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오지은 기자] "쉽지 않은 작품이었어요. 종교가 없어서 성당을 처음 가봤고, 천주교인으로서 사제로서 갖고 있어야 할 애티튜드도 공부해야 했어요. 구마 의식은 필리핀에 가서 실제로 활동하는 구마 사제를 만나 강의를 들었죠"
김재욱은 최근 종영한 OCN 드라마 ‘손 더 게스트(손 the guest)’에서 ‘큰 귀신’ 박일도로 인해 어린 시절 가족을 잃고 구마 사제가 돼 그를 추격하는 ‘최윤’을 연기했다.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오컬트 장르일 뿐 아니라 이름조차 낯선 구마 사제를 연기해야 했기에 캐릭터 분석부터 작품에 대한 이해까지 뭐 하나 쉬운 게 없는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김재욱은 완벽하게 소화했다.
“혼자였다면 하기 힘들었을 거예요. 화평(김동욱 분)이와 길영(정은채 분)이가 최윤이라는 인물을 만들어가는데 많은 도움을 줬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 MBC 드라마 ‘커피프린스1호점’ 이후 11년 만에 재회한 김재욱과 김동욱의 호흡 또한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데 한몫했다. 특히 두 사람의 감정이 폭발했던 마지막 회는 평균 시청률 4.1%, 최고 시청률 4.5%(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화제를 낳았다.
드라마 종영 후 제니스뉴스와 김재욱이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시크한 첫인상과는 다르게 시원 털털한 웃음을 지으며 거침없는 말솜씨를 보여준 김재욱이다. 그가 털어놓은 ‘손 더 게스트’ 비하인드스토리부터 앞으로의 계획까지, 지금 공개한다.

Q. 김동욱 씨와 ‘커피프린스1호점’ 이후 10년 만에 다시 작품에서 만나게 됐네요.
약간 몽글몽글한 느낌이에요. 말로 표현하기 힘든, 향수에 젖은 느낌? ‘커피프린스’라는 가게 안에서 저희가 만들어 나갔던 행복한 시간들이 다시 떠오르면서 이상한 느낌이 들었어요. 어렸을 때 좋은 시간을 함께한 친구여서 더 그랬던 것도 있고요. 하하.
Q. 두 사람의 호흡이 정말 좋았던 것 같아요.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현장이었는데 항상 분위기가 좋았어요. 일부러 저희끼리 말도 많이 하고 장난도 치면서 분위기를 좀 풀었던 것 같아요. 따로 이야기한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만들어졌어요. 동욱이의 존재가 컸죠. 장난을 쳐도 잘 받아줘서 ‘커피프린스’ 때보다 더 친해진 것 같아요. 하하.
Q. 마지막 회에서 두 사람의 수중구마 신이 정말 기억에 남아요.
그때는 몸과 정신 모두 극에 달했을 때였어요. 끝을 향해 달려가면서 모든 걸 다 소진했을 때였는데, 그래서인지 감정이 극에 치닫아서 디자인이나 준비 없이도 잘 나왔던 것 같아요. 오히려 그날 따라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현장에 갔어요. 신을 만들기 위해 계산하는 게 의미가 없기도 했고요. 그 신을 연기하면서 ‘어쩌면 우리 모두가 이 신을 위해 달려왔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수중 구마 말고 또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나요?
가장 최근에 찍은 게 화평이의 1년 뒤 모습이었는데요. 그 모습은 정말 잊을 수가 없어요. 시청자분들은 모르실 수도 있는데 직접 보면 굉장히 묘해요. 머리도 길게 기르고 무슨 목줄도 맸더라고요. 하하. 정말 잊을 수가 없어요. 몰입하는데 비주얼이 방해가 되더라고요. 동욱이를 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보고 있지 않았어요. 하하.
Q. 결말은 마음에 드나요?
누군가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세 명이 다 살아서 좋아요. 결말이 시즌 2를 암시한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개인적으로는 박일도라는건게 악의 상징인데, 그 악은 아예 없애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요즘 뉴스를 보면 더 심한 일도 많더라고요. 그런 부분에서 저희가 문제 제기까지는 아니더라도 극 안에 표현했다고 생각해요.

Q. ‘손 더 게스트’가 앞으로의 배우 인생에서 어떻게 기억에 남을 것 같나요?
나이 먹어가면서 다시 보고 싶은 작품이 될 것 같아요. 정말 감정 가는 대로 연기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어요. 제가 생각했던 최윤이라는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한 것 같아요. 물로 감독님이 그 부분을 캐치해주시고 편집으로 잘 살려주신 덕분이에요. 감독님의 손길로 윤이의 감정이 더 풍성하게 표현됐어요. 감사하고 있어요.
Q. 김재욱에게 김홍선 감독은 어떤 사람인가요.
최고예요. 제 배우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감독님이고요. 연출가로서 배우의 특징, 성향을 잘 표현해주시는 분이에요.
Q. 매 작품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모든 캐릭터를 다르게 표현하는 게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비슷한 캐릭터를 꾸준히 하는 배우는 그 배우의 스타일인거고 저처럼 다른 느낌을 하는 거는 제 성격인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건 오직 제 길일뿐 다른 사람을 평가하거나, 누구에게 평가받을 마음은 없어요.
Q. 지금까지 걸어온 길에는 만족하나요?
후회는 안 해요. 분명 힘들었던 순간도 있었지만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할 거예요. 그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이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저를 만든 과정에서 그 힘든 일도 절대 빼놓을 수 없어요. 그냥 받아들이고 있는 거죠.
사진=매니지먼트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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