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리뷰] ‘그날들’, 완벽한 쥬크박스 뮤지컬… 조연이 빛냈다
[Z리뷰] ‘그날들’, 완벽한 쥬크박스 뮤지컬… 조연이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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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들' 공연 (사진=제니스뉴스 DB)
▲ '그날들' 공연 (사진=제니스뉴스 DB)

[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그날들’의 스토리, 넘버, 무대연출은 모두 완벽했다. 다만 캐스팅의 조합에 따라 그 몰입의 정도는 달라질 수 있다.

‘그날들’은 청와대 경호실을 배경으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20년 전 사라진 그 날의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지난 2013년 초연해 벌써 네 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그날들’의 가장 큰 힘은 역시 넘버다. 故 김광석이 부른 명곡들로 구성된 쥬크박스 뮤지컬인 만큼 대중에게 익숙한 ‘변해가네’, ‘서른 즈음에’, ‘그날들’, ‘이등병의 편지’, ‘먼지가 되어’, ‘사랑했지만’,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등이 다양하게 편곡돼 흘러나온다.

쥬크박스 뮤지컬은 음악에 스토리를 맞추다 보니 자칫 잘못하면  흐름이 자연스럽지 않은 경우가 생긴다. 하지만 ‘그날들’은 그런 오류를 범하지 않는다. 작품의 스토리 라인에 맞춰 김광석의 곡들을 잔잔하게, 때로는 웅장하게 편곡해 삽입해 몰입을 높인다.

작품은 대통령 딸 하나와 수행 경호원의 사라진 행방을 뒤쫓으며 시작돼, 경호부장 정학이 20년 전 사라진 경호원 무영과 그녀의 흔적들을 떠올리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스토리의 유기적인 연결, 정학과 무영의 우정, 무영과 그녀의 드라마틱한 사랑 이야기까지. ‘그날들’은 짜임새 있게 스토리를 펼쳐낸다.

정학을 연기한 이필모와 무영을 연기한 윤지성의 캐릭터 표현은 아쉬움이 남는다. 브로맨스를 드러내야 하는 장면에서 두 사람의 호흡은 다소 어색하다. 이필모-윤지성과는 상반되게 경호원 대식을 연기한 최지호와 상구를 연기한 강영석의 브로맨스는 굉장히 돋보인다.

첫 뮤지컬에 도전한 윤지성은 성량, 음정, 감정표현 등 아직은 부족한 면이 많아 보인다. 강점인 미성을 살린 앙상블은 잘 소화하지만, 홀로 노래를 부르며 연기하는 신에는 연습이 더 필요할 것 같다. 이필모의 자연스러운 표정 연기는 좋지만, 고음의 넘버를 소화하기엔 벅찬 모습. 특히 1막의 하이라이트 넘버인 ‘그날들’을 온전히 소화해내지 못해 몰입을 떨어트린다.

▲ '그날들' 공연 (사진=제니스뉴스 DB)
▲ '그날들' 공연 (사진=제니스뉴스 DB)

대신 조연들의 앙상블이 부족함을 채워준다. 상구 역의 강영석은 극의 가장 유쾌함을 담당해 능청스러운 말투, 행동으로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한다. 드라마 ‘SKY캐슬’ 속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라는 대사도 진지하게 내뱉어 폭소케 한다.

또 다른 신스틸러는 대통령 딸 하나를 연기하는 이아진. 그는 진지함과 유쾌함을 오가는 캐릭터를 찰떡 같이 연기한다. 학생 역할에 잘 어울리는 청아한 목소리는 ‘그날들’을 보고, 듣는 이들을 절로 미소 짓게 만든다.

화려한 액션도 보는 재미를 높인다. 경호원, 군인들의 훈련 장면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는데 유도, 검도, 특공무술, 레펠, 격투까지, 배우들은 실제 경호원을 방불케 하는 능숙한 액션을 선보인다. 특히 여러 배우들이 탄탄한 보디라인을 자랑하며 춤추는 ‘나의 노래’는 절로 어깨를 들썩이게 만든다.

‘그날들’은 성별, 연령대에 상관없이 즐길 수 있는 뮤지컬이다. 나이 지긋한 관객은 옛 노래로 추억을 떠올릴 테고, 현재까지도 꾸준히 리메이크되고 있는 김광석의 노래는 젊은 관객에게도 통할 수 있다. 여기에 흥미로운 스토리와 뛰어난 무대 연출이 더해진 ‘그날들’은 오는 5월 6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된다.

변진희 기자
변진희 기자

bjh123@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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