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N인터뷰] '하늘이 내린 성우' 서혜정, 목소리는 영혼의 울림 ①
[ZEN인터뷰] '하늘이 내린 성우' 서혜정, 목소리는 영혼의 울림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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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이소희 기자] “총.맞.은.것.처.럼” “이런 십장생 같은 놈” tvN 예능프로그램 ‘재밌는 TV 롤러코스터 시즌 1’의 ‘남녀탐구생활’에서 폭발적인 화제를 불러모았던, 마치 기계가 말하는 듯한 무미건조한 목소리와 특이한 말투를 기억하는가? 그 당시에는 매우 신선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지만 사실 그 목소리는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했다.

바로 그 주인공인 서혜정 성우가 KBS1 시사교양프로그램 ‘생로병사의 비밀’부터 미국드라마 ‘X파일’, 영화 ‘은하철도 999’의 주인공 메텔까지 각종 분야와 캐릭터, 특성을 막론하고 목소리 연기를 펼쳐온 것. 지난 1982년에 KBS 17기 공채 성우로 데뷔, 올해로 데뷔 34년 차에 접어든 성우 서혜정. 최근 만난 그는 지금껏 보여준 다양한 모습만큼이나 다채롭고 유쾌하며 밝은 기운을 가진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 나를 소모시키는 방송 일, 자연으로 해소하다

“지금 서울이 아닌, 경기도 파주에서 살고 있어요. 지금 채널A ‘갈 데까지 가보자’에서 성우를 맡고 있는데 거기에 나오는 사람들이 산 속에서 사는 모습을 보니 천국처럼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시골로 가겠다고 결심했어요. 방송 일이라는 게 그래요. 나의 모든 것이 고갈되는 느낌? 성장을 위해 다양한 방면으로 저장을 하지만, 그걸 다 소모해버리니까. 이제는 나 자신을 위해 나의 정서를 돌봐야 할 시기가 아닌가 싶었어요. 자연이 주는 혜택이 얼마나 크냐면, 단시간에 사람을 원래대로 되돌려 주더라니까요.”

어느덧 평범한 직장인의 나이만큼이나 경력을 쌓은 서혜정은 파주가 그렇게 좋다며 칭찬을 거듭했다. 그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하는 일은 마당 지천에 정신 없이 떨어져 있는 살구를 한 소쿠리 가득 줍는 일이다. 주운 살구를 씻고 나오면 또 떨어져 있어서 그 살구를 줍기를 여러 번 반복하는 것. 또한 텃밭에는 오이 호박 고추 상추 깻잎 고구마 등 각종 채소들을 심어 자연 밥상에 보탬이 되도록 한다. 일을 하는 데 있어서도 불편함은 없다. 서혜정은 요즘은 지하철이 잘되어 있어 한 시간이면 웬만한 곳은 다 갈 수 있다며, 차를 버리길 잘했다며 흐뭇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물질의 노예가 되지 말자는 생각이에요. 작년 10월부터 차를 버렸는데 세상이 내 것이더라고요. 제가 30년 가까이 운전을 했거든요. 그동안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차 안에, 세상에 갇혀 살았던 거죠. 지금 입고 온 스카프도 강남 역에서 만 원에 세 장인 거 산 거고, 원피스도 광화문 역에서 5000원 주고 샀어요. 또 살구도 나는 한아름 가득 따서 돌아오는데 서울에서 보니 자두를 조금 담아서 5000원에 팔고 있더라니까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사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 과정을 즐기면서요.”

◆ 목소리는 영혼의 울림

그렇다면 서혜정은 성우가 처음부터 꿈이었을까? 그는 스스로를 ‘하늘이 내린 성우’라고 칭했다. 능력과 재능이 천부적이라는 말은 아니다. 서혜정은 베이비 부머 세대에 태어났으나, 무남독녀로 자랐다. 그래서 서혜정은 혼자 종이인형으로 목소리를 내며 연기를 하는가 하면 소리를 내어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매일 그렇게 하다 보니 인지 능력도 좋아지고 발성도, 발음도 좋아졌다.

그래서인지 수업시간, 서혜정이 일어나 책을 낭독하면 선생님 마저 중단시키지도 않았더란다. 이윽고 정신이 번쩍 들어 “그만하자”고 하면 친구들이 “혜정이 더 읽으라고 해요~”라고 했다는 것. 그는 그렇게 자신감과 재능을 쌓아왔고, 고등학교에서 방송반 활동을 하고 서울예대에 입학하며 자연스럽게 성우가 됐다.

“성우를 처음 시작했을 때 전속계약을 6년으로 했어요. 전속기간은 성우가 아니고, 트레이닝 기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지금은 2년이긴 하지만 좀 짧은 것 같아요. 성우는 한 10년 정도 해야지 자기 목소리를 가지고 낼 수 있거든요. 사람의 신체 부위 중 가장 늙지 않는 게 목소리라고 하더라고요. 제 목소리가 어딜 봐서 50대 같나요? (웃음) 성우는 나이 상관 없이 아역을 맡아 연기하기도 하니까요. 배우나 마찬가지에요, 목소리 배우."

서혜정은 더빙에 대해 “잘못하면 안하느니만 못하지만, 잘하면 원판보다 낫다”고 강조했다. 언어라는 것이 문화이다 보니, 예를 들어 외화를 우리말로 더빙했을 때 우리의 정서에 더 잘 맞는 거다. 또한 외화 같은 경우는 자막을 보느라 영상을 잘 못보는 경우가 생기는데, 더빙을 하면 영상에 몰입해서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렇다면 ‘잘 된’ 더빙을 위해서는 어떤 기준으로 성우를 캐스팅해야 하는 걸까?

 

▶ 다음 편에 이어서...
[ZEN인터뷰] 이 시대의 위너 서혜정 성우, 살구잼에 담긴 멋진 따뜻함 ②

 

헤어: 쌤시크 최고아라 디자이너
메이크업: 쌤시크 성정 디자이너

 

사진=서예진 기자 syj@zenith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