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 ‘비나제이’ 비나 정 디자이너 "잘 때도 섹시해야죠"
[단독인터뷰] ‘비나제이’ 비나 정 디자이너 "잘 때도 섹시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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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오지은 기자] “저는 잘 때도 스타일리시할 수 있는 란제리를 만들 거예요”

과거 살짝 드러나기만 해도 괜히 부끄럽고 숨기기 급급했던 것이 란제리였다. 하지만 어느덧 란제리는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주목받았고, 노출의 계절인 여름에는 브래지어가 훤히 드러나는 옷이 스트리트를 장식한다.

이 트렌드를 이끈 사람이 바로 국내 최초의 란제리 디자이너 비나 정이다. 프랑스 유학 당시 케이티 페리, 앰버 허드 등 할리우드 셀럽들에게 러브콜을 받은 비나 정 디자이너는 ‘란제리 황무지’였던 대한민국에 발을 내디디며, 국내 란제리 시장을 이끌었다.

최근 섹시한 란제리와 스트랩으로 가득한 비나제이의 쇼룸에서 제니스뉴스와 비나 정 디자이너가 만났다. 비나 정 디자이너가 어떻게 비나제이를 론칭하게 됐는지부터 1세대 란제리 디자이너로서 겪었던 어려움까지 솔직하게 털어놓은 이야기를 지금 공개한다.

Q. 비나제이의 시작이 궁금해요.
남이 안 하는 걸 하고 싶었어요. 하하. 원래 제가 란제리 디자인을 전공하기도 했고, 당시 한국에 란제리 디자이너 브랜드가 없었어요. 또 란제리를 통해 한국 여성들에게 당당함을 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급 귀국했고, 무작정 란제리 시장에 뛰어들었어요. 시장을 뚫는 게 정말 어렵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란제리도 패션이다’라는 것을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계속 도전했어요.

Q. 비나제이를 지금까지 이끌 수 있었던 비결은 뭔가요?
패션에 민감한 여성분들 덕분이에요. 그분들이 SNS 셀카 후기 사진을 하나둘씩 올리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마케팅이 됐던 것 같아요. 많은 돈을 투자하며 어렵게 하는 것보단 고객들의 자발적인 배포가 비나제이의 성장 요소라고 할 수 있죠.

Q.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을 것 같아요.
‘새로운 걸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해요. 타이틀이 부담스럽기보단 ‘비나제이는 다르구나’를 항상 보여주고자 하는 것에 대한 부담은 있어요. 

Q. 국내 최초로 란제리 컬렉션을 열기도 했어요.
쇼는 시즌 별로 꾸준히 진행하는 편이에요. 한국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컬렉션을 해오고 있어요. 쇼도 우리의 것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인플루언서와 협력해 재미있는 쇼를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지난 시즌에는 유튜버인 박막례 할머니와 함께 했어요.

란제리 브랜드라 대부분 20, 30대가 좋아할 거라 생각하시는데, 사실 저희 고객은 65세까지 있어요. 여자는 나이 상관없이 섹시하고 싶고 어필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어요. 하하. 그걸 보여드리고 싶어서 박막례 할머니와 함께하게 된 거예요. 엄마와 딸이 함께 입기 좋은 속옷을 어필하고 싶었거든요.

Q. 쇼룸 오픈도 란제리 디자이너 브랜드 중에서 최초예요.
‘고객과 접점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오픈하게 됐어요. 많은 분들이 피팅을 원하셨는데, 작업실에서 피팅을 하는 건 어려운 점이 많더라고요. 또 고객이 원하는 게 뭔지 정확하게 듣고 싶었어요.

제가 처음 디자인을 시작했을 때 지금의 비나제이처럼 리본을 달거나 귀여운 것을 만들지 않았어요. 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디자인만 할 수 없더라고요. 그런데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려고 보니 정보가 많이 부족했어요. 그래서 정보 수집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제가 최근 ‘스타일퀴즈’라는 데이터 수집 프로그램을 비나제이 홈페이지에 적용했어요. 고객들이 원하는 스타일과 트렌드를 선택함으로써 그들이 원하는 디자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거예요. 고객 맞춤형으로 가다 보니 전체적인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지만, 앞으로 고객 맞춤 아이템을 보일 수 있을 것 같아 만족해요.

Q. ‘비나제이’하면 스트랩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어떻게 스트랩에 집중하게 됐나요?
론칭 당시 비나제이의 콘셉트가 ‘페티시즘(Fetishism)’이었어요. 페티시즘을 유지하면서 속옷, 수영복 구분 없이 즐길 수 있는 아이템을 만들고 싶었어요. 여러 디자인을 찾다가 스트랩에 주목하게 된 거예요.

두 가지로 활용할 수 있다 보니까 처음에는 가격대가 높았어요. 많은 고객들이 부담스러워했지만, ‘비싼 하나를 사더라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고객분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쉬지 않고 계속 디자인을 개발 중이에요. 스트랩도 하나가 아니라 여러 스트랩으로 바꿀 수 있는 디자인을 꾸준히 선보일 예정이에요.

Q. 스트랩 외에도 어떤 디자인에 도전하고 싶나요?
스트랩 브라는 비나제이의 시그니처 아이템으로 계속 갈 거예요. 지금까지는 겸용으로 사용하는 제품에 주력했다면, 이제는 정통 란제리와 정통 비키니처럼 겸용이 아닌 정통 아이템도 다루고 싶어요. 그리고 피트니스 라인도 생각 중이에요.

저는 비치웨어와 스포츠처럼 모든 패션의 시작은 브라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언더웨어는 물론 다양한 제품군을 다루면서 패셔너블한 여성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선보일 거예요. ‘잘 때도 스타일리시하게’ 그게 제 목표예요.

Q. 국내 최초의 란제리 디자이너로서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 한다면?
모든 패션 업계가 마찬가지지만 색이 명확해야 해요. 사실 ‘란제리’라는 단어 특성상 여성 의류에 비해 이목을 끌기 쉬워요. 그렇다 보니 처음 시작은 과감하고 본인이 원하는 색을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해요. 대중적인 속옷은 내가 아니더라도 너무 많기 때문에 디자이너의 특성이 잘 보이는 과감한 스타일로 자리매김을 한 뒤에 상업화해도 늦지 않아요.

Q. 디자이너로서 비나 정의 목표는 뭔가요?
먼저 비나제이를 속옷, 비키니 산업을 이끄는 브랜드로 만들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탄탄한 시스템이 밑바탕이 돼야 해요. 그래서 요즘 물류센터나 생산팀같이 전반적인 시스템을 바로잡는 작업을 진행 중이에요.

두 번째 목표는 고객의 마음을 잘 아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많은 디자이너들이 고객이 원하는 디자인과 자신이 하고 싶은 디자인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껴요. 그걸 잘 조율하는 게 디자이너의 능력인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에는 그 점이 너무 힘들었어요. 이제는 고객 정보를 잘 모아서 듣고 분석하는 것의 중요성을 알게 됐고, 이제는 저도 정보에 바탕을 두고 고객이 원하는 제대로 된 제품을 출시하고 싶어요.


영상=심원영 감독 simba@, 임진우 감독 wls@, 임상우 감독 isw@
그래픽=엄윤지 디자이너 umyji@
사진=비나제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