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임유리 기자] 반 구형의 무대는 마치 우주 같다. 반짝이는 조명은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서울 한복판에 있는 공연장에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창작 뮤지컬 '시데레우스'가 약 2년간의 제작 과정을 거쳐 무대에 올랐다. 젊은 수학자인 요하네스 케플러가 유명한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인 갈릴레오 갈릴레이에게 보낸 한 통의 편지에서 시작된 작품이다. 지난 2017년 아르코-한예종 뮤지컬 창작 아카데미 독회에서 선보인 후 충무아트센터 블랙 앤 블루 시즌 4를 통해 개발됐다. ‘시데레우스’는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저술한 ‘별의 소식을 전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시데레우스 눈치우스’라는 책의 제목에서 가져왔다.
갈릴레오, 케플러, 마리아라는 역사 속 실존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작가의 상상력을 토대로 재구성해 갈릴레오의 '업적'보다는 '이야기'에 힘을 실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동설과 천동설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만 있다면 그 밖의 과학적 지식이 풍부하지 않더라도 작품을 감상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다.

작품은 성경에 위배되는 지동설을 주장하면 종교재판에 회부되던 시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 경험하고 발견한 것을 토대로 우주의 신비를 파헤치며 지동설을 연구하던 갈릴레오와 케플러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극 중 시대의 상식을 거스르며 자신들이 믿는 것을 향해 전진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현시대를 살고 있는 관객에게도 큰 울림을 전한다.
‘시데레우스’에는 특히 무대 연출의 묘미가 곳곳에 숨어있어 극의 이해를 돕고, 재미를 더한다. 활용하기 쉽지 않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의 반 구형 무대가 '시데레우스'에서는 오히려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됐다. 무대 바닥과 배경 등 원형을 활용해 갈릴레오와 케플러가 망원경을 통해서 본 우주를 관객에게도 고스란히 전달한다. 그 외에도 조명과 무대 효과를 다채롭게 사용해 지루할 틈이 없다.

갈릴레오 역을 맡은 뮤지컬 배우 박민성은 폭발하는 가창력과 깊은 감정선은 물론 디테일까지 살아있는 연기로 공연장을 단숨에 휘어잡는다. 케플러 역의 정욱진은 노련하고, 깔끔하며, 재기 발랄하다. 감미로운 음색 또한 귀를 사로잡는다. 두 사람의 티키타카 귀여운 찰떡 호흡 덕분에 극은 진지함 속에서도 깨알 같은 웃음 요소를 선사한다. 마리아 역의 나하나는 깨끗한 음색과 시원한 가창력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극의 등장인물은 모두 세 명이지만 목소리만 등장하는 배우 양준모의 존재감 또한 상당하다.
갈릴레오 역에 고영빈, 박민성, 정민, 케플러 역에 정욱진, 신성민, 신주협, 마리아 역에 김보정, 나하나가 출연한다. 오는 30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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