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치즈인더트랩' 오연서 ① "오글오글? 사랑은 다 그런 것"
[Z인터뷰] '치즈인더트랩' 오연서 ① "오글오글? 사랑은 다 그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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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말 그대로 만찢녀다. '만찢녀'는 '만화책을 찢고 나온 여자'라는 신조어다. 오연서는 웹툰 '치즈인더트랩'이 인기를 끌 때부터 현실 속 '홍실'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던 배우였다. 남자 주인공인 '유정'에는 박해진이 꼽혔다. 놀랍게도 전혀 이견이 없는 가상 캐스팅이었다.

그래서 '치즈인더트랩'이 드라마로 만들어졌을 때 본의 아니게 캐스팅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유정' 역에 박해진이 캐스팅 됐기에 더욱 그랬다. 그래서 영화 '치즈인더트랩'은 소중하다. 마니아들이 원했던 꿈의 캐스팅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심엔 만찢녀 오연서가 서있다.

사실 원작과 드라마, 두 작품이나 먼저 선보여진 작품이기에 세 번째로 홍설을 보여줘야할 오연서의 부담은 상당했을 터다. 하지만 외모의 싱크로율이 주는 효과는 생각보다 대단했다. 오연서의 표정과 움직임, 그리고 대사는 웹툰 속 홍설의 재림이었다.

그렇게 홍설을 현실로 불러온 오연서와 제니스뉴스가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홍설의 붉은 머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마치 홍설과 대화를 나누는 듯했던 즐거운 시간을 이 자리에 전한다.

봄날에 보기 좋은 작품이 나왔다. 영화를 본 소감은?
데이트 무비고, 봄에 잘 어울리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특히 로맨스니까. 물론 중간에 놀랄 수 있는 스릴러 요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요즘엔 사랑에 빠지는 시간이 빠르다. 드라마나 영화도 만나자 마자 키스도 하고, 빠르다. 우리 영화는 조금 느리게 다가가지만 그래서 더 설레는 거 같다. 저도 설레는 느낌으로 봤던 거 같다.

원작 웹툰이 있고, 드라마도 있었다. 분명 부담됐을 작품이다.
맞다. 부담이 컸다. 원작이 있다는 게 특히 그랬다. 원작이 있으면 그것을 본 사람마다 상상하는 장면이 다 다르다. 드라마도 사랑을 많이 받았다. 그럼에도 영화를 선택했던 것은 영화를 하고 싶은 찰나에 제의가 들어왔고, 홍설의 시점으로 풀어낸 것도 흥미로웠다. 팬들의 기대감을 100% 충족시킬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저만의 홍설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다. 일부러 드라마도 안 봤다. 무의식 중에 좋은 점은 비슷하게 하려고 할 수 있고, 반대로 다르게 한다고 피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안 봤다기 보다는 못 보게 된 것 같다.

당초 홍설에 최적화 된 배우로 수많은 추천을 받았다. 어쩌면 만찢녀의 전형이다.
많이 닮았다고 하시는데, 눈매가 닮은 걸까? 하하. 일단 만화를 닮았다는 건 칭찬이니까 기분은 좋다. 그래도 더 싱크로율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메이크업이나 헤어가 그랬다. 하지만 외형이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은만큼, 연기로 충족시켜야 한다는 부담도 더 컸던 것 같다.

외모가 비슷하다면 성격은 얼마나 닮았을까?
홍설이는 예민한 사람이다. 생각도 많고, 눈치도 많이 본다. 늘 복통을 앓고 살아간다. 하지만 전 단순한 사람이다. 감정의 폭도 더 크다. 생각은 많지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는 스타일이다. 고민이 있어도 잠도 잘 자고, 밥도 잘 먹는다. 마음 속에 담아두는 걸 피곤해하는 편이다. 빨리 풀고, 해결하고, 다시 고민하는 스타일이다. 

연기를 하면서 신경 썼던 부분은?
유정을 불편히 여기다가 사귀는 과정으로 흘러간다. 그 지점이 웹툰이나 드라마보다 더 압축됐다. 긴장감을 해소하고, 사랑에 빠지고, 그러다 또 다른 고민을 하게 되는 걸 짧은 시간에 그려내야 했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 엄청난 감정의 진폭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또 우리 영화가 시간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래서 관객 중에는 어려워하실 분들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행히도 그럴 때 마다 내레이션이 있어서 연기에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역시 긴 이야기다 보니 영화가 드라마보다 친절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어려웠다.

언론시사회 때 박해진 씨가 말하기를 실제로 어색한 사이에서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이 영화에도그대로 담겨서 좋다고 했다. 처음엔 많이 어색했나 보다.
오빠가 워낙 예의 바르시다. 아직도 호칭이 연서 씨다. 그냥 이름을 부르면 편해질까봐 싫어하신단다. 덕분에 미묘한 긴장감이 끝까지 있었던 것 같다. 반면 기웅 오빠는 편하게 대하는 스타일이다. 그런 부분들이 연기에 녹아났던 것 같다.

사실 박해진 씨는 오연서 씨랑 “친하다”라고 말하고 싶은데, 그렇게 말했다가 오연서 씨가 “안 친하다”고 하면 무안할 거 같아서 못하겠단다.
아닌데, 우리 친하다. 정말 친하다. 하하. 사실 해진 오빠는 차가울 거라 생각했다. 배우라면 더 그렇게 느끼면 안 되는 건데, 아무래도 사람이니까 상대가 지금까지 했던 배역의 이미지가 먼저 다가온다. 하지만 정말 잘 챙겨주셨다. 말도 없는 편일 거 같았는데, 말씀도 많이 하신다. 아는 것도 정말 많아서, 많이 물어봤다. 정말 따뜻하신 분이어서 좋았던 것 같다. 

산다라박 씨하고도 많이 친해졌다고 들었다.
제가 원래 언니를 더 친하게 다가가는 스타일이다. 뭔가 동생들은 어렵다. 제가 연장자일 땐 아무래도 더 좋은 사람으로 보여야 할 거 같다. 하지만 언니들에겐 기댈 수 있다. 이번에 다라 언니랑은 붙는 신이 많아서 더 친해질 수 있었다. 그런데 인영 언니랑은 붙는 신이 많이 없어서 아쉬웠다.

감독과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다. 여타 작업과 다른 점이 있었다면?
편한 부분들이 확실히 있었다. 그래도 감독님이라는 존재는 너무 편한 존재는 아니다. 그래도 세대가 비슷해서 말이 더 통하는 부분은 확실히 있었다. 세대 차이가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아무래도 같은 세대를 공유했다는 건 서로 통하는 지점이 많다. 

만화가 원작이고, 로맨스 장르라 연기하면서 오글거리는 신도 있었을 거다.
유정 선배가 "설아 안녕" 하는 신? 뭔가 챙피했다. 하하. 사랑하면 모든 것들이 특별해지는 거니까 이해는 됐다. 사랑은 다 그런 거 같다. 한 발짝 뒤에서 보면 유치한 것 투성이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면 다 예뻐 보인다. 

그래도 확실히 오그라드는 부분은 많았다. 특히 대사가 그랬다. 제가 처음 치마를 입었을 때 유정 선배가 "오늘 너 예쁘다"하는 말하는 건 정말 심했다. 하필 그날이 우리 둘의 첫 촬영이라 더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그 신을 뺄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도 여성 관객들은 좋아하실 것 같다. 실제로 남자친구들이 여자친구에게 그런 말을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 '눈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는 식의 입장은 됐다. 다 알고 있어도 직접 듣는 게 좋다.

오글거리는 거 또 하나 더, 클로우즈 신이 많았다. 큰 스크린으로 바라보는 자신의 의 확대된 얼굴을 보는 기분은?
그 정도로 많이 나올 줄은 정말 예상조차 못했다. 너무 많았다. 그래도 보정을 잘 해주셔서 다행이었다. 확실히 스크린으로 보는 건 집에서 TV로 볼 때와 다르다. 일단 예쁘게 잘 나와서 개인적으로는 기분이 좋았다.

배우 오연서에게 '치인트'란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제가 나중에 나이가 많이 들었을 때 보면 참 좋을 것 같다. 저의 젊음의 한 페이지, 청춘의 한 페이지가 담긴 작품 같다. 청춘의 끝자락인 느낌도 든다.

나중에 아이에게 보여주면 뿌듯할 것 같다.
엄마가 됐다면 꼭 같이 보고 싶다. 엄마도 저렇게 에너지 넘치고, 싱그러울 때가 있었다는 걸 보여줄 거다.

▶ 2편에서 계속

 

사진=리틀빅픽처스

권구현 기자
권구현 기자

kvanz@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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