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무려 7년 반 만이었다. 뭐든지 다 될 것 같은 남자, 강동원이었지만 첫눈에 반했던 영화 '골든슬럼버'를 관객 앞에 내놓기까지 그리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일본 원작의 판권 문제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강동원은 '골든슬럼버'에 대한 순애보를 놓지 않았다.
제니스뉴스가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강동원은 다소 후련한 표정이었다. "원작의 엔딩이 마음에 계속 걸렸었는데, 그 친구가 잘 풀린 것 같아 다행이다"라는 것이 강동원의 소감이었다. 스포일러 때문에 전할 수는 없지만 원작의 엔딩은 확실히 여러 감정을 낳았다. 해피엔딩이지만 씁쓸한 뒷맛을 감출 수 없었다.
어쩌면 영화 속 건우가 외치는 "손해보면서 살면, 착하게 살면 어때"라는 대사는 그런 쓴맛에서 나온 절규였을 터다. 본인 역시 건우처럼 착하게 살고 있다는 강동원. 착한 사람이 대우 받지 못하고, 오히려 살아가기 힘든 세상 속에 '골든슬럼버'라는 상찬을 내놓은 강동원과의 대화를 이 자리에 전한다.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7년 반이나 걸린 것 같다. '초능력자' 무대 인사 할 때 쯤 연을 맺었으니까..., 정말 우여곡절이 많았다.
우여곡절이라 한다면 결국 판권?
미국에서 사간다고 하니 오래 걸릴 수 밖에 없었다. 초고는 2011년에 받았던 거 같다. 그때부터 작품의 방향성을 이야기 했었는데..., 초고부터 워낙 잘 나왔었다. 많은 이야기를 할 게 없었다.
작품의 제안부터 함께 밟아 나간 것은 '골든슬럼버'가 처음일 터다.
맞다. '1987'의 경우 시나리오 쓰고 있을 때 여러 이야기를 했고, '전우치'의 경우도 감독님과 이야기를 하다가 "재미있겠네요. 시나리오는요?"라고 답했던 거였다. 그랬더니 "시나리오는 이제부터 써야지"라고 하셨다. 하하. 그런데 그 시나리오가 1년이 더 걸렸다. 덕분에 전 산에서 나무를 깎았다. 그땐 산으로 출퇴근 하면서 목공 배우는 게 일이었다.

그렇게 나온 '골든슬럼버'다. 소감은 어땠는지?
원작은 엔딩이 찝집하게 끝난다. 그걸 너무 해소하고 싶었다. 너무 주인공이 안쓰러웠다. 소설에서야 그런 엔딩이 여운도 있을 것 같았지만, 영화가 그렇게 끝나니 너무 불쌍했다. 결국 권력을 이길 수는 없다는 거니까. 그 부분이 해소 되서 너무 좋다.
동감한다. 그리고 주인공의 입장을 더 대변한다. 착하게 사는 사람은 존중 받아 마땅하다.
저는 잘 살고 싶다. 대단한 것이 아니라 남에게 피해를, 상처를 주지 않고 살고 싶다. 그래서 제가 항상 잘 하는 이야기가 있다. "손해보고 살면 어때요"라는 말이다. 제가 그런 말을 자주 해서 영화에 들어간 건지도 모르겠다. 친구들, 혹은 주변과 말을 하다보면 그 말을 참 자주 한다. 너무 계산하고 살 필요가 없는 것 같다.
그만큼 세상은 착한 사람이 살기 힘들어서 그렇다. 그래서 착한 사람의 수도 줄어드는 것 같다.
하지만 분명히 있다. 진짜 착한 사람은 정말 있다. 저도 착한 사람이다.
와..., 본인 입으로 그런 말 하기 힘들다.
하하. 제 주변은 다 인정해 주는 것 같다. 제 생각에도 그렇다. 20대 때는 치열하게 사느라 까칠하기도 했다. 일을 일찍 시작했고, 거기서 살아남아야 했으니,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서른 넘어서는 여유가 꽤 생겼던 것 같다. 어느덧 38년을 살아왔는데, 그러다 보니 '잘 사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유가 생겼다는 건 세월의 연륜에서 오는 여유일까, 아니면 경험의 경륜에서 오는 여유인 걸까?
후자, 경험에서 오는 것 같다. 나이를 먹어도 늘 똑같은 사람도 있고, 오히려 더 못 되지는 사람도 있다.
착함을 인정해주는 친구들이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골든슬럼버'의 속 건우의 친구들도 그랬다.
제가 친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스타일인 거 같다. 서른 넘어서 부터는 '내가 나이 들어 대화할 친구가 없다는 건 조금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속상할 때 무슨 말이든 할 수 있는 친구'에 대한 생각이 더 커졌다. 그런데 나이를 먹으면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친구가 점점 줄어든다. 그래서 늘 만나는 친구만 만나게 되고, 무엇보다 애들도 나이를 먹더니 꼰대가 돼간다. 지금도 고등학교 동창은 1주일에 한 두 번은 꼬박 만나고 있다.

'골든슬럼버'에도 친구가 있어 화제가 됐다. 김성균 씨와 김대명 씨, 그리고 강동원 씨가 무려 동갑내기다.
애들이 진짜 착하다. 잘 맞는다. 성균이랑은 ‘군도’ 때부터 알았다. 성균이가 ‘군도’에서 제 등을 죽창으로 구멍을. 하하. 그때부터 계속 친했던 건 아니고, 뒤풀이에서 만나면 술 한 잔 기울이는 사이였다. 그런데 이번엔 진짜 친해진 거 같다. 사실 이번에 다 같이 촬영할 일이 거의 없었다. 성균이나 대명이랑은 5일 정도, 효주 씨랑은 이틀 정도였다. 특히 효주 씨랑은 ‘골든슬럼버’ 땐 서먹서먹했다. ‘인랑’에 가서야 같이 하는 분량이 많아서 편해진 것 같다.
단톡방이 굉장히 활성화 돼있다던데?
처음엔 일 용도로 만들었다. 그런데 일 이야기를 할 게 없어지면서, 점점 헛소리를 하기 시작하니까 감독님이 나가고, 효주 씨도 나가고, 전부 나가서 저희 세 명하고 PD가 남았다. 그 방에서 서로 위로도 하고, 욕도 하고 그런다. 그런데 의성 선배님이 “너희만 친구냐”고 하셔서 초대해 드렸다.
김의성 씨와는 어땠는지? 가장 오랜 시간 함께 했을 텐데.
아무래도 가장 촬영을 많이 했다. 예전부터 작품을 같이 했었지만,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선배님이 “넌 참 친해지기 힘든 스타일”이라고 했다. 그 이유는 “연예인의 밝음이 없어서”란다. 도대체 연예인의 밝음이 뭔지 알고 있다면 알려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의성 선배님하고는 이번 작품하면서 친해졌다. 시간이 맞아서 중간에 친한 친구 한 명 껴서 세 명이 외국도 함께 다녀왔다. 그러면서 더 친해졌다. 의성 선배님이 권위적인 면이 전혀 없으시다. 친구처럼 지낸다. 제가 짓궂은 질문도 잘 던진다. 예를 들면 어제도 일 끝나고 가볍게 맥주 한잔을 했는데, 들어가려 하시길래 “들어가도 기다리는 사람 없으시잖냐”면서 붙들었다. 하하.
이번 영화에서 1인2역을 연기했다. 감독의 말로는 강동원 씨의 왼쪽 얼굴과 오른쪽 얼굴이 서로 달라 그 지점을 드러내고 싶었다던데.
확실히 다르다. 제가 오른쪽 얼굴이 감정 표현도 훨씬 안 된다. 연기할 때도 오른쪽 앵글은 두 배 정도 힘을 줘서 연기해야 한다. 저도 연기하다 알았다. 똑같이 열심히 했는데 이상하다고 했다. 그래서 지켜보니 확실히 오른쪽이 덜 움직였다.
‘골든슬럼버’의 긴 여정엔 영화사 집이 있었다. 그간 영화사집과 많은 작품을 했는데, 강동원에게 이유진 대표란?
처음 ‘골든슬럼버’를 이야기할 때 참 해맑게 제안했었다. 그런데 실제로 비슷한 일이 생길 수 있는 세상이라는 걸 알게 돼니 무섭다는 이야기도 했었다. 이유진 대표는 항상 믿을 수 있는 분이다. 친분을 묻는다면 (잠시 생각한 후) 그건 딱히 모르겠다.
꽤 오랜 인연인데, 이유진 대표가 서운해 하겠다. 이런 부분이다. 연예인의 밝음이 없다는 건.
하하. 그런가보다. 둘이 따로 만나는 일이 없어서 그렇게 이야기한 거다. 보통 사무실에서 만난다. 딱 한 번 저녁을 먹은 사이다. 10년을 같이 했는데도 밥 한 번 먹기 힘든 사이다. 워낙 절 잘 아시기에 제 플랜을 제시해주시기도 한다. 영화계에 있는 큰 누나 같은 분이다.

오랫동안 준비해 온 해외 진출도 조금씩 꽃이 피고 있다.
데뷔 때부터 운이 좋았다. ‘외국 작품도 해보고 싶다’라는 바람이 있었는데 이뤄졌다. 좋은 경험이될 것 같다. 다만 꼭 해외 진출을 염두로 무엇을 하진 않는다. 스케줄이 맞으면 그 작품을 하려고 한다. 거기에 국적의 구분은 없다. 일단 외국 작품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어서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다. 작년부터 오디션을 보기 시작했다. 사실 한국 남자, 그리고 아시아 남자에게 주어진 롤이 많이 없다. 그래서 오디션을 많이 보진 못했다. ‘쓰나미 LA’의 역할은 정의로운 서퍼다. 사람을 구하러 다니는 멋진 청년 역할이다. 아! 제가 외국 촬영 간다고 했더니 다들 구경 오겠다고 했다. 특히 성균이는 자기 언제 데려 갈 거냐고, 애들 보고 짐 다 싸놓으라고 했단다.
배우로서 이 영화계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를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어느 정도 수준의 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는 위치인 거 같다. 그렇다고 엄청난 자본도 아니다. 영화사집을 바탕으로 ‘골든슬럼버’를 만들 수 있는 정도의 영향력이다.
여러 도전들을 하고 있다. 연기 외에 다른 부분을 준비하는 게 있을까?
시놉도 써보고, 기획도 해본다. 다만 연출은 손 대지 않는다. 연출은 공부부터 실현까지 해내려면 3년은 연기를 멈춰야 할 거다. 불가능한 영역이다.
시놉이라면 어떤 장르일까?
휴먼도 있고, 멜로도 있다. 그런데 제가 한 번 다른 사람에게 보여준 적 있는데, “넌 이렇게 사람을 못 믿냐” “사랑에 대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라는 답만 돌아왔다. 냉소적이고, 허무하고, 염세적이라고 했다. 정말 그렇게까지 평을 할 지는 몰랐는데, 정말 냉정한 친구들이다. 하하.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저작권자 © 제니스글로벌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