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돈' 조우진 ② "대사 하나가 궁핍했던 시절이 있었다"
[Z인터뷰] '돈' 조우진 ② "대사 하나가 궁핍했던 시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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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우진 (사진=쇼박스)
▲ 조우진 (사진=쇼박스)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졸지에 ‘돈’을 좇는 배우가 됐다. 진짜로 돈에 집착하는 배우라는 말은 아니다. 영화 ‘돈’에 출연한 배우 조우진의 이야기다. 하지만 영화 ‘돈’에서 조우진이 연기한 한지철은 금융감독원의 직원으로 돈을 좇는 군상들을 잡으러 다니는 인물이다. 사실 돈의 사리사욕에 대해서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돈’을 좇는 배우라 말한 건 전작 ‘국가부도의 날’에서부터 유독 큰 돈에 관련된 영화에 출연했기 때문이다. 영화야 서사를 띤 예술이고, 인간사에 돈이 빠질 일이 없기에 당연히 자주 등장하는 소재가 돈이다. 허나 그처럼 돈의 흐름 위에 서있는 국가 공무원을, 그것도 정반대의 입장에서 가까운 시일 내에 선 보인 배우도 드물다.

하지만 조우진은 돈을 쫓(아내)는 배우다. 오는 돈을 마다하지 않겠지만, 자신의 노력에 비해 과한 돈을 경계하고 돈보다는 사람을 좇는 배우이길 다짐하는 연기자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조우진의 연기를 좋아하는 지도 모른다. 그의 연기에선 항상 진정성이 느껴지고, 사람 냄새가 풍긴다. 하여 악플 없는 배우의 반열에 이름을 올렸을 거다.

최근 할리우드 공습 속에서도 꿋꿋하게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영화 ‘돈’의 조우진과 제니스뉴스가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사람 냄새가 너무나도 좋았던, 그리고 연기에 대한 소신이 너무나도 듣기 좋았던 그 시간을 이 자리에 펼쳐본다.

▶ 1편에서 이어

▲ 조우진 (사진=쇼박스)
▲ 조우진 (사진=쇼박스)

요 몇 년 사이 최고의 열일 아이콘이다. 그건 배우 조우진을 찾아주는 곳이 많다는 이야기다.
작품이 있다면, 그걸 만드시는 분이 계신다. 그리고 그걸 나아가게 하는 스태프가 계신다. 전 그 안에 들어가 있을 뿐이다. 결국 전 사람을 잘 만난 것 같다. ‘내부자들’에서 타인의 팔을 자르던 사람을, ‘도깨비’의 김 비서로 만들어주셨다. 또 김 비서처럼 온화한 사람을 꼰대 기질 가득한 재정국 차관으로도 만들어주셨다. 또 그런 인물을 조카의 시체 앞에서 오열하는 삼촌으로도 만들어주신다. 그들의 과감한 시도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많은 캐릭터와 다양한 작품을 만나지 못 했을 거다. 제 초심은 '주어지는 것에 열심히 하자!'였다. 그게 흔들리지 않는다면 또 좋은 사람을 만나 또 좋은 작품을 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초심을 지킨다는 것, 말은 쉽지만 실천은 어려운 일이다.
전 지금에 너무 감사하다. 대사 하나, 캐릭터 하나가 궁핍했던 시절이 있다. 제가 ‘연기를 하겠다’라고 마음 먹었을 때 막연하게 ‘어려운 생활일 거다’라고 상상하던 지점이 있다. 근데 그 모습과 현실의 갭이 엄청 컸다. 적잖은 대사가 오가는 드라마도, 영화도 했었지만 그걸 잘 해내기도 어려웠고, 그런 배역을 맡는 건 더 어려웠다. 그만큼 기회를 얻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때 번뇌하던 내 모습을 떠올린다면 지금의 기회는 정말 천금같이 고마운 기회다. 그래서 더 열심히 달릴 수 있는 것 같다.

지금의 조우진은 믿고 본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런데도 아직도 매 순간 어려운 걸까?
그 불안감이 절 만든 것 같다. ‘스태프가 날 싫어하면 어떡하지?’ ‘내 연기를 싫어하면 어떡하지?’ ‘예전보다 지금은 나아진 걸까?’ 같은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는다. 불현듯 엄습해온다. 아니 오히려 더 크게 찾아오기도 한다.

▲ 조우진 (사진=쇼박스)
▲ 조우진 (사진=쇼박스)

매번 불안감을 안고 연기를 할 수는 없다. 극복하는 방법이 있다면?
주로 술을 마신다. 그리고 주변 사람과 이야기를 많이 한다. ‘진짜 어렵다’고 말하면 “엄살 부리지 말라”는 분도 계시고, 선배의 입장에서 따듯한 마음으로 감싸주시는 분들도 계신다. 물론 극복은 본인이 해야 한다. 다만 극복에 필요한 격려의 힘을 받는 거다.

주변 사람이라면 누구일까? 혹 대중들이 알만한 사람이 있을까?
누군가 제게 “너는 어떤 선배님, 혹은 어떤 배우랑 가장 친해?”라고 물으면 “지금 작품 같이 하는 사람”이라고 답한다. 그건 제가 그 당시에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고 동일한 목표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바로 동료이기 때문이다.

본인도 ‘후배들에게 격려의 힘을 줄 수 있는 선배가 돼야겠다’는 생각도 하겠다.
어쩌다 보니 저도 모르게 선배가 돼 있다. 하지만 전 그냥 경험담을 이야기해주는 편이다. “난 이랬는데 넌 어때?”의 뉘앙스다. 그 후배들도 저처럼 선배가 해결책을 줄 거라고 생각하며 연락하진 않았을 거다. 최대한 상대에게 상처 주지 않고 이야기 하려 한다. 그런데 참 어렵다. 단적으로 전 ‘나부터 잘 하자’ 주의다. 도를 닦아야 할 것 같다. 철도 더 들어야 한다. 제가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 먼저 돼야할 것 같다.

생각은 복잡한 것 같지만 말은 참 명료하게 한다. 똑바른 발음과 함께 대사를 담백하게 담아내는 조우진의 연기와 비슷한 느낌이다.
예전엔 복잡한 생각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성향이 있었다. 지금은 단순하게 생각하려 노력한다.

조우진의 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계속 열일 해줬으면 좋겠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캐릭터가 계속 나올 거다. 작품이 다루는 이야기도 작년과 지금만 비교해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 이야기만 발전하는 게 아니라 포맷도 달라지고 있다. 앞으로 할 건 정말 많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권구현 기자
권구현 기자

kvanz@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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