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만 29세 배우 진기주의 삶은 꽤 화려했다. 대기업 사원에서 기자로, 그리고 ‘2014 슈퍼모델 선발대회’에서 올리비아로렌상을 수상하며 연예계에 발을 디뎠고,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배우 활동을 시작했다. 많지 않은 나이에 다양한 직업을 경험한 진기주다.
데뷔 전 이력으로 먼저 화제가 됐던 진기주는 데뷔 3년 만에 첫 주연을 맡았다. 그는 MBC 드라마 ‘이리와 안아줘’에서 윤희재에게 살해당한 국민 배우 지혜원의 딸이자, 대한민국 톱배우 한재이(본명 길낙원)를 연기했다. 진기주뿐 아니라 상대역인 장기용 또한 이번 작품이 첫 주연이었기 때문에, 사실 극 초반에는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리와 안아줘’는 2개월간 숨가쁘게 달렸다. 탄탄한 스토리와 연출, 배우들의 열연이 어우러져 작품은 ‘힐링 드라마’라는 호평 속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그리고 그 중심에 첫 주연의 부담감을 안고, 내면의 깊은 상처를 품은 한재이를 온전히 표현해낸 진기주가 있었다.
제니스뉴스와 진기주가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이리와 안아줘’ 종영 인터뷰로 만났다.
Q. 엄청난 기대작으로 시작한 건 아니었지만, 호평 속 잘 마무리 됐어요. 기분이 좋으시겠어요.
우선 개인적으로 엔딩이 좋았고, 보는 분들이 좋았다고 해주셔서 거기에 대한 뿌듯함이 커요. 각 캐릭터들의 마무리도 참 잘 받아들일 수 있었고요. 좋은 이야기로 처음부터 끝까지 마무리 지었어요. 처음엔 걱정되고 두렵기도 하고, 객관적인 시선이 어떤지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런 시선들은 어쩔 수 없는 거라 생각했지만, 이야기가 너무 좋았거든요. 이야기가 묻히는 건 싫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어요. 이야기의 힘이 커서 봐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해요.
Q. 가장 고민됐던 지점은요?
연기할 때 내가 그 순간 진실되면, 보는 사람도 내가 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여줄 거라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리와 안아줘’를 하면서 어쩌면 그게 아닌 순간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걸 극복하는 방법은 경험치와 노련함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심에 뭔가 플러스가 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 뭔가에 대한 고민과 갈증이 계속 있어요. 더 새로운 작품, 좋은 선배님과 감독님을 만나서 고민을 해결하고 싶어요. 일로 생긴 고민은 일로 해결해야 하는 것 같아요.
Q. 한재이 캐릭터를 표현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연기할 때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감독님에 솔직히 말씀드렸어요. 어떤 느낌인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이게 무슨 기분이지?’라고 하면서 하염없이 대본을 읽고, 또 읽었어요. 너무 읽어서 어지러웠던 탓인지는 모르겠는데, 읽다가 신기하게 대사 중에 ‘사이코 패스 연쇄살인마가 옆집에 살아서’라는 대사가 있는데요. ‘사이코패스’와 ‘연쇄살인마’라는 단어가 또렷하게 남아 있고, 주변 글자들이 포커스아웃이 되더라고요. 너무 많이 봐서 그럴지도 몰라요. 매직아이가 된 느낌?(웃음) 순간 귀도 멍하게 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아 이런 거랑 비슷한 느낌이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때 감을 알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 뒤로는 신체적인 반응에 대해서도 찾아봤고요. 호흡이 어떻게 바뀌고, 동공 반응은 어떤지 보면서 나머지를 채웠죠.
Q. 장기용 씨와의 호흡도 좋았어요. 현장에서는 어땠나요?
두 사람이 공통된 부담감, 고민이 있었어요. 둘 다 첫 주연이었잖아요. 그 점에 대해 대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게 있었죠. 그래서 서로 자연스럽게 각자 의지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그런 공감대가 있다 보니까 봤을 때 ‘이 사람이 힘이 필요하구나’라는 게 느껴지고요. 기용 씨도 제가 힘이 필요할 때를 잘 알아주더라고요. 서로 힘을 주는 타이밍 호흡도 좋았어요.

Q. ‘이리와 안아줘’가 힐링 드라마라는 평이 많았어요. 진기주 씨도 힐링됐던 순간이 있나요?
지수라는 캐릭터가 ‘언니는 괜찮으세요?’라고 물어볼 때, ‘나는 괜찮다’라고 대답하는데 사실을 되게 힘들었거든요. 속으로는 ‘안 괜찮아요’라고 대답하고 싶었어요. 낙원이는 저처럼 나약한 친구가 아니라서 담담하게 이야기를 해요. 비록 눈물이 맺혀 있긴 하지만 웃으면서 말하거든요. 사실 너무 많이 울어서 NG가 났던 적도 있어요. 제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가지고요. 그렇게 억지로 억지로 감정을 누르면서 찍었어요. 그렇게 한참을 허우적거리고 힘들어 했는데 15~16회를 거치면서 완전한 힐링을 만났어요. 분명 시청자분들도 재이의 모습을 보며 같이 마음 아파하셨을 것 같거든요. 그러다 후반부에 같이 힐링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스릴러적인 요소도 있었지만, 드라마를 떠올렸을 때 핑크색과 초록색이 떠오르는 그런 드라마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몽글몽글하면서 따뜻함이 남는 드라마였으면 해요.
Q. 시청자 반응들은 봤나요?
사실 용기가 안 나서 직접 찾아보진 못했어요. 촬영장에 가거나 주변 친구들이 전달해줘요. 그런 것들을 들으면 보고 싶기도 한데요. 그래서 클릭을 하지만 ‘못보겠다’하고 뒤로가기를 눌러요. 용기를 내는 건 기사를 읽는 것까지요. 댓글은 못 봐요. 언젠가 단단해지겠죠. 그래도 조금 발전한 게 있다면, 작년까지만 해도 제 SNS에 있는 댓글도 못 봤거든요. 지금은 그래도 그걸 봐요. 댓글수가 많아지기도 했고요(웃음).
Q. 겁이 나는 이유가 따로 있나요?
그냥 뭐가 있을지 몰라서요. 계기가 한 번 있었는데요. 그냥 지나가는 말로, 악의 없이 적은 댓글일 수도 있겠죠. 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가족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욕을 한 댓글을 봤어요. 그걸 보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죠. ‘내 가족을 알지도 못하면서 왜?’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이후로는 어떤 댓글이 있을지 예측할 수 없어서 보지 못해요. 좋은 댓글 혹은 비판적인 것들은 주변에서 대신 전달해줘요. 이건 내가 하는 일이고, 나에게 국한된 일이잖아요. 내가 연기를 한다는 이유 때문에 제 주변 사람들이 욕을 듣게 된다면, 그걸 보게 된다면 제가 많이 멈칫하게 될 것 같아요. 그게 가장 겁나요.

Q. 그럼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을 때, 어디에 피드백을 구하나요?
현장에 있는 감독님께 여쭤봐요. 이번의 경우 감독님께서 처음에는 제가 상처받고 주눅이 들까 봐 말 안 해주시기도 했는데요. 상처를 받더라고 알아야 고치잖아요. 감독님께 ‘제가 상처는 알아서 할 테니 말해주세요’라고 했어요. 그렇게 감독님과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이가 됐죠. 지적해주신 부분을 잘 고치면 ‘고쳤네’라고 바로 말씀해주시기도 했어요.
Q. 추후 활동 계획은요?
얼른 새로운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요. 세상에 좋은 작품, 캐릭터가 많을 거잖아요. 얼른 제가 마음을 줄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고 싶어요. 하반기 계획을 아직 짜진 못했는데요. 빨리 짰으면 좋겠고, 작품으로 꽉 채우면 좋겠어요.
Q. 계속 작품을 하고 싶게 만드는 원동력은요?
계속 하고 싶어요. 쉬면 불안하기도 하고요. 쉬면 성장이 더딜 것 같고요.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가장 큰 원동력은 부모님이에요. 저를 열심히 키워주셨고, 굉장히 헌신적인 사랑을 주셨다는 걸 알거든요. 학창시절에도 공부하기 싫고, 놀고 싶은 순간이 있을 때도 멈칫했던 게 다 부모님을 실망시켜드리지 않기 위해서였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하고 싶어요.
사진=신경용 포토그래퍼(스튜디오 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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