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미쓰백' 한지민 ② "예전의 난 우물 안에 살았다"
[Z인터뷰] '미쓰백' 한지민 ② "예전의 난 우물 안에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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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배우 한지민은 오는 11일 개봉하는 영화 '미쓰백'을 "운명처럼 찾아 온 영화"라고 말한다. 운명에도 여러 운명이 있다. 천우신조가 될 수도 있고, 얄궂은 운명, 또는 더 없는 비극으로 찾아올 수도 있다. 하지만 '미쓰백'은 한지민에게 좋은 운명이 틀림없다.

지난 2003년 '올인'으로 데뷔한 한지민이다. 그해에만 '대장금' '좋은 사람'에 출연했고, 이후 영화 '청연'으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그 뒤로는 탄탄대로였다. 거의 모든 작품에서 주연으로 이름을 올리며 필모를 쌓아갔다. 하지만 얄궂다. 한지민은 언제나 제 몫을 해내는 배우였지만, 연기력으로 오롯하게 박수 받은 적이 드물었다. 어쩌면 어여쁜 비주얼이 연기력을 깎아 먹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어느 때부턴가 한지민은 배역의 크기에 상관없이 자신이 필요한 곳에 자리했다. 그리고 이번 '미쓰백'을 통해 찬란히 빛났다. 실제 있었던 아동학대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한지민의 이미지와는 딱히 어울린다는 느낌이 없다. 하지만 한지민은 그 자리에 위치했고, 오롯하게 '백상아'를 연기했다.

그리고 반응은 그 어떤 작품보다 뜨겁다. 작품이 가진 무거운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물론 비주얼 변신을 감행했으며, 나아가 진중한 연기로 관객의 가슴에 묵직함을 전하고 있다. 지금 이순간, 한지민이라는 배우에 수 많은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하여 '미쓰백'은 한지민의 또 다른 운명을 펼쳐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제니스뉴스와 배우 한지민이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언론과 평단의 반응이 아직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지만, 내심 자신이 맡은 바를 잘 해냈다는 자신감과 안도가 비쳐졌다. 한지민과 함께했던 시간을 이 자리에 펼쳐본다.

데뷔 후 시간이 많이 흘러서일까? 필모그래피의 변화가 보인다.
전 연기가 마냥 좋아서 배우를 시작한 게 아니었다. 연기는 그냥 막연하게 대사를 읊는 정도로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모델 활동을 하다 여기까지 왔지만, 그래도 그땐 연기 생각이 없었다. 오디션 보러 오라고 했는데, 가족여행을 갔을 정도다. 제 첫 해외여행인데 오디션이라니, 그냥 여행을 갔었다. 드라마 ‘올인’ 때도 그랬다. 밤 새는 것도 너무 힘들었고, 대사는 하지만 하나도 재미없었다. 남들은 연예인을 보면 “우와~”하는데, 전 이병헌 선배를 봐도, 송혜교 선배를 봐도 아무 느낌이 없었다.

그럼에도 ‘올인’ 이후에 곧바로 작품을 이어갔다.
‘올인’에서 좋게 봐주셨기에 오디션이 들어왔다. 신기한 건 제겐 하고자 하는 열정이 없으니 긴장이 없었다는 거다. 덕분에 오디션을 통과했던 것 같다. 하지만 제가 가진 역량이 작은데, 미니시리즈라는 큰 그릇에 들어갔다. 난리가 났다. 정말 매일매일 울었던 것 같다. 현장에서 울진 않았지만, 집에 오면 매일 울었다. 엄마도 배우를 하지 말라고 할 정도였다. 그런데 ‘대장금’이 들어왔다. 국민적인 인기를 끌던 작품이었지만, 그건 제가 주인공이 아니었다. 오히려 ‘’대장금’에 내가 나온다고?’라며 신기해했다. 그렇게 한 걸음 떨어져서 이영애 선배님을 바라봤다. 그렇게 되니까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가 보였다. 좋은 배움이었다.

아이러니다. 큰 열정이 없었는데, 작품은 계속 할 수 있었다. 그 또한 재능이다.
운이 좋았던 거다. 운 좋게 계속 작품을 했고, 혼이 나다 보면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연기를 조금 알게 됐던 건 영화 ‘청연’이었다. 아직도 윤종찬 감독님께 감사하다고 항상 이야기한다. 드라마를 할 때 제게 연기란 “레디, 큐, 컷” 그리고 혼나는 작업이었다. 하지만 ‘청연’ 땐 감독님이 제게 소통을 하셨다. 참 모자른 게 많은 배우였는데도 제가 연기할 ‘정희’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리고 전 ‘정희’에 대해 '내가 해냈다'는 뿌듯함을 얻었다.

연기의 재미를 느꼈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더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이 들어오면 “열심히 해볼게요”라고 말했다. 그간 비슷하게만 연기했던 내게 부끄러움도 생겼다. 그리고 ‘조선명탐정’을 만났다. 그간 제가 해봤던 캐릭터와 전혀 다른, 제 새로운 모습을 봐준 작품이었다. 말 그대로 재미 있었다.

어떤 기준으로 작품을 선택하는 걸까?
여러 선택 기준이 있었겠지만, 드라마의 경우 만화 같은 판타지 캐릭터는 크게 와닿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작품 ‘아는 와이프’를 선택한 것도 부부의 현실적인 면이 좋았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드라마에서 충족하지 못한 도전을 하고자 한다. 분량은 상관 없다. 주연이 아니어도 된다. 작품 제안이 올 때 “이 역할은 주연이 아니라서, 한지민 씨가 하실 지 모르겠다”면서 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걸 가리면 할 수 있는 영화가 너무 적다. 역할 구분 없이, 자신만의 이유를 찾아가고 있다. ‘장수상회’는 노년의 삶을 그린다는 게 좋았다. 그것도 강제규 감독님이 그린다고 하시니 안 할 이유가 없었다. ‘그것만이 내세상’은 이병헌 선배와 대사를 나눠보고 싶어서 선택했다. 

2~3년 안에 변한 지점들이다. ‘밀정’ 때 많이 변한 것 같다. 그때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인간 관계가 많이 변했다. 작품에서도 캐릭터만 보는 것이 아닌, 다른 의미들을 두기 시작했던 것 같다. 

‘눈이 부시게’의 촬영도 앞두고 있는데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특별한 변신은 없다. 선택의 이유는 오롯하게 대본에 있었다. 다만 주인공이 김혜자 선생님이다. 제가 어렸을 때 TV에 나오시던 분이다. 당대를 휩쓸던 여배우가 78세가 되셨다. 그런 드라마에 제가 같이 출연한다는 것이 영광스러울 뿐이다. ‘조선명탐정’을 함께한 김석윤 감독님이 연출하신다는 것도 제겐 큰 믿음을 주는 부분이었다.

여러모로 여유가 있어 보인다. 홀가분해 보인달까?
예전의 난 우물 안에 살았다. ‘난 나의 젊은 시절에 뭘 했지?’라고 묻는다면, 제게 쌓아온 시간이 전혀 없었다. 물론 배우였기에 어딜 다니는 게 불편할 일이기도 했다. 반면 배우였기에 그런 알아봄이 없다는 건 직업적으로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지금은 하고 싶은 걸 다 하려고 한다. 굉장히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회사에서도 “쟤 저기 가도 돼?”라고 할 정도로 하고 싶은 걸 다 한다.

하고 싶은 목록에 연애도 있을까?
물론 연애를 했을 때도 있다. 연애라는 건, 하고 있을 때도 아니라 하고, 하지 않을 때도 안 한다. 한다. 제가 나중에 어떤 배우자를 만날 지는 모르겠으나, 제가 배우이고 그는 아니라면, 그는 제 지난 이야기를 알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웬만해서는 그걸 굳이 알게 하고 싶진 않다. 아직은 모를 누군가를 위해.

 

사진=리틀빅픽처스

권구현 기자
권구현 기자

kvanz@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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