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우상' 천우희 ① "눈썹 밀고 칩거 생활, 지금은 풍성해졌죠?"
[Z인터뷰] '우상' 천우희 ① "눈썹 밀고 칩거 생활, 지금은 풍성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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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우희 (사진=CGV아트하우스)
▲ 천우희 (사진=CGV아트하우스)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천우희는 참 야무진 배우다. 청룡의 여우주연상을 거머쥐고 “유명하지 않은 제가”라는 수상소감과 함께 눈물로 무대를 수놓았던 것이 불과 5년 전의 일. 이후 ‘해어화’ ‘곡성’ 등 차곡차곡 필모를 쌓아가며,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늘 자신의 연기를 해냈고, 끊임없는 작품 활동으로 관객을 즐겁게 했던 천우희였다.

하지만 그 흐름이 끊어졌다. 감정적으로 부담이 센 캐릭터를 연기하고도 “후유증은 없어요”라며, 강한 모습을 보여왔던 천우희였다. 그러나 절친했던 선배 故 김주혁의 사고는 그를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하여 잠시 연기를 멀리 두고, 시간의 흐름 속에 자신의 감정을 내맡겼다.

그리고 이제야 작품으로 관객과 마주하고 있다. 천우희가 이번에 들고 온 작품은 바로 ‘우상’이다. 자신에게 청룡을 안겼던 ‘한공주’의 이수진 감독과 다시 만났다. 천우희가 연기한 ‘연화’는 현실의 바닥에서 자신의 평범한 삶을 ‘우상’으로 삼고 살아가는 처절한 인물이다. 여러모로 정말 힘들게 버티며 연기 했을 천우희였다. 

그 노력 덕분일까? 결과는 좋다.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제 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섹션에 초대 됐다. 개봉 이후 어렵다는 평도 있지만, 분명 좋은 잘 만든 영화로 작품이 가진 메시지를 관객에게 전하는 중이다. 배우 인생의 굴곡에서도 결국 ‘연기’로 해답을 찾은 천우희의 이야기를 이 자리에 전한다. 

▲ 천우희 (사진=CGV아트하우스)
▲ 천우희 (사진=CGV아트하우스)

시사 이후 어렵다는 평가가 많았다.
첫 시사를 베를린에서 했다. 전 정말 재미있게 봤다. 또 보고 싶었다. 보통 본인이 나온 영화를 재미있게 보기 힘들다. 하지만 ‘우상’은 흐름을 따라가게 됐다. 몰입이 정말 잘 됐다. 그렇게 흐름에 몸을 맡기면 결말에 와 있었다. 너무 어렵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느낌이 어땠을까? 이수진 감독의 작품이라 더 남달랐을 터다.
영화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다르게 접근 했던 작품 같다. 지금까지는 시나리오만 봤다. 감독님은 선택에서 배제했었다. 하지만 이번엔 이수진 감독님의 작품이었다. 제가 같은 감독님과 두 번 작업을 하는 건 처음이었다. 무엇보다 ‘한공주’는 제게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그때 느꼈던 합을 기대하며 시나리오를 읽었다. 더 꼼꼼히 봤고, 역할을 더 뜯어 봤던 것 같다.

이수진 감독을 믿고 가는 부분은 있었겠지만, 분명 ‘연화’는 너무나도 처절한 역할이다.
맞다. ‘어렵다, 쉽다’를 떠나 너무나 처절하게 느껴졌다. 세 역할에 모두 연민이 갔다. 그 뒤에 다가온 것이 ‘쉽지 않겠다’였다. ‘한공주’는 받았을 땐 ‘내 거다. 내가 제일 잘 해낼 수 있을 거다’라는 확신이 들었다면, 이번엔 설렘 속에 두려움을 가지고 같다. 감독님께서 “다른 배우가 하면 배 아프지 않겠어?”라고 하시는데, “그럼 편하게 다른 배우에게 돌려보세요. 아마 이 역할 하겠다고 하는 사람 한 명도 안 나올 걸요?”라고 했다. 정말 어느 누구도 쉽게 결정하기는 어려울 역할이었다.

그럼에도 결국 ‘연화’를 선택했다.
2016년에 대본을 받았던 것 같은데 그때 제가 ‘곡성’을 했을 때라 센 캐릭터에 대한 우려로 반려됐던 거 같다. 하지만 결국 설경구 선배님이 ‘이건 천우희다’라고 해서 다시 온 걸로 알고 있다. 감독님도 제게 바라는 게 있었을 거고, 저 역시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의욕도 있었다. 무엇보다 ‘한공주’와 결이 달라서 기대가 컸던 것 같다.

▲ 천우희 (사진=CGV아트하우스)
▲ 천우희 (사진=CGV아트하우스)

그렇게 마주한 '연화’는 어땠을까?
연화가 어려웠던 건 영화 안에 인물의 단서가 많지 않다. 다른 사람이 말하는 연화에 대한 표현을 분석하고 상상해야 했다. 제가 연화의 인생을 돌아 봤을 땐 그의 맹목적인 행동이 어느 정도 받아들여졌다. 연화는 아마 아주 평범한 삶을 꿈꿨을 거다. 연화는 출생신고도 안 돼서 학교도 못 가고, 병원도 못 간다. 인간이 가져야 하는 당연한 권리도 없었다. 그렇기에 평범한 삶을 갖기 위해 정말 단순하게 본능적으로 살 수밖에 없었을 거다. 제게 연화는 마음이 짠해질 정도로 많은 연민을 낳았다. 그래서 전 연화가 무섭지 않게 보이길 바랐다. 짧게나마 순수함이 비쳤으면 좋겠고, 연화가 사라진다면 관객들이 여운을 느끼길 바랐다.

무섭게 보이지 않길 바랐는데, 감독님이 눈썹을 밀어버렸다.
대본엔 “청테이프 때문에 눈썹이 다 뜯겼다”라고 표현돼 있었다.

눈썹만 봐도 ‘우상’에 대한 천우희의 의욕이 느껴진다.
하하하. 제가 눈썹을 밀었을 때 현장에서 빵빵 터졌다. 사실 눈썹 밀기 전엔 엄청 걱정했었다. “눈썹은 다시 자란다”고 하는데, ‘예전처럼 똑같이 안 돌아올 수 있다’는 생각에 겁도 났다. 그런데 막상 밀어보니 나름의 느낌이 있었다. 그 뒤엔 ‘눈썹 민 모습의 연기를 과연 어떤 영화에서 해볼 수 있을까?’라며 ‘재밌다’며 촬영 했다.

개인적인 궁금증이다. 다시 원상복귀 되는데는 얼마의 시간이 걸렸는지?
1주일 정도가 되면 남자 수염 정도의 길이가 된다. 본래의 모습을 갖추는데는 한달 반 정도가 걸렸다. 제 기분상 훨씬 더 풍성해진 느낌이다. 덕분에 칩거 생활을 했다. 야외활동, 대외활동을 일체 금했다. 제 지인들에게도 서프라이즈를 안기고 싶어서 이야기 안 했다. 영화가 개봉되면 보길 바랐다.

▲ 천우희 (사진=CGV아트하우스)
▲ 천우희 (사진=CGV아트하우스)

외모적인 벽에 눈썹이 있었다면, 대사적인 벽으로는 사투리가 있었다.
작품 초반부터 같이 선생님 그리고 감독님과 잡아갔다. 무엇보다 리얼하게 갈까, 아니면 영화적으로 뉘앙스만 살릴까를 조율했다. 정말 열심히 했고, 이제 와서 말하지만 칭찬도 진짜 많이 받았다. 하하하. 그래서 마음 한편으론 안심하면서, 좋아했었다. 그런데 사투리 대사가 잘 안 들린다는 말에 상처 받았다. 너무 리얼하게 했나 보다. 예를 들면 연변 사투리를 쓰다가도, 어떤 신에선 하얼빈 사람들처럼 보이고자 하는 연변 사투리를 쓰는, 그런 미묘한 지점까지 신경 써서 표현했다.

‘한공주’ 아후 이수진 감독과 재회, 달라진 게 있었을까?
달라진 점이 없어서 좋았다. 감독님의 훌륭한 점은 분명 ‘한공주’가 잘 됐기에 부담이 있으셨을 거다. 하지만 한번도 포기하거나 주저하거나 타협하지 않았다. 본래 말씀을 많이 하는 분도 아니지만 그냥 뚝심으로 밀고 가셨다. 무엇보다 ‘한공주’ 때와 똑같아서 훌륭하고 존경스러운 거 같다.

영화는 맹목적으로 좇는 우상에 대해 이야기 한다. 물론 그 우상은 누구에게나 있고, 누구에게나 다를 것이다.
이 작품을 찍기 전까지 우상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리고 우상이 있지도 않았다. 이 작품을 하고 나서 저를 돌아보는 시간이 많았다. 결국 내 우상은 연기였다. 연기는 누구의 취향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평가 받을 수도 있다. 물론 그 중엔 제 만족이 가장 큰 것도 사실이다. 다만 세상에 완벽한 연기는 없다. 그런데도 그 곳에 도달하려고 노력한다. 그저 맹목적으로 도전한다.

▶ 2편에서 계속
 

권구현 기자
권구현 기자

kvanz@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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