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조정석 “’녹두꽃’, 열 손가락 깨물어도 고를 수 있는 의미 있는 작품”
[Z인터뷰] 조정석 “’녹두꽃’, 열 손가락 깨물어도 고를 수 있는 의미 있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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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정석 (사진=잼엔터테인먼트)
▲ 조정석 (사진=잼엔터테인먼트)

[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마흔 살 되면서 여유로워졌어요”

올해 마흔 살이 된 조정석은 확실히 전보다 여유로워졌다. 오랜 배우 생활, 성숙해진 나이, 그리고 가수 거미와의 혼인 후 가지게 된 가정까지. 여러 이유들로 인해 찾은 안정감이다. 그래서인지 조정석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작품 활동으로 대중과 만나고 있다.

조정석은 최근 약 6개월의 대장정을 마무리 지었다. 이전 작품들이 잘 다루지 않았던, 하지만 우리나라의 큰 역사 중 하나인 동학농민운동을 소재로 한 SBS 드라마 ‘녹두꽃’에서 운동을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동학농민군 별동대장 백이강을 연기했다. 그간 유쾌한 면모를 주로 보여줬던 조정석은 독사 같은 이미지의 백이강을 훌륭히 표현하며 호평을 얻었다.

쉴 틈 없이 달린 조정석은 ‘녹두꽃’이 끝난 지금도 여전히 달리고 있다. 오는 31일 개봉을 앞둔 영화 ‘엑시트’ 홍보를 위한 프로모션에 나서고, 이후로는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준비 및 촬영에 돌입할 계획이다.

바쁜 가운데도 조정석은 드라마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곧바로 영화 관련 매체 인터뷰도 예정하고 있지만, 남다른 의미가 있는 작품을 잘 마친 만큼 전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 터다. 제니스뉴스는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조정석 (사진=잼엔터테인먼트)
▲ 조정석 (사진=잼엔터테인먼트)

Q. ‘녹두꽃’을 잘 마친 기분이 어떤가요?
다들 ‘녹두꽃’을 좋게 봐주셨나 보더라고요. 좋은 말을 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저는 굉장히 시원해요. 아쉽거나 섭섭함은 없고, 시원한 느낌이 가장 커요. 그만큼 너무 행복하고 좋았기 때문에 그런 거예요. 시청률에 대해서 아쉽지 않냐는 질문도 많이 하시는데, 아주 의미가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더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오는 아쉬움인 거죠. 그걸 떠나서 모든 스태프, 배우가 한마음으로 의미를 새기면서 촬영했기 때문에, 시청률의 아쉬움도 자연스럽게 털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Q. 워낙 전투신도 많고, 체력적으로 힘들었을 것 같은데요.
처음 시작할 때부터 마음의 준비를 했죠.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도 힘들긴 했지만 생각보다는 수월하게 잘 촬영했어요. 사실 이 정도 규모의 사극이라면 배우들이 며칠 밤을 새고 할 법도 한데, 그런 게 거의 없었어요. 그만큼 탁월한 현장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스태프도 좋았고, 워낙 감독님께서 빨리 찍으면서 좋은 퀄리티를 만들어내는 스타일이셔서요. 감독님이 빨리 찍으시다 보니 배우로서는 순간의 몰입도가 너무 좋아지더라고요. 테이크를 오래 찍어서 좋은 게 나올 수 있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거든요. 그런 생각이 드는 현장이었어요.

Q. 백이강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하고 표현하려고 했나요?
백이강을 연기하는 매개체는 조정석이잖아요. 제가 느끼는 그대로 연기했던 것 같아요. 냉혈한 독사 이미지라도 표현돼 있다고 해서, 그런 이미지를 엄청 상상하면서 연기한 건 아니었어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저는 대본이 주는 힘을 믿어요. 작가님께서 글을 너무 잘 써주셨어요. 주옥같은 대사들을 백이강이 내뱉으면서 이미지가 만들어진 것 같고, 연기하는 저로서도 울컥하고 요동치는 마음들이 있었어요.

Q. 사투리 연기도 인상적이었는데요. 어떻게 준비했나요?
저는 서울시 강서구 출신인데요(웃음). 저희 드라마에 전라도 출신 배우분들이 꽤 있어서 조언을 들었고, 거미 씨도 전라도 출신이라 도움을 받았어요. 여러 작품을 통해서 전라도 사투리하는 분들의 연기를 유심히 봤고요. 어느 순간부터는 사투리에 대한 개념이 없어지더라고요. 그 지점까지 갔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웃음). 사실 감독님도 전라도 출신이셔서 자체 검열을 해주셨어요. 부족하면 말씀도 해주시고요.

Q. 역사를 주제로 다룬 작품인 만큼 배우로서 부담감, 자부심 등이 있었을 것 같아요.
부담감은 특별히 없었어요. 동학농민운동을 소재로 다룬 작품을 생각해보니 별로 없더라고요. 학창시절에 배웠던 중대한 역사 중 하나인데, 그걸 소재로 다룬 작품이라는 것 자체가 흥미로웠어요. 그리고 우리가 잘 아는 인물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았던 형제들이 주인공이라는 점에도 매력을 느꼈어요. 저의 연기를 보고 감동받았다는 말에 뿌듯하기도 했고, 우리나라의 큰 역사를 다룬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연기할 수 있어서 뿌듯하고 영광이에요.

▲ 조정석 (사진=잼엔터테인먼트)
▲ 조정석 (사진=잼엔터테인먼트)

Q. 웃음기를 뺀 캐릭터도 오랜만이라, 본인 연기의 또 다른 면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요. 
웃음기를 아예 싹 빼고 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달려든 작품은 아닌데요. 작가님이 써준 백이강의 모습에는 장난기 가득한 모습도 많고, 유쾌한 면모도 있거든요. 하지만 큰 숲으로 봤을 때는 웃음기를 뺀 진지한 캐릭터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저에게는 득이 많은 역할이지 않았나 싶고요.

Q. 영화 개봉도 앞두고 있고, 벌써 차기작도 정해졌어요. 굉장히 바쁘게 일하고 있네요.
‘엑시트’ 홍보를 끝내고, 신원호 감독님과 함께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대해 심도 있게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고요. 저는 연기가 너무 재밌기 때문에 쉬지 않고 하는 거예요. 정말 다행이죠. 아직 하고 싶은 것도 많고요. ‘녹두꽃’ 촬영 전에 신혼여행도 다녀왔고 잠깐 쉬기도 했는데, 쉬는 것도 물론 꿀맛이더라고요(웃음). 그래도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너무 좋아요. 오히려 바쁘고 중요한 시기에 아프면 제일 스트레스받아요. 지금도 사랑니 때문에 아파서 큰일이에요.

Q. 하고 싶은 게 많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게 하고 싶은가요?
우선 무대도 계속 하고 싶어요. 아직 정해진 것도 없이 혼자 김칫국을 마시고 있긴 한데요(웃음). 저는 여러 장르의 역할을 가리지 않고 하고 싶어요. 한마디로 변주가 잘 되는 배우가 되고 싶거든요. 로맨스, 액션, 스릴러, 코미디 등을 다 잘하는 잡식성이 되고 싶어요. ‘내가 네 배꼽을 떨어트려 놓겠다’라는 느낌의 작정하고 웃기는 코미디도 하고 싶어요.

Q. 30대를 열심히 달린 조정석 씨의 40대는 어떤 모습일까요?
이제 40살이 됐는데, 사랑니가 나서 깜짝 놀랐어요. 20대 때 났더라면 빨리 뽑아버렸을 텐데, 그때는 회복력이 더 좋았을 텐데 싶고요(웃음). 어쨌든 40살이 되면서 주변에서 “편해진 것 같다”라는 말을 많이 해주셔요. ‘내가 그런가?’라고 생각해보니 그런 거 같더라고요. 나이가 들면서 생각이 깊어지고 연륜이 생기는 거에 대해 동의하지만, 저는 아직 20대 같거든요. 생각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은데, 심적으로 안정적이게 되면서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이 시기에 결혼도 해서 편해진 기분도 들고요. 40대는 계속 이런 느낌으로 가지 않을까 싶어요.

Q. 조정석 씨에게 ‘녹두꽃’은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나요?
저에게는 행운인 작품이에요. 이런 드라마를 할 수 있어서 축복이고, 제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절대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예전에는 ‘어떤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라고 물으며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작품이 없는데, 어떻게 골라요?’라고 했었거든요. 이번 작품은 감히 고를 수 있을 것 같아요. 저에게는 아주 뜻깊은 작품이에요.

Q. 그럼 시청자들에게는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나요?
그냥 ‘녹두꽃’으로요. 지금의 우리를 있게한 ‘녹두꽃’이죠. 그리고 여러 드라마 중에 제일 좋아하는 작품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변진희 기자
변진희 기자

bjh123@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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