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이소희 기자] “총.맞.은.것.처.럼” “이런 십장생 같은 놈” tvN 예능프로그램 ‘재밌는 TV 롤러코스터 시즌 1’의 ‘남녀탐구생활’에서 폭발적인 화제를 불러모았던, 마치 기계가 말하는 듯한 무미건조한 목소리와 특이한 말투를 기억하는가? 그 당시에는 매우 신선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지만 사실 그 목소리는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했다.
바로 그 주인공인 서혜정 성우가 KBS1 시사교양프로그램 ‘생로병사의 비밀’부터 미국드라마 ‘X파일’, 영화 ‘은하철도 999’의 주인공 메텔까지 각종 분야와 캐릭터, 특성을 막론하고 목소리 연기를 펼쳐온 것. 지난 1982년에 KBS 17기 공채 성우로 데뷔, 올해로 데뷔 34년 차에 접어든 성우 서혜정. 최근 만난 그는 지금껏 보여준 다양한 모습만큼이나 다채롭고 유쾌하며 밝은 기운을 가진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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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N인터뷰] '하늘이 내린 성우' 서혜정, 목소리는 영혼의 울림 ①
“한 더빙 연출자의 말을 들어보니 이미지 캐스팅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배우랑 모습이나 풍기는 이미지가 닮은 성우를 뽑으면 작품 속 역할과 싱크로율 90%이상을 자랑한다는 거죠. 왜냐하면 눈빛은 영혼의 창이고 목소리는 영혼의 울림이거든요. 그래서 그 배우의 눈빛과 성우의 눈빛이 비슷하면 목소리도 저절로 따라오는 거에요. 메소드 연기라고 있잖아요. 성우는 그래도 다양한 작품을 동시에 하기 때문에 그 순간 몰입을 한 뒤 점심을 먹으면 다시 역할에서 빠져 나오고, 이후 또 다른 녹음에 들어가면 다시 몰입을 하고를 할 수 있어요.”
실제로 그는 애니메이션부터 미국 드라마, 영화, 예능프로그램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통해 어린 친구들부터 중년층과 노년층까지 모두의 귓가를 사로잡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 달에 한 번씩 청춘 토크 콘서트 ‘청년에게 고하라’를 진행하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책 낭독회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 낭독회는 서혜정이 30년 넘게 성우로서 활동을 하며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누리는 축복을 받았기에, 이를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자 늘 생각해왔던 행사다.
“사실 사회적으로 유명한 것이 행복이 아니라, 내가 하는 일을 열심히 하다 보니 어느 날 유명해져 있는 거에요. 유명해지는 게 목표이지는 않았죠. 저는 매 순간 주어지는 순간에 최선을 다했을 뿐이었고, 다만 특정 캐릭터를 맡게 됐을 때 ‘어떻게 하면 최대한 멋있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연구와 노력은 많이 했어요. 남들과 비교와 경쟁도 안해요. 경쟁을 한다면 내 자신과 하죠. ‘이 작품을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 "나는 진짜 단순무식한 사람"
서혜정은 자신을 두고 ‘진짜 단순무식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반찬을 먹으면 깨소금 한 톨의 맛까지 느낄 정도로 한 가지 생각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없고 나쁜 소리도 금방 잊어버리며, 타인에 대한 평도 하지 않는다. 혹자는 ‘그런 성격이 사기 당하기 딱 좋다’고도 한다는데, 이에 서혜정은 “사기는 욕심을 부려야 당하는 것이다. 나는 욕심이 없다. 가진 걸 다 주는 성격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여전히 생각과 영혼은 20대”라며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살아가냐에 따라 삶이 변한다고 말했다. 부정적인 생각은 하지 않는다는 것.
“저는 성우 공채 시험 볼 때도 ‘떨어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아예 안했어요.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할 때 걱정 먼저 하잖아요, 저는 안그래요.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있으면 그냥 하는 거죠. 실패했을 때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되면 깔끔하게 포기, 어떻게 해서 될 것 같으면 될 때까지 가요. 그래서 성우 지망생들에게도 ‘시험 합격 여부를 신경 쓰지 말고 내가 하는 행동을 즐기라’고 해요. 내가 지금 여기 미쳐있다는 것이 중요해요. 미치면 행복하거든요.”
마당에서 혼자 밥을 먹으며 후배에게 사진을 찍어 보냈더니 ‘왜 혼자 처량맞게 먹냐’고 답하는 게 이해가 안된다던 서혜정. 그는 “새가 짹짹거리고, 길에 사람들은 없고, 바람은 불고 혼자 밥먹는 시간이 정말 행복했다”고, “남의 시선은 내 멋대로 행동을 함으로써 타인에게 피해를 줬을 때 신경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말 삶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었다. 밝고 유쾌하고 긍정적이면서도 자신감과 당당함이 넘치는 이 시대의 위너(Winner)랄까. 실제로 서혜정은 인터뷰를 하러 오면서 “살구가 참 많다”며 집에 있던 식빵과 함께 세 시간 이상 꼬박 졸여 만든 수제 살구잼을 선물로 가져왔다. 바로 그게 행복이라며. 그의 멋진 따뜻함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헤어: 쌤시크 최고아라 디자이너
메이크업: 쌤시크 성정 디자이너
사진=서예진 기자 syj@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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