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이혜린 기자] tvN 다섯 예능 프로그램의 PD들이 '크리에이터 톡'을 통해 프로그램에서 전하지 못했던 스토리를 풀어냈다. 시청자에게 즐거운 시간을 선사해온 다섯 PD들은 이 자리를 통해 그동안의 고충과 비하인드스토리, 전망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tvN PD 기자간담회 '크리에이터 톡'이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CJ ENM 탤런트 스튜디오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정종연 PD, 손창우 PD, 문태주 PD, 박희연 PD, 김민경 PD가 참석했다.
'크리에이터 톡'은 프로그램 제작발표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풀지 못했던 크리에이터들의 일, 화면 뒤 숨겨진 비하인드스토리 등을 풀어내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번 행사는 '퍼스트 토크: tvN 예능을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진행했다.

이날 '크리에이터 톡'에는 '대탈출 2' 정종연 PD, '짠내투어' 손창우 PD, '수미네 반찬' 문태주 PD, '커피프렌즈' 박희연 PD, '코미디빅리그' 김민경 PD가 자신이 맡은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Q. 많은 이들은 크리에이터라고 하면 창의적인 직업, 새로운 것을 만드는 역할을 떠올린다. 한다. 영감은 주로 어디서 받는가?
손창우 PD: 저는 뭔가를 많이 보지 않는다. 일과 삶은 분리해야 하기 때문에 주로 UFC를 본다. 그리고 처음 나온 예능 프로그램의 1화를 모니터링하거나, 해외를 다니며 영감을 떠올리는 편이다. 그리고 젊은 후배들은 싫어할 수 있겠으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술자리를 가지려고 한다. 하지만 마시다 보면 영감은 없어지는 것 같다. 하하.
박희연 PD: 저도 사람을 많이 만나려고 한다. 주제를 가지고 만난다기보다는 요즘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봤는지 등 사생활 침해되지 않는 선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영감을 얻으려고 한다.

Q. 크리에이터라는 화려한 이면 뒤에는 힘든 점도 많은 것 같다.
문태주 PD: 시청률에 대한 부담이 심한 편이다. 수요일에 본방을 하면 목요일에 시청률 메일이 날아온다. 좋으면 기분이 좋지만, 시청률이 다소 떨어지면 한숨부터 나온다. '다음주에는 또 어떻게 하지?'라며 고민하게 된다.
손창우 PD: 모든 사람들이 치열하게 살고 있다. 하지만 PD로서 힘든 점은 결과가 사회적으로, 시청률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영업을 하는 제 친구의 실적을 모르지만, 그 친구는 제 성적을 매주 보고 있다. 수치적으로 보인다는 게 힘든 부분 같다.
Q. 정준영 사태 등 최근 예능 속 출연자와 관련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섭외에 대한 기준과 앞으로의 대책이 있다면?
손창우 PD: 출연자를 어떻게 검증하느냐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현실적인 차원에서는 계약서를 통해서 진행되며, 문제를 있을 경우에 대한 차후 대책에 대한 기준만 있다. 문제가 되는 사람을 막기 위한 PD들의 평판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저희도 노력 중이다"며, "출연자의 좋은 면만 보고 섭외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어 문제가 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방송계의 제작진들이 평판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만들면 최소화시킬 수 있을 거 같다.
정종연 PD: 녹화 중에 사회면에 나는 사람을 섭외하기는 어렵다. 또한 출연자를 검증하는 것엔 한계가 있다. 국정원도 아니고, 수사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니 운과 평판에 맡기는 실정이다. 가끔 오디션에 문제 출연자 검증이 제기되는 것도 어불성설 같다. 시청자분들은 충분히 불만을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오디션 출연자를 뒷조사하라는 것 자체가 어려운 거 같다.

Q.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최근 트렌드에 맞춘 새로운 프로그램을 고민하는지, 시청률을 생각하며 기획하는지 궁금하다.
손창우 PD: 힘든 과정 같다. 너무 앞선 트렌드를 제시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트렌드 코리아'라는 책에 2019가 나왔으면 2018 정도 보고 만들면 대중적인 합의가 되는 거 같다. 하하.
2019는 너무 생소하기 때문에 어렵게 다가갈 수 있다. 하지만 1년이 지나면 이해를 얻을 수 있다. '짠내투어'의 가성비도 몇 년 전부터 회자된 '스몰 럭셔리'라는 개념이다. 묵혔다가 꺼내놓으면 0.5보 앞선 프로그램으로 실패 확률을 줄이고 대중에게도 만족을 주는 것 같다.
정종연 PD: tvN이라는 채널은 크리에이터에게 간섭하는 손이 덜하기 때문에 다른 채널들과 달라 보인다. 할리우드 시나리오가 나오는 과정은 여러 작가의 의견이 반영되고, 다수결로 전한다고 들었다. 넷플릭스도 빅데이터로 기획을 진행한다고 한다. 그렇게 만들면 예상 가능한 결과물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하면 시청률과 반응은 잘 나올 수는 있겠지만, tvN만의 무언가는 보여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주제들이 여행, 먹방 힐링으로 가는 것도 시청자들의 비판 수위가 높아졌고, 참여하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논란을 안 만드는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

Q. 하지만 많은 프로그램이 먹방, 여행, 힐링을 주제로 다뤄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한 예능이 나영석 PD화 되고 있다는 평도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손창우 PD: 먹방과 여행이 지겹다는 댓글이 많다. 그런 부분이 쌓이면서 피로감이 있다고는 생각한다. 그러나 제 입장에서는 '나영석 PD화보다는 보편적인 것들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삼시 세끼를 먹고 여행을 좋아하는 것등 아이템을 짜는 과정에서 시청자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며 만들었다.
'짠내투어'를 만드는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다. 나영석 PD가 여행 프로그램을 하고 있고, '배틀트립'이라는 프로그램도 있어서 안 된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저는 멤버십이 바탕이 된 여행 버라이어티를 담으려고 했다. 저는 '무한도전'을 5년 정도 했다. PD들도 제 입장도 '사회적으로 먹히는 프로그램보다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시청률이 덜 나올 수 있어도 웰메이드고 신선하다는 평을 받는 것 같다.
문태주 PD: '수미네 반찬'은 단순한 먹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김수미 선생님과 처음 이야기할 때도 반찬 하나하나에 이야기를 넣고 싶었다. 그래서 '반찬을 만들 때 단순히 먹는 게 아니라 그리움과 이야기를 넣어보자'고 했다. 그리고 김수미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머니의 이야기를 넣고 싶었다. 시청자분들도 먹방보다 반찬을 통해 어머니를 떠올리는 것 같다. 차별점이라고 하면 맛집을 찾아가고 맛있는 걸 계속 먹다기보다는 손맛과 그리움이 녹아난 것 같다.

Q. 유튜브에 대한 관심과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연출자로서의 생각은?
정종연 PD: TV와 유튜브는 명확한 경쟁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게임을 예로 들면 모바일, 콘솔, PC의 개념이다. 때문에 유튜브는 TV, 영화와는 완전히 다른 엔터테인먼트 영역인 것 같다.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프로그램이 나갈 테지만, 크리에이터 입장에서 유튜브와 경쟁하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김민경 PD: 실제로 개그맨들이 유튜브를 하는 경우가 많다. 대기실에서도 많이 볼 수 있고, 유튜브 콘텐츠를 고민하기도 한다. 단순히 일자리가 없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흐름인 것 같다. 젊은 층들이 유튜브를 소모하기 때문에 소통을 위해 관심을 갖는 것 같다. 이상준 씨나 장도연 씨의 코너도 유튜브에서 유동적으로 아이디어를 얻은 부분이다.
Q. 유튜브를 참고하는 부분도 있을까?
박희연 PD: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를 기획할 때 유튜브를 참고하기도 했다. '유튜브를 왜 볼까?' '왜 먹는 걸 설명할까?'를 고민했었다. 그런데 유튜브는 과정 없이 딱 먹는 장면만을 보여준다. 그래서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는 그런 부분을 차용해 이동하는 과정을 생략하고 본론만 보여주려고 했다. 장르와 소재를 떠나서 작은 부분도 트렌드를 따르려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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