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오지은 기자] 드라마 '열혈사제' 속 '황철범'은 구담구에서 일어나는 모든 악행을 이끄는 악인 중의 악인이었다. 황철범을 연기한 고준은 강렬한 눈빛과 파워풀한 액션으로 극의 흐름을 휘어잡았다. 악행을 서슴지 않은 황철범이었으나, 고준이 그린 황철범은 밉지 만은 않았다. 때로는 가슴 울리는 감동을 전했고, 때로는 맞고 넉살 좋은 사람 냄새나는 인물이었다. 때문에 시청자들은 황철범을 사랑했다.
‘열혈사제’는 다혈질 가톨릭 사제 ‘김해일’(김남길 분)과 구담경찰서 대표 형사 ‘구대영’(김성균 분)가 늙은 신부 살인사건으로 만나 어영부영 공조 수사에 들어가고 만신창이 끝에 일망타진하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극중 고준은 대범무역 대표 ‘황철범’을 맡아 극을 이끌어갔다.
고준은 지난 1997년 연극배우로 데뷔한 후, 2001년부터 영화 '와니와 준하' '과속스캔들' '타짜-신의 손' '밀정' '청년경찰' 등에 조연으로 등장하며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어 '굿와이프' '구해줘' 그리고 '미스티'까지 드라마로 영역을 넓혀 대중과 더욱 가까이 만나며 쉼 없는 연기 활동을 펼쳤다. 그리고 이번 드라마 '열혈사제'로 '고준'이라는 이름을 제대로 알렸다.
시청률 22%(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이라는 높은 기록을 내놓으며 2019년 상반기 화제작 중 하나로 떠오른 '열혈사제'. 메인 빌런 황철범을 연기하며 재미와 스릴, 감동을 선사한 고준을 제니스뉴스가 4월 2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카리스마 넘치는 강한 눈빛과는 다르게 순박한 미소를 지으며 솔직 담백하게 본인의 이야기를 털어놓은 고준. 그와 나눈 '열혈사제' 비하인드스토리를 이 자리에 공개한다.

Q. ‘열혈사제’를 끝낸 소감이 궁금하다.
정말 보람찬 작품이었다. 끝난 게 여전히 실감이 안 난다. 몸이 허락한다면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다. 특히 좋은 동료, 스태프, 감독님, 작가님을 만나게 된 게 가장 기쁘다. 합이 좋아서 시청률도 잘 나온 것 같고, 시청자분들께도 정말 감사한 마음이다. 모든 게 좋았던 작품이었다.
Q. ‘열혈사제’와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솔직히 이야기하면 저는 구대영 역할이 탐났다. 하하. 제가 지금까지 악역을 주로 해서 이번에는 다른 결의 연기를 하고 싶었다. 구대영이면 날개 단 듯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구대영을 주면 안 되냐"고 여쭤봤는데, 거절당했다. 하하. 그러고 나서 첫 리딩 때 성균이가 하는 걸 보고 ‘나보다 저 친구가 훨씬 잘 하는구나. 내가 안 하길 정말 잘 했다’고 생각했다. 하하.
Q. 요즘 인기가 높아졌는데, 실감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주변이나 댓글을 보면 좋은 반응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저는 그런 반응들이 다 사탕발림 같아서 잘 믿지 않는다. 오히려 저에게 독설해주고 제 연기에 대해 정확한 평을 내려주는 몇몇 사람들의 말만 귀에 들어온다. 이번 작품은 그 사람들도 "잘 됐다"고 말해줬다. 정말 잘 된 것 같긴 하다. 하하.
Q. 얼마 전에 포상휴가도 다녀왔다.
너무 좋았다. 촬영하면서 다들 정말 고생 많았는데, 이번 기회에 제대로 푹 쉰 것 같다.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원래 시청률 20%가 넘으면 라스베이거스 보내준다고 했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코타키나발루로 결정 났다. 기분 좋은 것 반, 낙심 반이었다. 하하.
비행기에서는 체감을 못 했는데 코타키나발루에 도착해서 배우들끼리 술 한잔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까 포상의 느낌이 제대로 왔다. 마지막 날에는 남길, 하늬, 성균이랑 넷이서 술을 마시면서 석양 지는 걸 함께 봤는데 정말 기분이 좋았다. 서로 "고생했다"고 다독였는데, 눈물이 찔끔 나올 뻔했다. 하하.

Q. ‘열혈사제’의 황철범 캐릭터는 어떻게 준비했는지 궁금하다.
‘어떻게 하면 전에 연기했던 캐릭터들과 다른 느낌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관건이었던 것 같다. 똑같은 악역이고 깡패인데, ‘변산’에서는 진짜 깡패 같은 느낌이 강했다. 이번에는 비즈니스를 하는 깡패이기 때문에 결이 다르다. 사람을 대하는 애티튜드에 차이를 주려고 노력했다.
Q. 끝까지 존댓말을 하는 것도 인상 깊었다. 또 아무리 화가 나도 욕을 한 마디도 안 하더라.
저도 욕을 하고 싶었다. 하하. 대본을 받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존댓말이었다. 욕도 한 마디도 안 나왔다. 그래서 답답하기도 했다. 제가 ‘열혈사제’에서 메인 빌런인데 비속어 없이 어떻게 나쁜 놈을 연기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됐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건 욕을 한 마디도 안 했는데 시청자분들은 ‘제가 욕을 많이 했다’고 생각하신다. 정말 의문이다. 하하.
Q. 액션 신도 빼놓을 수 없다. 화려한 액션이 인상적이었는데 대역을 쓴 건지 궁금하다.
대역을 쓰긴 했는데, 방송된 99%는 다 제가 직접 연기한 거다. 촬영 분량이나 스케줄이 너무 많다 보니까 대역 분들이 도와주시지 않으면 다음 촬영을 망칠 수도 있다. 그래서 뒷모습이 나오는 장면의 경우는 대역 분들이 도와주셨다. 그래도 거의 제가 연기한 걸로 나와서 뿌듯했다. 하하.
액션에 대해 호평이 많은데, 사실 저는 액션을 그만하고 싶다. 원래 황철범 캐릭터 설정에 액션은 없었다. 그랬는데 감독님이 갑자기 "풍성하게 그리려면 액션이 필요하다"고 하시더니 액션이 생겨버렸다. 제가 운동을 한참 쉬고 있었던 때라 부랴부랴 준비했다. 잘 봐주셨다니 정말 다행이다.
Q. 액션을 하면서 힘들지는 않았는지.
이제는 몸이 말을 잘 안 듣는다. 하하. ‘청년경찰’이랑 ‘구해줘’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1-2년 새에 몸이 말을 안 듣기 시작했다. 예전처럼 움직일 수가 없다. 다시 운동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Q. 유독 ‘열혈사제’의 액션이 거칠고 현실감이 넘쳤다. 촬영 중간에 김남길 씨가 부상을 입기도 했는데.
일부 시청자분들이 저랑 액션 하다가 남길이가 다친 거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저는 정말 털끝도 안 건드렸다. 하하. 왕맛푸드에 들이닥치면서 벌어졌던 액션 장면에서 다른 분들과 대치하다가 다친 거다. 남길이처럼 유명한 사람을 건드리면 제 배우 인생이 끝날 거다. 오히려 저랑 붙었을 때는 제가 남길이를 도자기처럼 소중하게 다뤄서 액션이 잘 안 나왔다. 하하.

Q. 황철범은 극중 악역임에도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저도 이유가 굉장히 궁금하다. 초반에는 계속 욕을 먹다가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저를 응원해주시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일인가 했다. 하하. 저도 댓글을 자주 보는데, 시청자분들이 눈에 보이는 정보뿐 아니라 연기하는 배우들의 감정까지 캐치하는 걸 보고 정말 놀랐다.
‘이영준’(정동환 분) 신부님이 죽는 장면에서 저는 정말 내 아버지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하지만 황철범은 그 현장에 있는 사람이었고 빌런이기 때문에 나쁜 사람처럼 보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시청자분들은 철범의 감정을 느끼고 함께 울어줬다. 그걸 알게 된 후부터는 ‘더 열심히 준비하고 진심을 다한 연기를 보여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다면?
한 번은 머리를 내리고 촬영한 적이 있는데, 그때 대부분의 댓글에 ‘덮준’이라고 적혀 있어서 이게 뭔가 했다. 처음에는 새로 나온 음식인 줄 알았다. 하하. 알고 보니 ‘덮은 고준’이었다. 머리 하나 바꿨을 뿐인데 반응해주시는 걸 보고 정말 신기했다.
작가님도 ‘덮준’ 등장하고 나서 반응이 좋은 걸 보셨는지, 그다음부터는 대본 자체에 ‘앞머리를 내린 황철범’이라고 적혀 있었다. 우리 드라마가 사전제작이 아니라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사전제작이었으면 ‘깐준’만 나왔을 거다. 하하.
Q. ‘열혈사제’가 ‘We Will be Back’이라는 문구로 막을 내렸다. 시즌 2를 기대하는 시청자가 많은데.
하는 게 맞는 건지, 안 하는 게 맞는 건지 잘 모르겠다. 저는 일단 '구담 어벤져스'가 한다면 할 생각이다. 김남길, 김성균, 이하늬가 안 한다고 하면 저도 안 할 거다. 하하. 모든 배우들의 호흡이 좋았기 때문에 시즌 2를 바라는 목소리도 나오는 거라 생각한다. 만약 한다면 다 같이 시즌 2에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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