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유호정이 ‘그대 이름은 장미’로 돌아왔다. 지난 2011년 ‘써니’ 이후 무려 7년 만에 복귀작이다. 유호정이 ‘그대 이름은 장미’를 선택한 것은 바로 ‘모성’이었다. 이미 슬하에 두 자녀를 18살, 15살까지 키워낸 유호정이다. 하지만 ‘그대 이름은 장미’ 속 모성애는 더 특별했다. 엄마 유호정이 아닌 딸 유호정으로, 자신의 어머니를 추억하며 연기했던 작품이었다.
‘그대 이름은 장미’는 지금은 평범한 엄마 ‘홍장미’ 씨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나 그의 감추고 싶던 과거가 강제소환 당하며 펼쳐지는 반전 과거 추적코미디다. 유호정은 주인공 장미의 현재 모습을 통해 딸 현아(채수빈 분)를 키우며 성장하는 한 여성을 표현했다.
제니스뉴스와 유호정이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에 대한 감상부터, 돌아가신 어머니, 그리고 연기와 육아의 사이에서 워킹맘으로 했을 여러 고민들까지, 여러 이야기를 들었던 시간이었다.
‘그대 이름은 장미’는 전반부와 후반부가 과거와 현재로 나뉘어있는 구성이다. 하연수 씨가 연기한 장미의 과거를 오래 기다렸을 것 같다.
오래 기다렸고, 궁금했던 작품이다. 작년 말 편집본으로 처음 접했다. 사실 배우가 자기 작품을 볼 때 객관적으로 보기 힘들다. 그래서 보통 아쉬움이 많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대 이름은 장미’는 웃고 울면서 공감하며 봤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 가장 궁금했던 게 바로 과거의 장미 분량이다. 예쁘게 잘 찍힌 것 같다. 고등학생 때 좋아했던 하이틴 로맨스를 보는 것 같았다. 장미는 많은 걸 포기하는 삶을 살았다. 그 과정을 아름답게 만들어줘서 좋았다.

어찌 보면 장미는 참 박복한 삶을 살았다.
저도 ‘아니, 한 인물의 상황을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이기도 했다. 지금 60~70대 어머니들이 겪었을 상황이다. 없을 거라고는 감히 이야기를 못한다. 저 역시 공감되는 지점도 있었다.
더 안타까웠던 건 늘 행복해지는 시점에서 안 좋은 상황이 펼쳐지고, 그때마다 뼈를 깎는 선택을 해야 했다.
가수가 되고자 했지만, 아이를 선택했다. 하지만 꿈을 포기한 것이 아닌 엄마의 길을 걷는 거라고 생각했다. 사랑했던 남자와 사이에서 생긴 아이다. 그때 이미 장미의 꿈은 엄마로 바뀌었다고 봤다.
현재 시점에서 딸을 보낼 때도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상황의 엄마 모습을 딸에게 보여줄 수 없었을 거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현아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땐, 만약 아빠가 부담스러워 하더라도 딸을 보낼 수 밖에 없었을 것 같다.
제가 정말 답답했던 건, 후반 현아 앞에 나타나지 못하는 장미의 모습이었다. 아마 성공한 딸 앞에 작은 흠이라도 되고 싶지 않았던 마음일 거다.
하지만 장미에게도 남부럽지 않은 지점이 있다. 두 남자에게 순애보적 사랑을 받는다.
맞다. 진짜 행복했다. 끝까지 사랑 받는다. 처절한 상황 속에서 나름 희망적인 지점이 된 것 같다. 눈물 흘리면서도 미소 지을 수 있는 부분이다.
오정세 씨에겐 희망 고문이 아니었을까?
저도 ‘이런 남자가 있을까?’ 싶었다. 장미 입장에선 순철 같은 남자가 세상에 또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리고 자기를 좋아하는 마음도 알고 있지만 그 마음을 받을 수는 없었을 거다. 딸과 본인을 순철에게 짐처럼 넘길 수는 없을 거였다. 그 마음이 이해가 됐다.

장미의 마음을 많이 공감하며 작업했다는 게 느껴진다.
나이를 먹다보니 ‘그럴 수 있겠구나’가 점점 많아 진다. 예전엔 “어떻게 그럴 수 있어!”라며 반기를 들 때가 많았는데, 아이를 낳고, 중년이 넘어가다 보니 마음이 많이 편해지는 거 같다.
장미는 딸에게 헌신하는 인생을 보냈지만, 사실 당찬 인물이었다. 그 시대에 가수 데뷔를 꿈꿨다. 본인과 비슷하다 느낀 부분도 있었을까?
전 당초 강한 성격은 아니었다. 소극적이라 나서는 걸 실어한다. 남 앞에 나서는 게 가장 힘들다. 지금도 그런 경향이 있다. 이런 인터뷰는 괜찮지만, 큰 무대에서 목소리 낼 땐 아직도 많이 떨린다. 그래서 제 주변에선 다들 배우 못할 거라 생각했다.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싶었다. 그만큼 드러내지 않은 성격이었다.
그런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예능도 출연했다.
제가 참 재미가 없는 사람이다. 순발력도 없다. 그래서 예능에 대한 부담이 분명 있다. 박성웅 씨랑 이원근 씨랑 하연수 씨랑 다 같이 해서, 잘 했던 거 같다. ‘동상이몽’이야 부부 이야기, 사는 이야기를 주로 많이 했다. 재미있는 건 신혼 때 이야기를 해야할 때가 있는데, 정말 아무 것도 기억이 안 난다. 정말 큰일이다.
대표적인 연예인 부부로 꼽힌다. 힘든 부분도 있을텐데.
신혼 땐 그런 게 있었겠지만 지금은 거의 없다. 사이가 좋아서 안 싸우는 건 아니고, 서로를 잘 아니까, 그리고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아이 앞이니까, 그렇게 싸우는 일이 점점 사라졌다. 지금은 크게 부딪힐 경우가 없다.

과거 책받침 여신으로 인기몰이를 했던 배우들의 활동이 활발하다. 결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예능부터 연기까지 전방위적으로 활약 중이다.
기쁜 일이다. 운이 좋았던 거 같다. 제가 활동할 때만 해도 여배우가 결혼한다는 건 멜로 못하고 엄마 역할만 해야 한다는 사망선고의 느낌이 있었다.
다들 비슷한 때 결혼을 했다. 그런데 그때 한창 미시족이라는 말이 나왔다. 덕분에 그런 역할이 많이 들어왔다. 다 같이 열심히 일할 수 있었다. 제가 올해 딱 만 50이 됐다. 지금은 선택의 폭이 더 넓어진 시대다. 저보다 연배가 높으신 선배님들도 멜로를 찍으신다. 예전이라면 50대 배우가 멜로를 한다는 건 상상도 못했다. 시대가 좋아진 거 같다. 동료 배우들이 함께 열심히 일해서 좋은 에너지를 준 거 같다.
전 어릴 때도, 지금도 책받침 여신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땐 하희라 씨, 신애라 씨, 이미연 씨, 오연수 씨 등 유명한 분들이 정말 많았다. 당시 책받침 여신들에 비해 전 데뷔가 약간 늦다. 데뷔 때 오연수 씨가 하는 의상 카탈로그에 서브 모델로 들어간 적도 있다. 그때 오연수 씨를 보면서 ‘정말 멋지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당시 배우들과 여전히 친하게 지내고 있을까?
제일 오래된 건 김지호 씨다. 데뷔 전부터 알고 있었다. 정확한 기억은 안 나지만 지호 씨는 일을 막 시작하려는 사람이었고, 그 매니저와 저희 남편이 아는 사람이었다. 제가 남편과 연애할 때 같이 데이트도 하고 그랬다.
예전에 활동했던 배우들은 흔히 말하는 옛날 느낌의 ‘쪼’가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유호정 씨는 참 트랜디한 연기를 펼친다.
트랜디 하다는 건 정말 칭찬이다. 전 정말 그러고 싶다. 요즘 젊은 친구들 연기를 보면 ‘이렇게 연기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한다. 템포도 빠르고, 감정 표현의 방식이 예전과 다르다. 감정에 접근하는 느낌이 다르달까? 굳이 이야기 하자면 ‘그랬다 치고’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감정 접근에 접프가 많다. 항상 ‘올드한 연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고 경계한다. 그래서 대본 분석도 많이 하려고 한다. 다행히도 김수현 작가님과 작품을 하면서 여러 훈련이 된 것 같다. 힘들었지만 많은 걸 배울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과거와 현재의 구성, 그리고 배우가 나뉜다는 것까지, 여러모로 전작 ‘써니’를 생각나게 한다. 요즘 ‘써니’가 케이블 TV에서 자주 방영돼서 어린 친구들도 많이 보고 있다.
젊은 친구들이 그 감성을 이해하는 게 신기하다. 저희 딸도 요즘 다시 보면서 재미있다고 한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관객들이 ‘써니’를 생각할텐데’라며 걱정했다. 어쨌든 여러모로 좋은 작품과 비교된다면 좋은 일이다. ‘써니’가 친구들과 우정을 통해 찬란했던 시절을 돌아보는 작품이라면, 장미는 사랑을 하던 청춘의 시대를 지나 엄마로 살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모성애란 결국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변하지 않는 인류의 진리이자 감정이다. 그 연기를 정말 해보고 싶었다.
‘써니’ 때 나왔던 친구들이 지금 다 엄청난 활약을 하고 있다.
누구 하나 처지지 않고 똑같이 다 잘 된 것 같다. 제 마음이 정말 뿌듯하다. 감독의 탁월한 눈이칭찬 받아야 할 것 같다. 물론 그 친구들이 워낙 잘 하는 친구들이다. 연습할 때부터 너무 잘했다. 그때도 ‘얘넨 정말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마치 내 아이가 잘 커준 것 같은 뿌듯함이 있다. 특히 천우희 씨는 그때도 진짜 배우라는 게 보였다. 기대만큼 역시 잘 해내고 있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저작권자 © 제니스글로벌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