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말 그대로 만찢녀다. '만찢녀'는 '만화책을 찢고 나온 여자'라는 신조어다. 오연서는 웹툰 '치즈인더트랩'이 인기를 끌 때부터 현실 속 '홍실'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던 배우였다. 남자 주인공인 '유정'에는 박해진이 꼽혔다. 놀랍게도 전혀 이견이 없는 가상 캐스팅이었다.
그래서 '치즈인더트랩'이 드라마로 만들어졌을 때 본의 아니게 캐스팅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유정' 역에 박해진이 캐스팅 됐기에 더욱 그랬다. 그래서 영화 '치즈인더트랩'은 소중하다. 마니아들이 원했던 꿈의 캐스팅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심엔 만찢녀 오연서가 서있다.
사실 원작과 드라마, 두 작품이나 먼저 선보여진 작품이기에 세 번째로 홍설을 보여줘야할 오연서의 부담은 상당했을 터다. 하지만 외모의 싱크로율이 주는 효과는 생각보다 대단했다. 오연서의 표정과 움직임, 그리고 대사는 웹툰 속 홍설의 재림이었다.
그렇게 홍설을 현실로 불러온 오연서와 제니스뉴스가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홍설의 붉은 머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마치 홍설과 대화를 나누는 듯했던 즐거운 시간을 이 자리에 전한다.
대학교에서 촬영을 했다. 학창 시절이 스쳐갔겠다.
학기 중에 찍었다. 밤 촬영도 있어서 죄송할 때도 많았다. 요즘 대학생들은 공부를 굉장히 열심히 했다. ‘나도 저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긴 했는데, 과제하고, 시험 볼 생각을 하니 숨이 턱턱 막혔다. 하지만 CC들을 보는 건 참 좋았다. 같이 과잠 입고 다니는 모습이 싱그러고 정말 좋았다. 강의실도 오랜만에 앉아 보니 느낌이 새롭고 좋았다. 대학이라는 건 설렘을 주는 공간인 것 같다.
그럼 학교 다닐 때 공부를 굉장히 열심히 하진 않았다는 이야기?
저흰 실기 수업이 많았다. 하하. 열심히 한다고 잘 되는 과목은 아니었던 것 같다. 뭐랄까, 대학 생활은 자유가 많은 대신 책임질 것도 많았다. 당장 고등학교 때처럼 출석 안 했다고 혼나진 않는다. 그래서 제겐 더 어려웠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홍설의 대학생활과 자신의 대학생활이 닮아있는 부분도 있었을텐데.
영화에서 구두 바라 보는 신이 있다. 그게 굉장히 공감됐다. 20대 초반엔 가지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다. 여행도 가고 싶고, 사고 싶은 것도 많고, 해보고 싶은 것도 많다. 하지만 돈은 없다. 그래서 멍하니 바라만 본 적도 있다. 가계부 아닌 가계부도 써봤다. ‘오늘은 돈이 없으니까 김밥-라면 아닌 라면만 먹어야겠다’라는 고민도 해봤다. 그래서인지 그 모습이 참 아련했다. 그래서 지금 내 모습이 고맙기도 했다. 현장에서 ‘연서 씨는 그런 경험 없지 않아요?’라길래, 아니라고 반박해줬다. 아마 지금의 20대는 더 많은 고민일 거다. 등록금도 더 비싸고, 물가도 훨씬 올랐다.

CC가 부러웠다고 했는데, 실제 유정 선배 같은 스타일이 있다면?
그런 사람과는 힘들다. 전 완벽한 남자에 대한 로망이 없다. 별로 멋있다고도 못 느낀다. 오히려 조금 빈틈 있고, 실수도 하는, 사람 냄새 나는 사람이 좋다. 서로에게 못난 부분을 보여주는 게 좋은 거 같다. 완벽한 사람을 만난다는 건 참 힘들다.
그럼 인호 스타일?
인호는 너무 폭력적이다. 말로 할걸 주먹부터 날라온다. 굳이 고르자면 은택이 같은 남자가 좋다. 화 낼 때 대신 내주고, 옆에 있어주는 남자다.
역시 오연서는 로맨스와 잘 어울린다.
로코나 멜로를 좋아한다. 무서운 거 못 보고, 잔인한 거 못 본다. 좋아하는 장르를 할 수 있는 건 행복인 거 같다. 하지만 다른 장르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사실 여러가지를 시도하는 중이다.
그래도 로맨스를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 요즘 충무로엔 로맨스 영화를 찾아보기 힘들다.
어렸을 땐 로코와 멜로가 정말 많았다. 제가 그걸 보고 자란 세대다. 분명 지금도 로코와 멜로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을텐데, 흥행적인 문제 때문에 어두운 작품들이 많은 것 같다.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제가 배우여서가 아니다. 영화를 보는 사람에게 가장 좋을 일이다.
스크린에서 계속 얼굴을 보고 싶다.
저도 영화는 계속 도전하고 싶다. 1년에 한 작품씩은 꼭 하고 싶은 바람이다. 흥행 여부야 하늘의 힘일테니 계산할 것이 못 되고, 전 분량도 상관 없다. 캐릭터만 좋으면 좋다. 영화를 보면 두 신, 세 신만 나와도 그 배우가 기억이 날 때가 있다. 작게 나왔다 해도 그 신이 관객의 인생의 한 장면이 될 수 있는 거다. 그런 게 참 좋다.
그럼 오연서에게 인생의 한 장면이 있다면?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왈츠추는 장면, 아니면 엔딩에서 번지점프하는 장면도 좋다. 음악이 참 좋은 영화고, 소재도 당시엔 파격적인 소재였다. 대사도 정말 좋았다. 당시 파격적인 소재였다. 대사도 참 좋다. "숟가락은 왜 ㄷ 받침이고, 젓가락은 ㅅ 받침일까"라고 묻는 신, 그 신이 참 좋았다.
저도 좋아하는 영화다.
드라마나 음악과 달리 영화는 영화간에 직접 가서 본다. 그래서 그때를 기억한다. 무슨 옷을 입고 갔는지, 어느 극장에 갔는지, 누구랑 봤는지, 내가 몇 살이었는지, 그 추억이 남는다는 게 참 좋다. 이번 '치즈인더트랩'도 누군가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드라마도 마쳤고, 이제 곧 '치인트' 홍보일정도 끝난다. 오랜만의 휴식이다.
여행을 가고 싶다. 따뜻한 날을 너무나도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 올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던 것 같다. 사실 드라마는 체력적으로 힘들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번엔 피로보다 추위 때문에 힘들었다.
운동도 해보고 싶다. 선배님들이 운동을 열심히 하시는데 처음엔 미용 목적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체력을 위해서였다. 사진도 찍어보고 싶다. 집 주변을 취미로 찍어보려 한다.
사진=리틀빅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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