온 시간이 길었던 만큼, 이번에 미처 다 선보이지 못한 곡들도 많이 가지고 있단다. 윤하는 지금의 좋은 텐션을 가지고 꾸준히 음악을 선보일 계획이다. 더불어 2018년 활발히 대중과 만날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제는 스스로 즐기는, 편안해 보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올해 최대한 체력이 되는 데까지 할 수 있는 일들을 많이 하려고요. 가능하다면 라디오도 다시 하고 싶고, 연기도 오랫동안 안 했지만 오디션도 보러 다닐 생각이에요. 음악을 만드는 것에 있어선 진지하게 더 고민을 하고요. 어떤 작품이나 프로젝트에 누가 되지 않는 선에서 재밌게 해보고 싶어요”

윤하는 지난 2004년 17살의 나이에 일본에서 데뷔하며 성공적인 성과를 거뒀다. 그리고 2006년 한국에서까지 주목 받으며 데뷔 싱글을 발표하기도 했다. 데뷔 13년을 맞이한 윤하는 이제 새로운 소망을 가졌다.

“대중적인 성과도 중요하겠죠. 무엇보다 그때그때 생각하는 것들을 계속 남기고 싶어요. 윤종신 선배 같은 케이스가 될 수 있겠죠. 계속 음악으로 흔적을 남기고 싶어요. 그런 히스토리들이 모여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다고도 생각해요. ‘월간 윤종신’ 행보가 저에겐 굉장히 충격적이었거든요. 선배님도 오랫동안 음악 하면서 지치고 힘들 텐데도, 매달 1곡씩 내고자 하는 결정을 하신 게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저도 열심히 해야죠. 음악을 잘하는, 열심히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좋은 선배가 되고 싶어요”

 

사진=C9엔터테인먼트 

변진희 기자
변진희 기자

bjh123@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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