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예쁜 누나’ 정해인 ① “진짜 사랑? 용기, 그리고 대화”
[Z인터뷰] ‘예쁜 누나’ 정해인 ① “진짜 사랑? 용기, 그리고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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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그야말로 2018년 최고의 대세로 떠올랐다.

배우 정해인은 지난 1월 종영한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유대위로 눈도장을 찍더니, 2월에는 영화 ‘흥부 글로 세상을 바꾼 자’로 바쁜 행보를 이어갔다. 그리고 따뜻한 봄처럼 설레는 기운을 담은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이하 ‘예쁜 누나’)’로 ‘멜로장인’, ‘국민 연하남’의 타이틀을 얻으며 뜨거운 인기를 모았다. 정해인의 ‘열일’로 얻은 값진 성과다.

제니스뉴스와 정해인이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예쁜 누나’ 종영 인터뷰로 만났다.

“촬영 남은 날짜를 생각하면서 안 끝났으면 하는 작품이 처음이었어요. 작품이 끝난 후엔 허전하지만 시원하고 후련한 감정이 있기 마련인데요. 이번 작품은 그 어떤 말로도 제 마음을 표현하기 부족할 것 같아요. 많이 허해요. 그만큼 이 작품에 많이 집중했고 사랑한 것 같아요”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정해인은 극중 맡은 역할인 서준희에 빠져 있다고 했다. 오는 7월 일본 방영을 앞두고 프로모션을 다녀왔고, 종영 인터뷰 및 밀린 스케줄을 진행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냈다. 이후 ‘예쁜 누나’ 배우 및 제작진들과 함께 포상 휴가도 갈 예정이다.

“작품이 끝나면 저만의 시간을 가지고, 비워내는 시간이 필요하기 마련인데요. 이번 작품은 아직 그럴 시간이 없었어요. 밀린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하루도 쉬지 못했거든요. 물론 이렇게 바쁘게 열심히 살면 작품이 잊혀질 줄 알았는데, 문득문득 크게 저한테 오더라고요. 지금 여기 서준희가 앉아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웃음). 내일부터 정해인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해볼 거고요. 포상휴가를 다녀오면 더 정해인으로 지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정해인에 ‘예쁜 누나’는 첫 주연작이었고, ‘멜로퀸’으로 불리는 손예진과 호흡을 맞춘 데다, 이번을 계기로 대중적인 인지도가 급증했기에 의미가 남달랐을 터다.

“포털 사이트에 제 이름만 검색해도 다르더라고요. 기사 올라오는 숫자도 많아지고, 저의 모든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하고 계신 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어요. 동네에 돌아다닐 때, 아주머니들이 ‘너무 드라마 잘 봤다’고 해주시고요. ‘준희’라고 불러주시고, 동네 꼬맹이들도 ‘준희 삼촌’이라고 불러요. 그게 너무 기쁘고 감사하면서, 어깨가 무거워진 느낌이 들기도 해요”

뿐만 아니라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서준희 캐릭터를 만나, 정해인 스스로도 사랑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사랑에 대해 다시 깊게 생각해본 것 같아요. 물론 직접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랑이 어떤 거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었던 계기가 됐어요. 제가 느낀 건 우선 남자와 여자는 많은 대화를 해야 하고요. 그 이유는 15~16부를 보면 알 수 있어요. 원하는 것은 같지만 표현 방식이 달라서, 이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지 느끼게 하려면 많은 생각을 공유하고 솔직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사랑은 용기가 필요하죠. 처음 진아(손예진 분) 누나가 테이블 밑에서 손을 잡았던 용기, 제가 제주도로 다시 찾아갔던 용기요. 어떤 결정적인 순간에 정말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예쁜 누나’가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중후반부 고구마 같은 전개로 시청자들을 답답하게 하기도 했다. 준희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진아의 행동, 준희와 진아 사이를 심각하게 반대하는 어머니, “미국에 가자”는 준희의 제안을 거절한 진아, 3년이라는 시간 동안 헤어져 지냈던 두 사람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그 3년을 어떻게 연기로 채울까 고민했어요. 극에서 준희와 진아의 공백은 3년이었지만, 저는 2일의 텀이었거든요(웃음). 그 시간을 어떻게 채워서 보여드릴지 많이 고민했어요. 3년이라는 시간을 1년이나 2년으로 줄였으면 어떨까라는 개인적인 바람은 있었어요. 시간이 지난 후 진아 누나를 만났을 때 남자친구가 있었잖아요. 그게 너무 현실인 것 같아요. 너무 사랑해서 헤어졌지만, 막상 둘 다 허벅지 꼬집으면서 마냥 기다리진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마음엔 품고 있었던 거죠. 진아 누나가 목걸이를 계속 하고 있었던 것처럼, 준희도 오랜만에 누나를 만났을 때 감정 컨트롤이 되지 않고 동요하던 것들이요. 그리고 결국엔 다시 만나 사랑을 하게 돼서 개인적으론 만족스러워요”

현실적인 인물인 진아와는 반대로 무한한 사랑을 표현하는 준희는 다소 환상 속 인물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의 행동과 대사들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설렘을 선사했다. 정해인이 연기하면서 스스로 가장 와닿았던 대사가 무엇일지 물었다.

“승철이랑 술을 먹으면서 취중진담을 해요. ‘내가 미국에서 지내면서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이 뭐였냐면, 윤진아가 너무 행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단 거였어’라고요. 헤어진 연인의 SNS를 보면서 옛 연인이 행복했으면 좋겠지만, 막상 애인이 생기면 마음 아픈 순간들이 있잖아요. 미국에서 준희가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또 다른 대사는 마지막 회에서 진아를 만나 ‘내 우산 어딨어?’라고 물어봐요. 그 말이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시적인 대사라 생각했어요. 너무 그리웠고 보고 싶었는데, 그걸 돌려서 우산이라는 소품을 핑계로 삼아서 묻는 거였죠. 드라마 내에서도 우산이라는 소재와 비라는 환경이 주는 연결고리들이 있었거든요. 마지막에도 제가 비를 맞고 등장하고, 진아가 또 우산을 저에게 씌워주고요. 그런 장면들이 너무 좋았어요”

 

사진=FNC엔터테인먼트

변진희 기자
변진희 기자

bjh123@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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