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모든 작품이 그럴 테지만, 이번 MBC 드라마 ‘로봇이 아니야’는 유승호에게 특별했다. 드라마가 전하는 따뜻한 메시지는 시청자뿐 아니라 유승호를의 마음을 울렸고, 흥행 여부를 떠나 그의 필모그래피에 깊게 새겨졌다.
‘로봇이 아니야’는 인간 알러지 때문에 제대로 여자를 사귀어 본 적 없는 김민규(유승호 분)가 로봇을 연기하는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모습을 그렸다. 로봇이라는 신선한 소재와 선남선녀인 유승호, 채수빈의 조합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끌기 충분했다.
MBC 파업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방영됐고, 경쟁작이 큰 인기를 끌면서 시청률은 한자리수로 아쉽게 마무리 지었지만 ‘로봇이 아니야’는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힐링 드라마’라는 호평 속에 마무리 됐다.
제니스뉴스와 유승호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로봇이 아니야’ 종영 인터뷰로 만났다. 보통 드라마가 흥행에 성공할 때 인터뷰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지만, 유승호는 “너무 예쁘고 아름다운 드라마였기 때문에 자랑하고 싶은 마음으로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작품에 대한 애정이 넘쳤던 유승호와 나눈 이야기를 이 자리에 전한다.
Q. 시청률은 아쉬웠지만, 드라마에 대한 평가가 좋았다. 유승호에게 ‘로봇이 아니야’는 어떤 드라마로 기억될까.
저도 그래요. 시청률만 빼면 배우, 감독님, 영상미 등 모든 게 완벽하고 좋았어요. 제가 이 드라마를 찍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어요. ‘군주’ 끝나고 운 좋게 이 작품이 들어왔어요. 일단 대본이 재밌었어요. 감독님이 ‘더블유(W)’랑 ‘그녀는 예뻤다’를 연출했었는데, 드라마 색감이 정말 아름다웠던 기억이 있었죠. 처음엔 제가 로코를 하느냐 마느냐가 걸렸는데요. 저도 뭐 때문에 오케이를 하게 됐는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 뭐 해보자’가 됐어요. 그리고 그 선택에 후회는 없었고, 오히려 정말 잘했다 싶어요. 정말 행복했어요.
Q. ‘로봇이 아니야’를 그렇게 사랑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저도 이렇게 제가 이 작품을 좋아하게 될 줄 몰랐어요. 드라마를 찍으면 찍을수록 메시지, 내용이 너무 예쁜 거예요. 소품도 그랬고 이야기도 동화 같았어요. 같이 나오는 캐릭터들도 너무 좋았고요. 단순히 로맨스 코미디로 끝날 줄 알았거든요. 깊이 들어갔을 때, 인간과 인간 사이의 상처가 치유되는 것들이 ‘이렇게까지 표현될 수 있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이유들인 것 같아요.
Q. 연기를 하면서 민규는 아지3가 로봇이라고 믿지만, 유승호는 사람인 걸 알기 때문에 몰입하는 게 쉽진 않았을 것 같다.
누가 봐도 사람인 걸 알고 있으니까, 그냥 뻔뻔해지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제가 아무리 수빈 씨를 앞에 두고 ‘로봇이야’라고 최면을 걸어도 어쨌든 그 친구는 인간이잖아요. 그래도 극중에서 보면 민규가 로봇 청소기를 가지고 있고, 그 청소기에 말을 거는 장면들이 나와요. 그런 것처럼 똑같이 그냥 로봇이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하려고 했어요. 다행히 수빈 씨도 너무 잘해줘서, 맞춰서 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Q. 엄기준 씨, 서동원 씨와의 케미스트리도 좋았다.
그분들과 코믹적인 요소로 붙을 줄 몰랐어요. 찍으면서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민규가 혼자서 꼭 진지할 필요가 있을까요’라고 물었어요. 민규가 꽉 막혀 있던 상황에서 조금씩 풀려가고 있었기 때문에, 편하게 해도 될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코믹적인 요소를 조금씩 넣게 됐고, 대본에도 추가돼서 나오더라고요.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았어요.
Q. 유승호 씨가 드라마를 이렇게 좋아하는데, 감독님이 굉장히 뿌듯해 하겠다.
작품이 너무 좋아서 마지막까지 조금이라도 틀리지 않게 만들고 싶었어요. 조금의 행동도 감독님과 이야기하면서 만들었어요. 이번 작품은 진심으로 좋았어요. 너무 좋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어요. 우리 드라마의 선장님이 정대윤 감독님이라는 사실이 너무 좋은 거예요. 이렇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어요. 저는 완전 맹신했어요. 언젠가라도 감독님과 또 함께할 날이 있다면,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Q. 현장 분위기가 좋았겠지만, 체력적으로는 날씨, 수면 등으로 힘들기도 했을 것 같다.
현장은 정말 착한 사람들만 모여 있었어요. 힘들어도 서로 웃으면서 했고요. 같이 힘내자고 하면서 했더니 에너지가 합쳐졌고요. 잠은 많이 못 잤죠. 마지막엔 거의 3일 동안 스태프들이 못 자고, 배우들도 잠깐 씻는 시간 정도 있었고요. 그런데도 이렇게 분위기가 좋았다는 게 신기하죠. 카메라 옮길 때 졸면서 한 경우도 많았지만, 그래도 찍는 순간 만큼은 집중하려고 노력했어요.
Q. 이번에도 내면에 아픔이 있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런 인물을 연기할 때마다, 유승호 특유의 애틋한 눈빛이 있다.
저는 솔직히 잘 모르겠거든요. 아무 생각 없는 눈일 때도 감독님께선 ‘슬픔에 잠긴 눈이다’라고 해주시더라고요. 너무 죄송하더라고요. 신체적인 도움을 받아서 그렇게 보였고, 거기에 조금 더 저의 노력이 더해져서 완성된 것 같아요. 저한테는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해요.
Q. 반대로 그런 캐릭터를 탈피하고 싶은 생각은 없을까.
그런 것도 하고 싶어요. 정말 가볍고 아무 생각이 없는 캐릭터도요. 저한테 들어올지는 모르겠지만요(웃음). 항상 사연이 깊은 인물만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가벼움도 매력이 있을 것 같은데, 안 들어와서 문제죠(웃음). 악역은 들어오긴 하는데, 제가 소화하기에 너무 어려운 수준이랄까요. 몸에 안 맞는 옷을 입기는 조금 그래요. 아역에서 성인으로 넘어갈 때, 그런 연기를 해봤어요. 그렇게 해야만 성인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서 했었거든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 뭐든 해봤어야 했던 것 같아요. 군대나 대학교 결정도 그런 영향이 있었거든요.

Q. 대중이 유승호에 가진 이미지는 국민 남동생, 바른 청년 느낌이다. 이에 대한 유승호의 생각은.
어느 순간은 부담스럽게 다가오기도 하더라고요. 사실 그러려고 했던 건 아니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일을 하면서 ‘어른들에게 예의를 잘 지켜라’고 해서 그렇게 행동했던 거죠. 성인이 돼서도 몸에 남아 있고요. 앞으로도 제가 버릇 없게 행동하겠단 건 아니고요.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면서, 조금씩 변화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유승호라는 사람을 너무 가리고 살다 보니, 이건 아닌 것 같기도 하더라고요. 이젠 좀 편하게 다가가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Q. 왠지 다음 작품도 빨리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즐거웠던 건 맞지만, 일단은 끝난지 얼마 되질 않아서요. 차기작 생각도 안했어요. 아직은 조금 더 쉬고 놀다가, 다른 일이 있으면 조금씩 하려고요. 어쨌든 멜로를 했으니, 다음은 또 멜로가 되진 않을 것 같아요. 바람이 있다면 새로운 캐릭터를 하고 싶은 마음이 큰대요. 어떻게 될지는 사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작품이 들어와야 할 수 있으니까요.
Q. 2018년 계획은 세웠나.
원래는 항상 계획을 많이 하는데, 솔직히 못 지키더라고요. 올해는 그래서 계획을 안 세웠어요. 마음 가는 대로 하면서, 하고 싶은 것도 하면서, 좋은 작품 만나면 하고 그럴 생각이에요. 연애는 별로 하고 싶은 마음이 안 들어요. 좋은 인연이 생기면 하겠지만, 딱히 연애를 엄청 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사진=산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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