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영화 ‘스윙키즈’는 4년을 기다린 강형철 감독의 반가운 신작이다. ‘과속스캔들’, ‘써니’, ‘타짜-신의 손’을 성공적으로 선보였던 감독이기에 이번에도 그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강형철 감독은 마냥 작품을 흥행시키는 데만 주력하지 않았다. 그는 가족애나 우정 등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무겁지 않게 잘 담아내 호평을 얻었고, 적재적소에 음악들을 배치하며 완성도 높은 영화를 선보였다.
그런 본인의 장기를 잘 살려 탄생한 ‘스윙키즈’가 오는 19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강형철 감독은 1951년 거제 포로수용소, 오직 춤에 대한 열정으로 뭉친 오합지졸 댄스단 스윙키즈의 가슴 뛰는 탄생기를 영화로 만들었다.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제니스뉴스와 강형철 감독이 만났다.
▶ 감정을 전달하는 탭댄스
‘스윙키즈’는 탭댄스를 추는 댄스단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실제 브로드웨이 댄서이자 배우 자레드 그라임스와 더불어 도경수, 박혜수, 오정세, 김민호가 한 팀이 돼 보여주는 탭댄스 장면들이 주를 이룬다. 강형철 감독은 배우들이 탭댄스 실력뿐 아니라, 각 캐릭터의 특성과 주변 상황에 어울리는 감정들을 함께 표현해주길 바랐다.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춤을 만들자고 했어요. 영화의 춤은 그냥 춤이 아니거든요. 하나의 대화 장면이고, 멜로고, 액션이란 말이죠. 퍼포먼스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감정 전달이 중요했어요. 그래서 음악감독, 안무 선생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준비했어요”
강형철 감독은 춤과 음악이 완벽히 조화를 이루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모든 댄스 장면의 콘티를 세밀하게 준비했다. 뮤지컬 ‘영웅’, ‘모차르트’ 등에 참여한 이란영 총괄 안무가는 1년간 ‘스윙키즈’의 안무를 창작했다.
“예를 들어 샤오팡은 시대를 넘어선 춤을 추는데, 그 장면도 꼭 필요했던 거예요. 잭슨(자레드 그라임스 분)과 기수(도경수 분)가 붙는 장면이 있잖아요. 잭슨이 탭댄스를 추긴 하지만, 한국에 오래 살았단 말이죠. 잭슨도 한국적인 ‘쿵떡쿵떡’하는 박자로 춤을 추면 어떨까 싶은 거예요. 그리고 기수가 쳤던 그런 어설픈 박자를 잭슨이 따라 하기도 하고요. 경수가 소화를 참 잘했어요. 허벅지가 터질 정도로 했죠(웃음)”
사운드 연출도 흥미롭다. 코를 고는 소리, 야채를 써는 소리, 군인 행진 소리를 속도감 있게 교차 편집했다. 그리고 그 소리를 들으며 탭댄스를 갈망하는 로기수, 춤으로 이어지는 장면들이 굉장히 높은 몰입을 선사한다.
“’타짜’를 할 때 고스톱 신에서 한 번 했던 적이 있어요. 패 소리를 박자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했었거든요. 그게 찍기는 정말 힘들지만 재밌는 장면이 나오거든요. ‘스윙키즈’는 원작 뮤지컬 ‘로기수’가 있어요. 거기서 빨래 방망이를 두드리는데, 그 소리가 하나의 박자로 만들어지고, 기수가 혼란스러워하는 신이 있어요. 그걸 더 업그레이드해서 스크린으로 옮긴 거죠”

▶ 베니 굿맨부터 비틀즈까지, 대채로운 BGM
‘스윙키즈’에는 베니 굿맨의 ‘씽 씽 씽(Sing Sing Sing)’, 데이비드 보위의 ‘모던 러브(Modern Love)’ 등 시대를 대표하는 명곡들이 사용됐다. 평소 음악 듣는 걸 즐기는 강형철 감독은 자신이 염두해 뒀던 곡들을 비롯해, 수많은 자료와 노래를 직접 찾으며 선곡에 심혈을 기울였다.
“처음에 구상할 때는 시대에 맞춰서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가, 나중에는 시대에서 자유로워도 되겠다 싶어졌어요. 제가 평소에 음악을 들으면서 장면에 대한 상상을 많이 하거든요. ‘이 노래에는 이런 장면’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있어요. 그렇게 제가 생각했던 장면이 이번 영화에 구현됐고, 그러니 그 노래를 쓴 거죠”
영화에서는 탭댄스를 ‘미국댄스’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그 춤에 어울리는 재즈, 스윙 음악들이 주로 사용된다. 그러나 예상을 깨는 음악이 등장해 묘한 매력을 선사하는데, 그 곡이 바로 1988년 발표된 정수라의 ‘환희’다. 강형철 감독의 과감한 연출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청춘의 엉뚱함을 표현하기에 아주 좋은 곡이었죠. 진짜 뜬금없잖아요. 집단으로 구타를 하고 싸움이 날 것 같았던 신인데, 갑자기 박자를 맞추고 ‘춤으로 덤벼라’라고 말해요. 그리고 거기에 대항해 춤을 추죠. 들으셨을지 모르겠는데 거기서 샤오팡(김민호 분)이 ‘환희’를 작게 흥얼거려요. 뮤지컬적인 장치죠. 캐릭터의 머릿속에 흘러나오던 음악이 관객들에게 전달되는 방식이요. 그런 방법을 써보고 싶었어요”
‘스윙키즈’는 순제작비 153억원을 들어 만들어졌다. 음악 저작권에 사용된 비용이 꽤 상당하다고. 특히 영화의 메시지에 공감한 비틀즈 측에서 이례적으로 원곡 사용을 승인해 ‘프리 애즈 어 버드(Free as a bird)’를 담을 수 있었다고 한다.
“한국영화에서 음악 저작권료를 가장 많이 쓴 작품이 ‘써니’였어요. 이번에 ‘스윙키즈’가 그걸 깼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음악감독님이 절대 건들지 말라고 했던 가수가 비틀즈, 퀸, 마이클 잭슨이에요. 하나를 건드렸으니, 앞으로도 계속 건들까 싶어요(웃음)”
▶ 한국전쟁의 비참함이 남긴 여운
강형철 감독이 이번 작품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전쟁의 비참함, 이념보다 앞선 가족애다. 그는 “다소 자극적이다”라는 평가가 있었던 총살 장면들이 꼭 필요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잖아요. ‘전쟁은 나면 큰일 난다’, ‘의미 없는 살생은 안 된다’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어요. 그렇다고 해서 일반적인 전쟁 영화는 아니란 말이죠. 조금씩 사고 혹은 죽음 장면을 넣으려고 했어요. 대신 장면이 많지 않으니, 나올 때는 최대한 리얼하게 보여주고 싶었고요. 경각심을 강하게 넣고 싶었던 거예요”
배우들의 대사에도 강형철 감독의 의도가 담겨 있었다. 이념에 빠진 사람은 미쳤다고, 자신이 정상이라고, 이념보다 가족이 더 소중하다고 외치는 인물의 부르짖음이 ‘스윙키즈’를 관통하는 메시지 같았다.
“처음에는 인간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 이념이 생겨났단 말이죠. 어느 순간 그걸 이용해서 자기의 이익을 얻고자 하는 극소수의 사람들이 지휘를 획득하고, 다수가 불행을 겪게 돼요. 그게 전쟁으로 이어지고요. ‘위대한 전쟁’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저는 방어전 외에는 어떠한 명분이라도 위대한 전쟁은 없다고 봐요. 한창 제가 극본을 쓸 때 사회적으로 편가르기가 유행처럼 번지는 때였던 거 같아요. ‘로기수’도 그걸 겨냥해서 만들었던 것 같고요. 지금도 물론 세대간의 갈등, 젠더 문제 등으로 싸우고 있죠”
사진=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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