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스윙키즈’ 강형철 ② 감독이 사랑한 배우, 도경수부터 이규성까지
[Z인터뷰] ‘스윙키즈’ 강형철 ② 감독이 사랑한 배우, 도경수부터 이규성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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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영화 ‘스윙키즈’는 4년을 기다린 강형철 감독의 반가운 신작이다. ‘과속스캔들’, ‘써니’, ‘타짜-신의 손’을 성공적으로 선보였던 감독이기에 이번에도 그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강형철 감독은 마냥 작품을 흥행시키는 데만 주력하지 않았다. 그는 가족애나 우정 등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무겁지 않게 잘 담아내 호평을 얻었고, 적재적소에 음악들을 배치하며 완성도 높은 영화를 선보였다.

그런 본인의 장기를 잘 살려 탄생한 ‘스윙키즈’가 오는 19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강형철 감독은 1951년 거제 포로수용소, 오직 춤에 대한 열정으로 뭉친 오합지졸 댄스단 스윙키즈의 가슴 뛰는 탄생기를 영화로 만들었다.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제니스뉴스와 강형철 감독이 만났다.

▶ 원작은 뮤지컬 '로기수'

‘스윙키즈’는 지난 1951년 한국전쟁 당시 종군 기자 베르너 비숍(Werner Bischof)이 거제 포로수용소에서 복면을 쓴 채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춤을 추고 있는 포로들을 촬영한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된 창작 뮤지컬 ‘로기수’를 모티브로 강형철 감독이 재창조한 영화다.

“원작에서 가지고 오고 싶었던 것은 뼈대예요. 로기수라는 인민군이 있었고, 이 친구가 미군병사가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빠지는 거예요. ‘이러면 안 되는데’라고 하면서 빠져들죠. 우여곡절을 겪다가 암살 지령을 받게 되는 큰 덩어리는 가져가고 싶었어요. 한국전쟁, 거제수용소라는 실제 공간도 그대로 가져왔죠”

강형철 감독은 원작을 각색해, 각기 다른 이유로 댄스단에 합류한 남(南)-북(北)-미(美)-중(中) 다섯 캐릭터들의 우정을 그리고 싶었다고 한다. 또한 각 인물에 대한 이야기는 영화적인 상상을 통해 만들어진 픽션이다.

“거제포로수용소는 미군, 북쪽 사람들, 남한 사람들이 다 모인 공간이었어요. 살육전이 벌어지기도 하고, 완전 이질적인 큰 용광로 같은 곳이었죠. 그걸 극대화시켜야 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댄스팀을 꾸릴 때 미군병사 잭슨(자레드 그라임스), 북쪽 포로인 로기수(도경수 분), 중국 포로인 샤오팡(김민호 분), 민간인인데 포로로 잡혀온 강병삼(오정세 분), 포로수용소 주변에서 생활하는 통역사 양판래(박혜수 분)까지 5명을 구성했어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이 모인 거죠. 특히 로기수와 잭슨의 우정 이야기로 하고 싶었어요. 전쟁이 아니었으면 만날 수도 없었던, 이념적으로도 너무 다른 사람인데 말이죠”

‘스윙키즈’는 거제포로수용소를 재현한 세트장에서 촬영됐다. 강형철 감독은 직접 그곳을 방문해 모습을 관찰했고 철저한 자료조사를 통해 수용소 내부, 막사, 연병장, 철조망길 등의 공간을 구성했다.

“그곳에 가면 정보들은 알기 쉽게 충분히 줘요. 하지만 감정적으로 동요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죠. 영화를 하기로 하고 갔으니 조금 남다르게 느껴지더라고요. 건조함을 많이 느꼈어요. 영화에서는 안 보여줬지만 그곳에서 끔찍한 일들이 정말 많았대요. 실제 사건들은 고증을 통해 많이 가져왔어요”

▶ 도경수는 로기수 그 자체

극의 중심은 북에서 온 포로 로기수 역을 맡은 도경수가 이끈다. 포로수용소의 트러블메이커이자, 댄스단의 메인댄서로 활약하는 인물이다. 도경수는 뛰어난 리듬감과 약 6개월의 고강도 연습으로 탭댄스 장면들을 완벽히 소화했다.

“뮤지컬에서 로기수는 굉장히 관객들에게 직접화법으로 다가갔어요. 저는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죠. 제가 원하는 로기수는 이념은 잘 모르는 아이 같은, 인민영웅의 동생이라고 수용소에서 받들어서 거기에 심취한 캐릭터였어요. 수용소 안에서의 상황, 친형과의 관계 및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보는 시선들을 생각하는 인물이에요. 춤에 재능이 있기 때문에 탭댑스를 찾는 게 당연한 일일 수 있는데, 자기가 처한 현실에서 어마어마한 일이 있었던 거죠. 그걸 표현한 도경수의 눈빛, 몸짓이 너무 좋았어요. 경수의 표정이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죠. 도경수 만세!(웃음)”

▶ 신스틸러 이다윗과 이규성

강형철은 ‘프로발굴러’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다. 그는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을 캐스팅하고, 캐릭터의 매력을 잘 드러냄으로써 스타덤에 오르게 하는 역할을 해왔던 터다. 강형철 감독은 “배우가 얼마나 캐릭터와 동기화되느냐를 많이 본다. 잘 알려지지 않은 얼굴이었을 때 발산되는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스윙키즈’에도 강형철이 선택한 신스틸러들이 있다. 샤오팡을 연기하는 김민호에 대한 칭찬은 제작보고회, 언론시사회 때 입이 마를 정도로 했고 이번에는 광국을 연기하는 이다윗, 만철 역을 맡은 이규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작품 속 두 사람의 존재감도 꽤 강렬했기 때문.

“다윗이는 만인의 동생, 장난꾸러기 같은 캐릭터예요. 다윗이의 등장으로 중간에 톤이 많이 바뀐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게 제가 의도한 거예요. 이념의 부작용이 갑자기 분위기를 휩쓸고, 사이비 종교처럼 정신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걸 표현하고 싶었죠. 광국이는 이념 때문에 자신의 청춘이 날아가고, 그래서 이념을 이용해 복수를 하는 인물이죠. 광국이가 다시 끌고 온 이념에 사람들이 휘둘리잖아요. 다윗이가 그런 연기를 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소년 같은 얼굴에서 나오는 폭발력이 있거든요. 다윗이가 의도대로 너무 잘해줬어요.

규성 배우는 완전 신인이죠. 이 영화로 알려지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규성이를 통해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을 해요. ‘이념이 사람 죽이는 미친 짓이지. 나는 가족이 우선이다. 내가 제일 멀쩡하다’라고 하거든요. 사실 그게 너무 정상이잖아요. 가족이 소중하다는 걸 감성적으로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예요. 오디션을 통해 잘 발견했어요”

 

사진=NEW

변진희 기자
변진희 기자

bjh123@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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