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오지은 기자] 배우 조정석이 제대로 물 만났다. 올여름 영화 시장의 최대 복병으로 떠오른 영화 ‘엑시트’에서 조정석은 고난도 액션부터 현실감 넘치는 생활연기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연기의 정석’다운 면모를 뽐냈다.
영화 ‘엑시트’는 청년 백수 용남(조정석 분)과 대학 동아리 후배 의주(임윤아 분)가 원인 모를 유독가스로 뒤덮인 도심을 탈출해야 하는 비상 상황을 그린 작품이다. 극중 조정석은 대학 시절 왕성한 산악부 활동 덕에 에이스로 통했지만, 취업에 실패하면서 백수 인생에 들어선 용남 역을 연기했다.
‘엑시트’는 재난 영화임에도 웃음이 끊기지 않는다. 스릴과 감동, 웃음 모두 잡은 셈이다. 그리고 그 중심엔 배우 조정석의 열연이 있다. ‘엑시트’ 속 조정석은 마치 ‘건축학개론’의 납득이처럼 유쾌하고, ‘스파이더맨’처럼 정의감이 넘친다.
특히 특유의 능청스러운 생활연기는 ‘엑시트’에서 제대로 빛을 발한다. 자칫 지질하게만 보일 수 있는 용남을 위트 있게 소화했고, 현실감 넘치는 연기로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렇게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경신한 조정석을 지난 30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조정석과 함께한 유쾌한 시간을 이 자리에 전한다.

Q. 꾸준히 팬들에게 사랑받고 있는데, 조정석의 인기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제 입으로 말하려니 너무 쑥스럽네요. 하하. 어렵지 않아서? 친근한 이미지가 강해서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Q. ‘친근한 이미지를 깨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어요?
그랬더라면 아마 지금처럼 연기할 수 없었을 거예요. 저는 그런 생각 자체가 방해요소라고 생각해요. 기존의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역할을 해도 "와, 조정석이 저런 역할을 한다고? 궁금하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항상 궁금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물론 저도 매너리즘에 빠진 적도 있고, 슬럼프를 경험한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런 것들을 빨리 경험해서, 이제는 그 고민에서 벗어나 자리 잡은 것 같아요. 제가 깨부수고 싶다고 해서 그 이미지가 깨지는 것도 아니더라고요. 하하.
Q. 언제 슬럼프가 왔나요?
2005년에 뮤지컬 ‘그리스’라는 작품을 했는데, 그때 원 캐스팅으로 9개월간 공연을 했어요. 그런데 다른 배우들은 더블 캐스팅이고 저만 원 캐스트인 거예요. 그래서 모든 배우와 호흡을 맞춰야 했는데, 어느 순간 제가 기계적으로 연기를 하더라고요. 그때 ‘이게 내가 좋아하는 게 맞는 건가?’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그래도 잘 극복한 것 같아요. 그때 저에게는 연기밖에 없었거든요. 간절함이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줬어요. 그 뒤로는 별탈없이 배우 생활을 한 것 같아요.

Q. 본인의 연기에 만족스러운 편인가요?
제 연기가 마음에 드는 건 아니에요. 저는 항상 만족을 못 해요. 아마 만족해버리면 발전이 없었을 거예요. 그래도 가끔 정말 쾌감이 강한 장면이 있는데, 누가 봐도 멍석 깔아주는 신들이 있어요. 공연으로 예를 들면 독백 같은 장면요. 혼자 그 장면을 이끌어야 하는데, 끝내고 나서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정말 좋아요. 인정받는 거라고 생각해요. 쾌감이 장난 아니에요. 하하.
Q. 조정석 하면 현실감 넘치는 대사톤이 바로 떠올라요. 그런 대사톤은 어떻게 설정하나요?
프로세스가 있는 건 아니에요. 무대든, 드라마, 영화든 모든 캐릭터는 가상이고 픽션인데, 얼마만큼 현실적으로 와닿고 공감할 수 있으며, 관객이 빠져들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생각해요. 그 이야기에 빠져들지 못하면 오글거리는 연기가 나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떤 연기든 현실감 있게 접근하려고 했고, 덕분에 자연스러운 연기톤이 나오는 거라 생각해요.
Q. 차기작으로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신원호 감독님과 꼭 한 번 해보고 싶었어요. 또 전작을 재미있게 보기도 했고요. 하하. 최근에 ‘녹두꽃’을 마쳤는데, 백이강(조정석 분)이 굉장히 굴곡진 인생을 산 인물이에요. 역사적으로 큰 사건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차기작으로는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소소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물론 의사라는 직업이 쉬운 건 아니지만, 그들만의 소소한 이야기에 매력을 느낀 것 같아요.
Q. 의사 역은 처음이라고 들었어요. 부담은 없나요?
잘 나가는 앵커 연기보단 부담이 덜 해요. 하하. ‘질투의 화신’ 때는 앵커 역할이라 딕션이 매우 중요했거든요. 술이 취해도 딕션만큼은 정확해야 해서 부담이 굉장히 많이 됐어요.

Q. 흥행 여부를 떠나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나 캐릭터를 꼽자면요?
‘특종: 량첸살인기’요. 제가 너무 좋아하는 작품이었고 재미있게 촬영했던 기억이 있어요. 어떻게 보면 저에게 아픈 손가락이지만, 애착이 많이 가요. 노덕 감독님의 두 번째 상업영화였고, 정말 으쌰 으쌰하면서 촬영했었어요. 좋은 기억이 많은 작품이에요.
Q. 경쟁작 ‘사자’와 같은 날 개봉하고, 예매율도 박빙을 이루고 있는데 소감이 궁금해요.
예매율 1, 2위가 한국 영화라는 게 고무적이라고 생각해요. 누가 잘 되고, 안 되는 개념보다는 같이 함께 파이팅 했으면 좋겠어요.
Q. 그럼에도 관객이 ‘엑시트’를 봐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요?
‘엑시트’는 청량한 영화라고 생각해요. 보면 시원한 느낌이 들어요. 하하. 무더운 여름에 극장에 오셔서 시원한 느낌을 받고 가실 수 있을 거예요. 또 온 가족이 함께 봐도 좋고요. 서로 공감하고 느끼면서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저작권자 © 제니스글로벌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