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유리의 1열중앙석] '시데레우스', 서울 한복판에서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보고 싶다면
[임유리의 1열중앙석] '시데레우스', 서울 한복판에서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보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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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시데레우스' 공연 장면 (사진=랑)
▲ 뮤지컬 '시데레우스' 공연 장면 (사진=랑)

[제니스뉴스=임유리 기자] 반 구형의 무대는 마치 우주 같다. 반짝이는 조명은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서울 한복판에 있는 공연장에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창작 뮤지컬 '시데레우스'가 약 2년간의 제작 과정을 거쳐 무대에 올랐다. 젊은 수학자인 요하네스 케플러가 유명한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인 갈릴레오 갈릴레이에게 보낸 한 통의 편지에서 시작된 작품이다. 지난 2017년 아르코-한예종 뮤지컬 창작 아카데미 독회에서 선보인 후 충무아트센터 블랙 앤 블루 시즌 4를 통해 개발됐다. ‘시데레우스’는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저술한 ‘별의 소식을 전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시데레우스 눈치우스’라는 책의 제목에서 가져왔다.

갈릴레오, 케플러, 마리아라는 역사 속 실존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작가의 상상력을 토대로 재구성해 갈릴레오의 '업적'보다는 '이야기'에 힘을 실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동설과 천동설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만 있다면 그 밖의 과학적 지식이 풍부하지 않더라도 작품을 감상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다.

▲ 뮤지컬 '시데레우스' 공연 장면 (사진=랑)
▲ 뮤지컬 '시데레우스' 공연 장면 (사진=랑)

작품은 성경에 위배되는 지동설을 주장하면 종교재판에 회부되던 시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 경험하고 발견한 것을 토대로 우주의 신비를 파헤치며 지동설을 연구하던 갈릴레오와 케플러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극 중 시대의 상식을 거스르며 자신들이 믿는 것을 향해 전진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현시대를 살고 있는 관객에게도 큰 울림을 전한다.

‘시데레우스’에는 특히 무대 연출의 묘미가 곳곳에 숨어있어 극의 이해를 돕고, 재미를 더한다. 활용하기 쉽지 않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의 반 구형 무대가 '시데레우스'에서는 오히려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됐다. 무대 바닥과 배경 등 원형을 활용해 갈릴레오와 케플러가 망원경을 통해서 본 우주를 관객에게도 고스란히 전달한다. 그 외에도 조명과 무대 효과를 다채롭게 사용해 지루할 틈이 없다.

▲ 뮤지컬 '시데레우스' 공연 장면 (사진=랑)
▲ 뮤지컬 '시데레우스' 공연 장면 (사진=랑)

갈릴레오 역을 맡은 뮤지컬 배우 박민성은 폭발하는 가창력과 깊은 감정선은 물론 디테일까지 살아있는 연기로 공연장을 단숨에 휘어잡는다. 케플러 역의 정욱진은 노련하고, 깔끔하며, 재기 발랄하다. 감미로운 음색 또한 귀를 사로잡는다. 두 사람의 티키타카 귀여운 찰떡 호흡 덕분에 극은 진지함 속에서도 깨알 같은 웃음 요소를 선사한다. 마리아 역의 나하나는 깨끗한 음색과 시원한 가창력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극의 등장인물은 모두 세 명이지만 목소리만 등장하는 배우 양준모의 존재감 또한 상당하다.

갈릴레오 역에 고영빈, 박민성, 정민, 케플러 역에 정욱진, 신성민, 신주협, 마리아 역에 김보정, 나하나가 출연한다. 오는 30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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