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가상 모델부터 홀로그램까지’ 패션계에 물든 가상현실, 어떻게 변할까?
[기획] ‘가상 모델부터 홀로그램까지’ 패션계에 물든 가상현실, 어떻게 변할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니스뉴스=오지은 기자] 최첨단 디지털 기술이 패션계를 물들이고 있다. 최근 증강현실(AR), 인공지능(AI), 홀로그램 등 가상 시스템을 적용한 패션이 주목받고 있다.

이에 제니스뉴스가 패션계에 영향을 미친 가상현실이 앞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에 대해 알아봤다.

▶ 인간 모델을 위협하는 가상 모델?

매끄러운 피부와 완벽한 이목구비, 날씬한 몸매와 큰 키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은 슈두 그램이 ‘핫’하게 떠오르고 있다. SNS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슈두 그램은 최근 가수 리한나의 뷰티 브랜드인 ‘펜티 뷰티’의 립스틱 모델로 발탁되며 더욱 화제를 모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해 보이는 슈두 그램은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모델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으나, 그는 단 한 번도 패션쇼 무대에 올라본 적이 없다. 사실 슈두 그램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낸 가상 모델이기 때문.

슈두는 영국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사진작가 카메룬 제임스 윌슨의 작품이다. 그는 패션업계에서 10여 년간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3D 이미지 처리 기술을 이용해 슈두를 만들어냈다.

그는 앞서 한 인터뷰에서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을 모아 슈두를 만들어냈다. 슈두는 내 창작에 대한 열정을 구체화 한 대상이라고 보면 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슈두에 이어 떠오르는 가상 모델이 있다. 19살 모델 릴 미켈라가 그 주인공. 릴 미켈라는 SNS에서 81만 명이 넘는 팬을 보유한 인기 모델이다. 특히 그는 지난해 첫 싱글 ‘낫 마인(Not Mine)’을 발매하며 가수로 데뷔하기도 했다.

미켈라는 슈두에 비해 다소 어색한 외모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그는 내로라하는 명품 브랜드의 옷을 다양하게 믹스 매치하며 패션 피플의 이목을 집중시킬만한 데일리룩을 공유하고 있다. 또한 팬들과 활발한 소통을 하면서 다른 인플루언서 못지않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슈두와 미켈라의 활약에 지난 1998년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사이버 가수 아담이 재조명 받고 있다. 아담은 당시 일본계 의류 브랜드 나이스크랍의 지원으로 왼쪽 가슴에 브랜드 로고가 새겨진 옷을 입고 방송에 출연했다. 그는 함께 활동할 여성 모델을 공개 모집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고, 자연스럽게 나이스크랍도 주목받았다.

▶ 이제 패션쇼까지 가상현실에서

어떤 옷이던 완벽 소화하며 디자이너의 뮤즈로 활동하는 모델. 앞으로 런웨이를 직접 걷는 모델을 보는 일이 어려워 질지도 모른다. 지난 23일 홍혜진 디자이너가 전개하는 ‘더 스튜디오 케이’가 서울패션위크 기간에 맞춰 ‘리얼 페이크(Real Fake)’ 쇼를 오픈했다.

"어릴 적부터 과학자가 꿈이었다"는 홍혜진 디자이너는 지난 시즌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 기술을 접목한 쇼에 이어, 이번 시즌에는 미디어 아티스트 빅터 장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가상의 홀로그램 패션쇼를 개최했다.

23일 0시 영상 공개와 동시에 관객들은 스마트폰 위의 피라미드 구조 안에서 펼쳐지는 홀로그램 3D 영상을 통해 원하는 시간과 공간에서 모델들의 런웨이를 감상할 수 있었다. 패션쇼를 위해 설계된 미니 홀로그램은 다면 반사체를 이용한 3D 홀로그램 원리를 모바일 폰에서 구현할 수 있도록 축소 설계한 기술을 적용했다.

이로 인해 관객들은 다면 반사체를 통해 모델의 정면, 좌우면, 후면 모든 방향에서 더 스튜디오 케이의 의상을 감상할 수 있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제 패션업계에서 가상현실을 찾아보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는 온라인 쇼핑으로 소비 트렌드의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쇼핑 시 직원과의 접촉을 줄이는 언택트(Untact) 소비가 주목받는 등 오프라인 매장만큼 온라인 매장이 갈수록 영향력이 커지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증가하는 가상 시스템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의 퇴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최근 일부 패션 브랜드에서는 오프라인 매장에 AR을 접목한 피팅 시스템을 구축해 직접 입어보지 않아도 피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는 한 매장에 고객의 얼굴을 인식해 성별과 연령대를 파악한 뒤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는 AI 시스템을 적용하기도 했다.

이처럼 가상현실이 온, 오프라인과 만나 시너지를 발휘한다면 소비자의 더욱 편리한 소비 생활과 브랜드의 인건비 절감을 돕는 등 모두가 웃는 패션업계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패션업계와 만난 가상현실이 어떤 시너지를 낼지, 어떤 새로운 아이템을 선보일지에 많은 관심이 모인다.

 

사진=슈두 그램, 릴 미켈라 SNS, 더 스튜디오 케이, 네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