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이혜린 기자] 나영석 PD와 스페인의 깊은 인연이 다시 한번 시작된다. '꽃보다 할배'로 여행, '윤식당2'의 레스토랑 오픈에 이어 이번엔 스페인에 하숙집을 차렸다.
tvN 예능 '스페인 하숙' 기자간담회가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호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나영석 PD, 장은정 PD, 김대주 작가가 참석했다.
tvN 예능 '스페인 하숙'은 타지에서 만난 한국인에게 소중한 추억과 선물이 될 휴식을 대접하는 내용을 담은 예능 프로그램이다. 800km에 이르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맛깔난 한식과 따뜻한 잠자리가 있는 하숙을 제공한다.
특히 '스페인 하숙'은 나영석 PD의 새로운 예능일 뿐만 아니라, 배우 유해진, 차승원이 tvN 예능 '삼시세끼' 이후 3년여 만에 다시 만나는 프로그램이다. 또한 예능 대세로 떠오른 모델 배정남이 함께해 많은 이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이에 '스페인 하숙'의 공동 연출을 맡은 나영석 PD, 장은정 PD와 김대주 작가는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 호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들이 이야기한 '스페인 하숙'을 일문일답으로 전한다.

Q. '스페인 하숙'을 기획한 의도가 궁금하다.
나영석 PD: '스페인 하숙'은 말 그대로 스페인에 가서 손님에게 잠자리와 식사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원래는 '삼시세끼'를 하려고 했다. 그래서 차승원-유해진 씨와 이야기하다가 "'삼시세끼'는 언제 해도 좋으니 특별한 걸 해보자"는 의견이 나와 하게 됐다. 여기에 "외국에서 할까?"는 이야기가 커져서 스페인에 가서 잠자리와 밥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하게 됐다.
장은정 PD: 차승원 씨가 요리를 워낙 잘해서 그 요리를 많은 사람에게 맛 보여주고 싶어서 시작하게 됐다. 드셨던 많은 분들도 행복해해서 의미 있던 시간이었다.
Q. 스페인을 배경으로 '꽃보다 할배', '윤식당 2'을 선보였다. 다시 스페인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
나영석 PD: 스페인 관광청이나 정부에 도움을 받고 있진 않다. 순례자의 길에 관심이 있어서 가게 됐다. 승원이 형이 밥을 잘하니까 '따뜻한 밥을 어떤 분들과 먹으면 의미 있을까?'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다가 '작은 하숙집을 차리고, 밥과 쉴 공간을 마련하면 의미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처음부터 스페인을 염두에 둔 건 아니었다. 네팔 히말라야에 하숙집을 차릴지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산티아고 순례길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 나라가 안팎으로 어렵다. 그래서 순례길에 가서 생각을 정리하기도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그 길 안에 한식집도 없고 한국식 하숙집도 없어 하룻밤을 선물하면 의미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저는 당분간은 가지 않을 생각이다. 하하.
Q. 나영석 PD와 장은정 PD가 공동 연출한 프로그램이다.
나영석 PD: 다행히 후배분들이 저와 함께 해준다. 상부상조 같은 거다. 후배는 저의 이름을, 저는 후배의 능력을 얻어 간다. 모두의 인생이 그런 거 같고, 장은정 PD도 같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누가 봐도 나영석 PD 프로그램은 아닌 것이 장은정 PD와 오랜 시간 호흡을 맞췄다. 장은정 PD와 10년, 다른 프로그램에서 호흡을 맞춘 분들과도 최소 5년이다. 제 것이 아닌 우리들의 브랜드다. 다만 많은 시청자분들께서 이름이 알려진 게 저다 보니까 그렇게 인식한 거 같다.
저희가 추구하는 톤을 결국 시청자분들이 그만 보고 싶다는 날이 오면, 저는 이제 데스크로 올라가게 될 거다. 일을 그만둘 수 없으니 부장님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 자리에서 장은정 PD를 쫄 거 같다. 하하. 이런 농담을 할 정도로 보통의 직장인으로 살고 있다.

Q. 비슷한 배경과 차승원-유해진의 조합으로 '예상할 수 있는 그림'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나영석 PD: 저희도 그런 우려를 안고 떠났다. 그리고 우려는 현실이 됐다. '많이 다르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아주 많이 다르지 않았다. 차승원-유해진 씨는 우주 정거장에 가도 똑같은 짓을 하고 있을 거 같다. 시청자분들에게 송구스러울 수 있지만, 이런 기획을 보이게 된 건 '두 사람의 케미로 웃음과 즐거움을 기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삼시세끼'를 또 해도 즐겁게 즐겨주실 거 같은데, 새로운 환경에서 다른 모습 보여드리고 싶은 제작진과 출연진 공통의 욕망이었다. 그걸 외국까지 가서 하숙이라는 틀을 빌린 걸로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 익숙한 케미와 즐거움이 나올 테지만, 산티아고를 걷는 분들과의 관계, 이야기로 다른 모습이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장은정 PD: 처음 생각했던 모습과 같이 '삼시세끼'에 가까운 거 같다. 관광지가 아닌 순례길의 작은 마을이어서 '삼시세끼'와 가깝다고 생각한다.
Q. 다른 민박 형식의 프로그램과 비슷할 우려는 없었을까?
나영석 PD: 우려는 했지만, 차승원-유해진 씨의 케미를 우리 방식으로 만들면 맥락을 이해해주시라고 생각했다. 저희는 하숙집이기 때문에 매일 손님이 온다. 하지만 오는 분들이 누구인지 모른다. 순례길에 있는 민박집 특성상 예약을 하지 않는다. 예고 없이 들려서 침대가 있으면 잠을 잔다. 10일 정도 머물렀는데, 매일 몇 명이 올지 짐작하기 힘들기도 했다.
제가 인상 깊었던 점은 순례길에 오르는 분들은 종교적인 의미가 아니라 개인적인 의미로 간다는 점이다. 회사를 그만두거나 이직을 하거나, 큰 결정을 앞두는 등 기획할 때 그런 분들의 이야기도 끌어낼 수 있으면 차별점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가서 찍는데 차승원 씨는 요리를, 유해진 씨는 손님을 받았다. 그런데 해진 씨가 손님들에게 사연을 묻지 않았다. 맛있게 먹는지, 잘 가라는지 이야기하는 게 다였다. 그래서 "뭐 하고, 왜 왔는지 정도는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물었는데, 해진 씨가 "여기 오시는 분들은 힘든 게 있어서 오셨을 건데, 그걸 우리까지 물어보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 맛있는 밥과 따뜻한 잠자리로 다시 걸을 수 있게 하는 게 우리의 일이야"고 했다. 깨닫는 바가 많았다. 그래서 이번 프로그램은 일반인의 사연이 나오지는 않는다. "밥 맛있었어요", "잘 쉬었어요", "열심히 가볼게요" 정도만 나온다.

Q. 출연자들의 소감은 어땠는가?
나영석 PD: 예상외의 반응으로 "또 하고 싶다"고 했다. "'삼시세끼'로 돌아가자"고 할 줄 알았다. 늘 우리끼리만 있었는데, 하숙집 안에서 만들어 가는 소소한 하루가 재미있었다. 하지만 모르는 분들이 손님으로 와서 긴장하기도 했다. 두 분 모두 안 그러길 바랐는데, 긴장해서 거기에 걸맞게 몰입했다. 나중에는 과정이 뿌듯했던 거 같다. 그러나 가능하면 섬으로 가는 게 저희의 생각이다. 하하.
Q. 출연자들이 프로그램을 위해 준비했던 점은?
김대주 작가: 우선 배정남 씨는 많은 짐을 챙겼다. 오랜 시간 해외 촬영이고, 형들과 숙박 해야 해서 생활에서 필요한 걸 살림처럼 챙겨왔다. 꼼꼼히 챙겨와 도움이 됐다. 유해진 씨는 순례길에 대해 공부하고 왔다. 손님들을 맞이하고 이해할 수 있는 준비를 했다. 차승원 씨는 외국에서 저렴한 식사 3~5유로 정도지만, 후식까지 해야 해서 고민했다. 요리 연습도 했다고 한다. 생각보다 이분들이 많은 준비를 해왔다. 방송에 많이 보이게 될 거 같다.
Q. 1박 하숙하는 비용과 외국인 고객과의 소통은 어떻게 해결했을까?
장은정 PD: 한국인이 편하게 찾으라고 한국어로 제작한 간판을 설치했지만, 유명한 곳이어서 자연스럽게 외국인분들과 함께했다. 손님 담당을 하는 유해진 씨가 했다. 섭외한 하숙집도 원래 운영하는 것과 똑같이 하느라 숙박비가 5유로로 측정했다. 식사는 별도였지만, 주변과 동일하게 맞춰 더 비싸거나 싸지 않았다.
나영석 PD: 가격이 싼 이유는 순례길를 걷는 분들이 한 달 가까이 걷는 게 고행의 길이기 때문이다. 휴가지가 아니어서 단출한 2층 침대, 편의시설이 없는 게 대부분이다. 저희가 간 계절은 비수기였다. 성수기 전이라 원래 손님이 많지 않았고, 문이 닫혀 있는 알베르게를 섭외했다. 저희가 부탁을 드려 한시적 오픈을 했다. 집주인의 조건은 "숙박비를 올리지 말아달라"는 것 하나였다. 그래서 모두 1박에 5유로로 주무시고 갔다.
Q. 하숙집이다 보니, 손님이 안 오는 날도 있었을 거 같다. 빈 부분은 어떻게 채웠을까?
김대주 작가: 여유가 크게 있지는 않아 바쁘게 지냈다. 손님들이 오기 전까지 시간은 준비 시간으로 정신이 없다. 차승원 씨는 손님이 몇 명이 올지 모르니 넉넉하게 준비하고, 유해진 씨는 침대를 깨끗하게 정리한다. 그럼에도 남는 시간이 있으면, 간판 같은 걸 만들었다. 영업을 하다 보면 필요한 게 생기는데, 유해진 씨가 이번에는 '이케요' 같은 브랜드를 론칭하기도 했다. 여유가 생겼을 때는 차승원-유해진 씨가 케미 있는 모습을 그리거나 노래를 했다.
배정남 씨는 여유가 생기면 잤다. "체력을 비축해야 손님을 맞이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정남 씨는 동네를 돌아다니는 걸 좋아했다. 나중에는 동네 주민과 친분이 두터워져서 다들 인사했다. 친화력은 세계 어디 가나 최고였다.

Q. '스페인 하숙'도 음식이라는 소재를 잘 녹여낼 것 같다. 제작진에게 '한 끼'의 의미는 무엇일까?
나영석 PD: 음식이라는 건 살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걸 수 있다. 하지만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가장 적은 노력과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사치라고 생각한다. 인생 안에서 가장 많이 만나는 즐거움의 포인트인 거 같다. 그걸 누구와 나누고 어떻게 먹느냐가 저에게 중요한 주제여서 예능으로 접근하고 있다. 좋아하는 음식은 계란 프라이다.
Q. 이번 프로그램에서 차승원의 음식 중 기억에 남는 음식이 있을까?
나영석 PD: 이번에는 별로 못 먹었다. 코앞에 있어야 받아먹을 수 있는데, 이번엔 장은정 PD가 있었다. 짜장밥이 기억에 남는다. 계란 프라이도 올라갔다.
장은정 PD: 전날 남은 해물과 고기를 넣은 해물 된장찌개다. 된장찌개를 좋아하는데, 이제까지 먹은 것 중 가장 맛있었다.
Q. 끝으로 시청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영석 PD: 저희가 말을 길게 했지만 '삼시세끼'와 비슷하다. 댓글에 "딱 봐도 알겠다. '삼시세끼'+'윤식당' 아냐?"라고 쓰여있었는데, "아니야"라고 말하기 힘들었다. 여유와 즐거움을 찾는 능글능글한 게 매력이다. 이번에도 역시 장소와 상황만 바뀌었을 뿐 농익은 매력이 여지없이 발산되니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한편 tvN 예능 '스페인 하숙'은 오는 15일 오후 9시 10분 방송된다.
저작권자 © 제니스글로벌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