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데자뷰' 남규리 ① "공백기? 난 언제나 Keep Going"
[Z인터뷰] '데자뷰' 남규리 ① "공백기? 난 언제나 Keep Going"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씨네그루 키다리이엔티 - 남규리 - 영화 데자뷰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사실 남규리는 늘 그렇게 강단있게, 자신의 길을 오롯하게 달려가고 있었다. 시작은 가수였다. 연습생 생활이 8년, 그리고 그룹 ‘씨야’로 데뷔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씨야’의 마지막은 여러 이야기가 많았다. 그리고 그렇게 남규리는 연기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영화 ‘고사: 피의 중간고사’로 스크린을 노크한 것이 지난 2008년.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이후 영화 ‘신촌좀비만화’(2014)를 비롯해 드라마로 대중들을 만났다. 하지만 가수 활동 당시 왕성환 활동에 비하면 얼굴을 볼 수 있는 기회가 확연히 적었다. 대중들은 보다 자주 그를 만나길 바랐지만, 남규리는 숨을 골랐다. 자신의 연기로 오롯하게 마주하고 싶었기 대문이다.

최근 제니스뉴스와 배우 남규리가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 ‘데자뷰’의 지민을 통해 관객을 찾은 그는 “그래도 올해는 두 편의 영화를 개봉한다”며, 목마름이 다소 해갈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언제나 Keep Going이었다고, 그 누구보다 바쁘게 살고 있다고 자신있게 이야기 했던 자리. 

이제는 정말 오래된 앨범 속의 한때처럼 보이는 ‘씨야’의 활동 때부터 현재 자신이 매일 써가고 있는 일기장 같은 연기 활동까지, 배우 남규리가 지금 느끼고 생각하고 걸어가는 그 길을 이 자리에 풀어본다.

씨네그루 키다리이엔티 - 남규리 - 영화 데자뷰

오랜만에 스크린 복귀해 관객들을 만난다. 부담되진 않는지?
제가 참 무던한 편이다. 병원에도 정말 심하게 아파야 가는 편이다. 그런데도 입맛은 조금 없는 것 같다. 대신 잠은 잘 잔다. 세 시간 자다 깨고, 세 시간 자다 깬다.

하하. 보통은 그런 걸 ‘잠을 잘 못 잔다’라고 표현한다.
아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정말 푹 자고 있다. 전 술도 잘 안 마셔서 숙면하는 편이다.

짧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꽤 공백기가 꽤 있었다.
그래도 올해는 두 작품으로 관객을 만나게 됐다. 10월에도 또 하나의 영화가 개봉 예정이다. 사실 예능 프로그램은 순간순간 제안이 있었다. 이슈가 될 프로그램도 있었다. 하지만 방송 활동은 이미 가수 할 때 정말 많이 해봤다. 앨범 홍보는 물론이고, 방송 외의 행사도 정말 많았다. 그래서 예능에 대한 미련은 없다. 물론 ‘윤식당’이나, 오연수 선배님이 하셨던 ‘나의 외사친’처럼 나와 잘 맞겠다 싶은 예능도 있었다. 그래도 전 연기와 진지하게 마주하며, 작품으로 활동하고 싶었다.

그렇게 ‘데자뷰’를 통해 연기와 마주했다.
‘인생은 아름다워’부터 ‘고사’ '그래 그런 거야’ 등 어느덧 연기를 10년 했다. 지난 10년이 제가 가진 이미지를 사용했다면, 앞으로의 10년은 ‘데자뷰’를 시작으로 한 단계 한 단계 차곡차곡 쌓아가는 시간이 될 거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데자뷰’에 대한 의미가 특별하다. 그리고 일이 없을 때, 영화를 너무 하고 싶을 때 만난 작품이다. 제겐 그것만으로도 너무 기쁜 일이다.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관객들을 만날 수 있는 것, 제겐 이런 것이 제일 좋은 일이다.

씨네그루 키다리이엔티 - 남규리 - 영화 데자뷰

약물에 늘 중독돼 있는 캐릭터다. 쉬운 연기는 아니었다. 영화에서 웃음 한번을 못 본 것 같다. 덕분에 살도 많이 빠졌다고 알려졌다.
살 빠진 건 규한 오빠가 언급한 거였다. 살을 뺀 건 아니었고, 정말 힘들어서 빠진 거였다. 멍이 들어 몸이 축나는 현장이었고, 감정적으로도 굉장히 힘들었던 촬영이었다. 살이 빠지고 있다는 것도 의식 못했다. 그만큼 캐릭터에 빠져 있었다.

슬림한 몸매인데 살이 빠졌다하니 염려가 많았겠다.
평소에 45kg~46kg은 유지 했었다. 여기서 더 빠지면 에너지가 모자란다. 그땐 고기를 챙겨먹는다.

하하. 보통 몸매를 유지한다 하면, 감량을 이야기하지 증량을 이야기하진 않는다.
몸매에 큰 욕심이 있는 건 아니다. 그리고 웨이트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차라리 운동이 필요하면 춤을 추는 게 좋다. 전 즐거워야 운동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요즘엔 산책이나 자전거를 많이 탄다. 시원해서 참 좋다.

그만큼 힘든 캐릭터를 받아들인 이유와 과정이 궁금하다. 
지민 속에는 분명 주체적인 부분이 있었다. 점차 중심을 잡아가는 캐릭터였다. 지민을 연기하기 위해 서적이나 다큐멘터리를 정말 많이 찾아 봤다. 보다 사실적으로 비춰져야 한다고 생각해서 고민했던 부분이다. 연기적인 스킬을 쓴다기 보다는 제 연기가 진짜인지 아닌지는 다 보여지기 때문이다.

씨네그루 키다리이엔티 - 남규리 - 영화 데자뷰

점차 중심을 잡아가는 지민처럼, 배우 남규리도 연기자로서 중심을 계속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 사실 대중들은 아이돌 출신, 가수 출신의 배우에게 엄격하다. 그런 이미지도 이젠 희석된 것 같다.
사실 늘 부지런히 살아왔다. 하지만 아직 작품 선택을 할 때 제가 고를 수 있는 입장은 못 된다. 그래도 열심히 하고 있다. 때를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는 걸 배웠다. 어린 나이에 데뷔했다. 그때보다 주체성도, 정체성도 더 생겼다.

사실 대중들이 생각하는 저에 이미지가 어느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다. 공백기를 거치고, 요즘 활동하면서 대중들이 써주시는 글을 보면 확실히 예전보다 응원해주시는 글이 많아졌다(웃음). 그래서 힘도 많이 얻고 있어요. 예전엔 의도하지 않은 일들이 이슈가 되기도 했고, 기사로 나가기도 했다. 예전엔 제가 빙의가 되서 상대의 뺨을 때리고 쓰러졌다는 말도 있었다. 엄마가 놀란 나머지 울면서 “사실이냐”며 전화한 적도 있다. 제가 원하지 않아도 그리 됐고, 그게 제 이미지가 됐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더 도드라지지 말아야겠다, 애쓰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그래서 쉬는 시간이 더 도움이 됐고, 다소 공백을 갖더라도 다른 형식이 아닌, 연기를 통해 대중과 마주하고 싶어했는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킵 고잉’(Keep going)이었다. 사실 배우란 작가님 또는 감독님께 잘 보여야 하는 직업이다. 쉬거나 떠돌아 다니는 게 좋은 일은 아니다. 하지만 공백기가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지금도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다. 아마 활발히 다른 무언가로 활동했다면, 이번 영화도 안 찾아왔을 것 같다. 그리고 저의 이야기를 할 때 진실성이 느껴지지 않을 것 같다.

정말 활동할 때만큼 열심히 지냈다. 사람들 만나면서 기회를 찾으려 했고, 연기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자아성찰의 시간도 가졌고, 아티스트와 친분을 쌓으면서 감성 충전도 했다. 늘 저를 만들어 가는 과정 위에 서 있었다. 일이 없다고 늦게 일어나서 하루를 루즈하게 보내는 건, 제 스스로 너무 불편하다.

씨네그루 키다리이엔티 - 남규리 - 영화 데자뷰

'공백기'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 시간이었다. 정말 열정적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부지런한 편이다. 전날 밤 12시쯤 잠들면 아침 6시엔 일어난다. 일찍 일어나서 청소부터 한다. 형제들과 살고 있는데, 다행스러운 건 제가 잠 자는 시간엔 동생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서 생활 패턴이 맞는다.

연예인인 누나가 있는데,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게 조금 어색하게 느껴진다. 아무래도 어린 시절부터 일을 했던 남규리 씨의 영향일까?
나이 차이가 꽤 나는 동생인데, 연기 공부를 한다. 누나들 틈에서 자라서 부드럽고 섬세한 감정이 있는 친구다. 그래서 더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말해주고 있다. “혼자 아르바이트 해서 자신만을 챙기면 된다는 게 정말 행복한 거”라고 이야기한다. 본인이 벌어서 본인이 하고 싶은 걸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 정말 그렇게 살았다. 예전인 일기장에 가계부를 썼다. 지금은 쓰지 않는데, 귀찮아서가 아니라 이미 계산하는 게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항상 씀씀이를 계산하고 있다.

늘 이렇게 살아왔다. 주위에서도 놀란다. 이게 제 솔직한 모습이다. 살아온 이야기를 꾸며낼 수는없는 일이다. 전 언제나 돈보다 시간이 아까운 사람이다. 그렇다고 나이를 먹는 게 아쉽다는 말이다. 현재에 보여줄 수 있는 느낌들을 흘려 보내고 있다. 이를 테면 교복을 입는 연기가 어울리는 시기가 따로 있다. 감정과 감수성도 마찬가지다. 지금 느끼는 것을 연기로 보여드리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상황이 조금 속상할 때가 있다.

▶ 2편에서 계속

 

사진=씨네그루 키다리이엔티

권구현 기자
권구현 기자

kvanz@zenithnews.com

다른기사 보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