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이수경은 참 조용한 배우다. 말수가 많지 않고, 목소리도 그리 크지 않다. 질문을 던져도 한참 생각한 후에야 진중하게 답하는 타입이다. 본인 말로는 낯가림도 심한 편이라고 한다.
그래서 더 신기하다. 이런 배우가 스크린 안에서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활력이 넘친다. ‘차이나타운’ 때부터 ‘굿바이 싱글’ ‘특별시민’ ‘침묵’에서 활약하더니 ‘용순’에서는 주연으로 극을 이끌며 호평 받았다. 천상 연기자라는 말이 딱이다.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는 눈도 특별하다. 영화 ‘기묘한 가족’은 B급 코드를 내세운 좀비 코믹극. 신인 여배우가 선뜻 택하기 힘들 것으로 보이지만 이수경은 오히려 좋아서 선택했고, 능히 자신의 연기를 펼쳤다.
좀비로 한탕을 노리는 주요소의 막내딸로 분한 이수경과 제니스뉴스가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카페에서 만났다. ‘용순’ 때에 비하면 훨씬 말이 많았던 이수경. 이제 조금씩 인터뷰 현장도 적응해가는 모습에, 보다 능숙한 배우가 되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던 시간이었다.
‘기묘한 가족’은 대놓고 B급 정서를 함유한 코미디 영화다.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바로 그 코드였다. 대중적 코드도 있지만, 마니악한 코드가 있었다. ‘해걸’도 좋았고, 다른 가족들 캐릭터도 너무 좋았다. 시나리오를 읽는데 바로 다음 장도 예상하지 못할 정도였다.
충청도 사투리를 기가 막히게 소화했다. 전작에서 경험이 있기에 훨씬 수월했을 것 같다.
‘용순’ 때 보다는 접근하긴 쉬웠는데, 이번엔 더 깊은 사투리였다. 이번에도 감독님이 충청도 분이라 도움 많이 받았다. 선배님들 모두 다들 네이티브처럼 구사하셨다. 쉬는 시간에도 썼다. 요즘에도 만나면 서로 사투리를 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잘하는 사람은?
단연 재영 선배님이다. 리딩할 때도 거의 완벽하게 하셨다. 충청도 사투리 선생님도 재영 선배님은 진짜 너무 잘하신다고,
좀비와 합을 맞춘다는 게, 심지어 사랑의 감정을 전해야하는 게 쉽지 않았을 거다.
좀비랑 연기해본 것이 당연히 처음이다. 하하. 생각보다 많이 어려웠다. 정가람 오빠는 리액션을 못 한다. 말도 못한다. 그래서 저 혼자 해야 하니까 처음엔 많이 해맸던 것 같다. ‘내가 이렇게 연기하는 게 맞나?’ 싶었다. 그런데 아마 가람 오빠는 더 어려웠을 거다. 각자 플레이를 한 느낌이다.
차라리 좀비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을 것 같다.
시나리오만 봤을 땐 막연하게 ‘재미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오빠까 촬영 전부터 움직임을 배우고, 매 촬영마다 2~3시간 씩 일찍 와서 분장하고, 촬영 끝나면 1시간 동안 그걸 또 지우는 모습을 보곤 ‘정말 힘들겠다’ 싶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다.
해걸과 쫑비를 보고 있으면 ‘웜바디스’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저 역시 ‘웜바디스’ 생각은 했다. 인간과 좀비의 관계를 로맨스로 그린 영화가 ‘웜바디스’ 말고는 딱히 없는 것도 이유다. ‘찾아서 한번 볼까?’ 했는데, 감독님께서 말리셨다. ‘웜바디스’는 두 사람의 관계가 주요한 이야기라면 우린 아니다. 저 역시 로맨스를 중점적으로 생각하진 않았다. 가족 관계를 함께 만들어간다고 생각했다.
쫑비의 주된 식량, 양배추는 먹어봤을까?
오빠가 그걸 몇 박스를 먹는데 너무 고통스러워서 엄두도 못냈다. 케첩을 하도 뿌려서 케첩맛만 난다고 했다.

정가람과 호흡은 어땠을까?
아는 게 많은 사람, 만물박사다. 오빠랑 이야기할 땐 주제가 끊이질 않아 재미있었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오빠가 너무 열심히 했다. 양배추 먹는 것도 그렇고, 맨발로 달리는 것도 그렇고, 오빠 때문이라도 더 긴장하고 연기했다. 또래랑 작업해 본 적이 별로 없어서, 오빠랑 하는 게 좋았다. 오빠라는 사람 자체를 아는 게 좋았다.
모두가 굉장히 친해진 현장이라고 들었다.
3개월 동안 붙어있었다. 재미있는 건 시간이 지날 수록 다들 캐릭터화가 됐다. 재영, 남길 선배님은 만나면 만담 콤비처럼 웃겼다. 그들만 보고 있어도 재미있었다. 지원 언니랑은 둘이 여자다 보니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많았다. 특히 언니가 서울 집처럼 느끼고 싶다며, 향초를 두셨었다. 덕분에 항상 아로마 테라피를 하는 느낌이었다. 다른 사람 몰래 언니랑 음식을 시켜먹은 적도 있었다. 근데 들켰다. 왜 몰래 먹냐며 구박받았다. 하하.
영화 자체가 웃겨서 NG도 많았을 것 같다. 기억나는 웃긴 신이 있을까?
선배님들의 연기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제 예상과 매번 빗나간 연기를 보여주니 대단하다는 생각만 했다. 일단 박인환 선생님 나오는 신은 정말 다 웃긴다. 만덕이란 인물도 재미있었지만, 선생님이 하시니 훨씬 더 입체적으로 변했다. 톤도 정말 상상할 수 없는 톤이 나왔다.
엄지원 선배님은 남주가 쫑비의 이빨을 뽑는 신이 있는데, 마치 영화 ‘대부’ 같았다. 선배님이 ‘대부’의 한 장면처럼 앉아 있는 줄 모르고 뒤돌아 봤다가 웃음이 터져 NG가 났었다.
김남길 선배님은 가족들에게 좀비 브리핑을 할 때 정말 대단했다. 시나리오엔 간단히 써있는 장면이다. 정재영 선배님 역시 매번 애드리브가 달랐다. 매 촬영마다 색다른 애드리브를 보여줬다. 너무 신기했다. 그러면서 긴장도 많이 했다. ‘저 애드리브가 나한테 튀면 이걸 어떻게 받아야 하나’라는 긴장감이었다. 제가 애드리브에 약하다.
덕분에 NG는 많았다. 사실 다른 현장에 그 정도 NG가 있었다면 눈치가 보였을 거다. 하지만 ‘기묘한가족’은 같이 웃고, 함께 터지다 보니 눈치 볼 일이 없었다. 그만큼 현장 분위기가 좋고, 화기애애했다.
전 디제잉 신이 좋았다.
저도 그 장면을 정말 좋아한다. 우리 영화에서나 가능한 장면 같아서 더 좋다. 그런데 스크린으로 보면 재미있지만 실제 촬영 땐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특히 좀비 역할하신 분들이 고생 많았다. 저나 저희 가족들은 좀비한테 물리지 않겠다고 옷을 엄청 껴입고 있었다. 겨울 촬영인데도 춥지 않았다. 오히려 쉴 땐 덥다는 느낌도 있었다. 하지만 가람 오빠는 티셔츠에 맨발이었고, 좀비 군단도 옷이 얇았다. 김남길 선배님은 정장 차림이었다. 다들 고생 많이 하셨다.

‘용순’ 때 만났을 때보다 말수가 많이 늘었다. 이번 영화를 즐겁게 촬영한 듯 하여 보기 좋다. 사석에서는 어떤 편일까?
일할 때랑 친구들이랑 있을 땐 다르다. 그런데 요즘은 비슷해지는 거 같다. 친구들이랑 있을 때도 이야기를 많이 한다 보다는 듣는 편이다. 제 직업상 특징들이 있어서, 굳이 이야기를 해도 공감 못할 테니 잘 들어주려고 한다.
‘기묘한 가족’ 출연진 중엔 말이 많은 배우들이 꽤 있다.
그래서 더 좋았다. 제가 말이 없으니 말 많은 분들과 있으면 너무 좋다. 그 중에 제일은 재영 선배님이다. 정말 수다를 사랑하신다. 다큐멘터리 마니아이신데, 저 불러놓고 전날 본 다큐 이야기를 엄청 해주셨다.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배우 중 하나다. 다음 계획은 어떻게 될까?
일단 차기작은 아직 없다. 그리고 올해 두 작품을 하는 게 목표다. 드라마, 영화 상관 없다. 아! 하나씩 하면 좋을 거 같다. 꾸준히 일을 하고 싶다. 전 쉬고 있을 땐 영양분을 못 받는 느낌이다. 일을 해야 활기차다. 장르를 고르자면 사극을 해보고 싶다. 어렸을 때 정통 사극의 팬이었다. 계속 못 하고 있는데, 그렇다 보니 더 꼭 해보고 싶다.
쉬고 있는 모습이 어느 정도 상상이 간다. 분명 영양분을 못 받을 거다.
산책을 의식적으로 나가는 수준이다. 햇빛 받으러 나간다. 그래야 밤에 잠이 잘 올 거라 생각한다. 그냥 집에 있으면 TV 보고, 영화 보고, 만화 보고 한다. 그래도 혼자 살기 때문에 집안일은 꼬박 하는 편이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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