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여전히 보기 좋으십니까?”
뮤지컬 ‘메피스토’ 속 악마 캐릭터 메피스토의 마지막 대사다. 작품은 신을 향해 끊임 없이 도전하는 메피스토가 수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대상이었던 파우스트를 두고 내기를 하며 시작되고, 자연의 순리를 거스를 수 있다는 유혹 앞에서 파우스트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그려낸다. 그리고 인간의 욕망에 대한 유혹의 끝을 바라본 메피스토는 신에게 여전히 보기 좋으냐 되묻는다.
‘메피스토’는 독일 문학의 거장 괴테가 평생을 바쳐 완성한 것으로 알려진 소설 ‘파우스트’를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체코에서 각색돼 펼쳐진 작품을 다시 각색해 한국에서 올해 첫 공연을 올렸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작품인 만큼 스토리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메피스토'는 캐릭터 설정과 스토리 전개는 원작을 그대로 가져가되, 인간의 욕망을 다소 무겁고 정적으로 표현했던 원작과는 차이를 뒀다. 웅장한 사운드, 역동적인 안무, 화려한 의상 등으로 대중적인 한국형 ‘메피스토’를 완성시켰다.

‘메피스토’를 ‘LED 맛집’으로 표현하고 싶다. 약 1000석 이상을 수용하는 광림아트센터 BBCH홀은 세중문화회관 대극장, 충무아트센터 대극장과 비교하면 그리 크지 않은 공연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피스토'는 각 장면에 어울리는 세트를 적극 활용해 다양하게 배치했고, 부족한 부분은 LED 조명으로 채웠다. 뒷면, 옆면, 바닥까지 빛나는 현란한 조명들이 공연의 완성도를 높였다. 인물의 감정 변화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는 조명 컬러 역시 인상적이다.
파우스트 교수 역을 맡은 문종원과 메피스토를 연기하는 켄, 두 주인공의 호연도 놀랍다. 두 사람은 육체와 영혼을 오가며 1인 2역을 소화하는데, 여기서 둘의 케미스트리가 아주 훌륭하다. 이들은 캐릭터의 특성은 파악은 물론이고, 서로의 성향과 연기 톤을 제대로 캐치해 표현한다.

문종원은 탄탄한 보컬로 톤을 잡고 연기하며, 메피스토로 분했을 때의 능청 맞고 유쾌한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켄은 몸짓, 손짓, 표정 등을 디테일하게 살려 메피스토를 표현한다. 특히 파우스트에서 메피스토로 다시 돌아온 직후, 켄의 치명적인 표정 연기가 압권이다.
반면 첫 뮤지컬에 도전한 구구단 멤버 나영의 발성과 연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컨디션 탓일지, 아직 더 경험이 필요한 탓일지, 나영의 흔들리는 음정은 종종 몰입을 방해한다. 이제 막 뮤지컬에 입문한 새내기 배우인 만큼, 향후 발전할 나영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한편 지난 5월 막을 올린 ‘메피스토’는 오는 7월 28일까지 공연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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