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매년 이맘때면 항상 임창정의 신보를 만날 수 있다. 1년간 꾸준히 작사, 작곡으로 작업물을 쌓은 임창정은 올해도 어김없이 새 앨범을 들고 돌아왔다. 특별히 이번에는 제주도에서 생활하며 보다 깊게 곡 작업에 몰두할 수 있었기에, 14트랙을 가득 채운 정규 앨범을 선보이게 됐다.
제니스뉴스와 임창정이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 정규 14집 ‘하루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발매 기념 인터뷰로 만났다.
“1년 마다 이렇게 나오잖아요. 정규는 2년 만이거든요. 이번에 여러 장르를 할 수 있어서 행복해요. ‘나는 과연 정규 앨범을 몇 장이나 낼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면서 ‘아마 여기서 끝은 아닐 거다’라는 용기를 가지고 했어요. 지금은 지인이 된 팬들이 노심초사 새 앨범을 기다렸어요. 그 친구들은 제가 뭘 해도 괜찮으니, 제발 노래만 해달라고 하거든요. 그 친구들을 위해 앨범을 만들었어요”
이번 앨범에 대한 임창정의 만족도는 그 어느 때보다 최고다. 앨범 발매 전 임창정은 자신의 오랜 팬들에게 곡들을 모두 들려줬고 뜨거운 반응을 얻었단다. 자신이 노래하는 이유가 팬이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다 이룬 것 같다고. 때문에 임창정은 “이미 할 일이 끝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성적에 크게 연연하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지만, 음원은 공개 직후 각종 음원 사이트 상위권에 랭크되며 인기몰이 중이다.
“저는 1위도 해봤고, 오랜만에 나온 앨범으로 줄세우기도 해봤어요. 이제는 그렇지 않더라도 팬들한테 인정 받으면 된 거예요. 팬들한테 말했어요. ‘나는 너네 중 한 사람만 남아도 내 노래를 들려주기 위해 새로운 노래를 만들 거야’라고요. 이미 제 노래를 듣고 다들 뻑 갔어요(웃음). 저는 사실 제가 곡을 만들면 혼자 ‘이걸 내가 만들었어? 대박이다’라고 그래요. 하지만 누구한테 들려주기 위해 노래를 만들잖아요. 대중에게 다 들려주려고 하는 거지만, 일단은 제 팬들이 인정하면 희열을 느껴요. 순위에 못 올라도 뭐 어때요. 많이 해봤는데요. 후배들도 해야죠”

이번에도 작곡가 멧돼지와 손을 잡았다. 그간 임창정과 '내가 저지른 사랑', '또 다시 사랑' 등을 작업해 성공시킨 멧돼지는 이번 앨범 수록곡의 대부분에 작곡, 편곡으로 이름을 올렸다. 직접 제주도에 내려와 임창정과 함께 작업할 만큼 두터운 사이라고.
“보통 멧돼지 씨가 초안을 잡고, 사비를 제가 잡아서 합쳐요. 그렇게 했는데 안 맞춰지면 또 다시 써오고요. 보통은 그 친구가 벌스를 써오면 제가 바로 사비가 떠올라요. 또 제가 사비를 써오면 금방 기가 막히게 편곡을 해오더라고요. 진짜 잘 맞아요”
많은 곡들 중 타이틀곡은 ‘하루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로 선정됐다. 이 노래는 그동안 임창정이 하던 발라드와 달리 R&B, POP 장르들을 섞어 오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곡의 전반부에 나오는 쓸쓸한 느낌의 어쿠스틱 기타가 곡의 전반부를 이끌며, 후반부에 나오는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임창정의 보컬이 완벽한 하모니를 이룬다.
“많은 분들이 이 곡이 비트도 있고, 멜로디가 쉬워서 귀에 잘 들어온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이 노래로 저만의 느낌을 전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사비가 쉽게 들어와서 듣기가 좋아요. 처음에 노래를 작업할 때 ‘이번에는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도록 하자’라고 생각했는데요. 처음에 작업했던 곡은 쉽게 부를 수 있는데 그게 타이틀로 안 됐어요. 사실 이렇게 높을 줄 몰랐거든요. 부스에 들어가서 녹음하면 저희는 끊어서 부르잖아요. 완창을 해보니 계속 고음에서 왔다 갔다 하더라고요. 곡을 쓸 때도 감정에만 집중해서 그걸 몰랐던 거죠”
임창정은 스스로를 평가하며 타고난 목소리 86점, 노력할 경우 90점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자랑했다. 작사, 작곡으로는 70점을 줬다. 반면 그는 예전만큼 딴딴한 목소리를 낼 수 없어 아쉽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녹음을 하면서 제 목소리가 예전처럼 몽글하고 딴딴하지 않다는 걸 느꼈어요. 원래 회복력이 빠른 편이거든요. 이틀 콘서트를 하고 높은 노래를 불러도 하루 만에 회복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그게 안되더라고요. 그런 소리가 안 나와서 속상하긴 한데 이상하게 노래하면서 기분은 좋아요. 그런 소리가 나오지 않지만 저만의 노래 철학이 있는 것 같아요. ‘스케치북’ 녹화를 하기 전에도 목소리가 안 나오는 거예요. 이비인후과에 가서 검사도 했어요. 혹시나 성대결절일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아니래요. 그때부터 긴장이 풀리니까 또 잘 되더라고요”

아쉽지만 임창정은 이번에도 음악방송은 하지 않기로 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 ‘히든싱어’ 등 음악 관련 프로그램의 촬영은 마쳤고 ‘해피투게더’, ‘미운 우리 새끼’ 등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대신 라이브 무대를 원하는 팬들을 위해 단독 콘서트를 준비 중이다.
“히트곡을 부르고 말하고 그런 것만으로도 재밌게 해드릴 수는 있는데요. 언젠가 제가 완전 고음이 안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악기를 배운 적은 없지만 지금 피아노, 기타를 조금씩 준비하고 있어요. 악보도 볼 줄 몰라서 제 곡의 연주를 지금 통으로 외우고 있어요. 어쨌든 제 공연을 돈 내고 보러 왔는데 ‘쟤가 노력은 하구나’라는 걸 보여드려야 하잖아요. 아마 두 종류의 공연을 할 것 같아요. 건반을 치면서 하는 소규모의 공연이 있을 건데, 그때는 숨은 곡들을 주로 들려드릴 것 같아요. 기존에 했던 큰 공연장에서 하는 콘서트는 조금 다른 콘셉트로 볼거리가 많도록 준비할 거예요”
올해 조용필이 데뷔 50주년을 맞이했으며, 오랜 기간 음악에만 몰두한 아티스트로 업계의 귀감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지난 1990년 데뷔해 현재까지 꾸준히 활동 중인 임창정 또한 조용필과 같은 행보를 이어갈 수 있을까.
“50주년이라는 게 저에게도 올까 싶어요. 아마 힘들 것 같아요. 물론 그랬으면 좋겠지만, 선배님은 오랫동안 가수만 하셨잖아요. 저는 이것저것 하고 있어서 과연 따라갈 수 있을까요? 그래도 도전은 해보겠지만 쉽지는 않겠죠”
사진=NH EM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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