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Z인터뷰] ‘지정생존자’ 지진희 ② "생애 마지막 작품이 인생작 되길" (사진=문찬희 인턴기자, 디자인=강예슬 디자이너)](/news/photo/201908/130822_137080_1146.jpeg)
[제니스뉴스=오지은 기자] ”데뷔 초 저는 바닥이었어요. 인맥도 없었고, 그렇다고 아부를 잘 하는 것도 아니었어요. 하지만 바닥이란 게 제 장점이었죠. 올라갈 일밖에 없었어요. 그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는 거라 생각해요. 전 죽기 전 마지막 작품이 인생 작품일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요. 목표를 향해 달려갈 수 있다는 희망이 절 행복하게 만들어요”
‘멜로킹’, 배우 지진희를 일컫는 수식어 중 하나다. 지진희는 그동안 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 ‘애인있어요’ ‘미스티’ 등 여러 멜로 작품에서 강렬한 로맨스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이런 그가 장르물에 도전했다.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에서 대통령 권한대행 박무진 역을 맡아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 것.
tvN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이하 ‘지정생존자’)는 갑작스러운 국회의사당 폭탄 테러로 대통령을 잃은 대한민국에서 환경부 장관 박무진(지진희 분)이 60일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지정되면서 테러의 배후를 찾아내고 가족과 나라를 지키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지진희는 대통령 권한대행 박무진을 연기했다. 지진희는 하루아침에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박무진의 감정과 성장을 깊이 있게 그려내며 호평을 받았다. 특히 그동안 멜로에서 두각을 드러낸 지진희였기에, 이번 작품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을 터다.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지정생존자’를 마치고 돌아온 지진희와 제니스뉴스가 만났다. 카리스마 넘치는 외모에서 풍기는 시크한 첫인상과 다르게 지진희는 다정다감하고 유쾌한 언변으로 인터뷰를 이끌어갔다.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장난기 가득한 모습을 보여준 지진희. ‘지정생존자’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데뷔 초 이야기까지 지진희가 시원하게 털어놓은 이야기를 이 자리에 전한다.

Q. 영화와 드라마에서 활발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두 현장의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다.
다르면서도 같은 부분이 있다. 영화는 미리 결말을 알고 찍지만, 드라마는 결말을 미리 알기 어렵다. 그런데 드라마 현장도 요즘은 많이 바뀌었다. 대본이 예전에 비해 빠르게 나온다. 요즘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찍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영화만 하는 배우들은 드라마 현장에 나오길 어려워한다. 드라마 현장도 바뀌고 있으니 많이 나와주면 좋겠다.
Q. ‘따뜻한 말 한마디’ ‘애인있어요’ ‘미스티’ 등 유독 멜로 작품을 많이 했다.
멜로를 찍으면서 굉장히 많은 걸 알게 됐다. ‘따뜻한 말 한마디’같은 경우는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인데, 한편으로는 불륜 이야기로 보일 수 있다. 보통은 불륜의 과정이나 만난 이후를 보여준다면, ‘따뜻한 말 한마디’는 시작의 과정을 보여줬다. 또 육체적 사랑이 아닌 정신적 사랑의 모습을 담았다. 이 작품을 하면서 아내와 대화를 많이 나눴는데, 아내는 정신적 사랑을 더 싫어했다.
저는 끝까지 육체적 관계를 맺지 않고 지켰는데, 와이프는 그게 더 나쁜 거라고 했다. 그때 ‘나는 참 여자를 모른다’고 생각했다. 남녀의 생각은 완전히 다른 것 같다. 멜로를 찍으면서 많은 걸 알게 됐고, 아내와 이야기로 많이 하게 되면서 사이도 더 좋아졌다. 그때부터 멜로에 대한 매력을 더 느끼게 된 것 같다.
Q. 멜로 장르에서 활약하다가 ‘지정생존자’를 만났을 때 어려움은 없었나?
‘내가 박무진을 해낼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멜로에 치우쳐있었다. 하지만 ‘전 노력한 자에게 기회와 능력은 언제든 온다’고 생각한다. 전 준비된 건 아니었지만 노력했고, 앞으로도 더 노력할 거다. 전 제가 했던 모든 작품을 사랑하지만, 최근 작품이 연기적으로 좋다고 생각한다. 죽기 직전 찍은 작품이 제 인생 작품이었으면 좋겠다.

Q. 벌써 데뷔 20년 차다. 그동안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자면?
제 성격 자체가 과거에 연연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현재가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과거가 없었더라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 거다. 과거도 그렇고 현재도 저는 모든 것에 성실하고 충실하게 임하는 스타일이다. 그게 신뢰를 만드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다. 지금도 전 목표를 이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나씩 이룰 때마다 더 멀리 보고 새로운 목표를 만든다. 지금도 목표를 이루는 중이다.
데뷔 초 저의 위치는 바닥이었다. 인맥도 없고 관심도 없었다. 그렇다고 아부를 잘 하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바닥이라는 게 제 장점이었다.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었기 때문에 전 올라갈 일 밖에 없었다. 또 감사하게도 좋은 인연을 만나서 희망을 갖게 됐다. 그 모든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는 거라 생각한다. 맨 마지막 작품이 인생에서 가장 훌륭한 작품일 거라는 생각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목표를 향해 달려갈 수 있다는 희망이 절 행복하게 만든다.
Q. 많은 사람들이 ‘꽃중년’으로 꼽는다. 멋지게 나이 드는 비결이 있나?
외국 배우들을 보면 나이가 들어도 멋있는 분들이 많다. 그들을 보면 마흔, 쉰 정도에도 스타일리시하고 멋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제 데뷔 초에는 많은 배우들이 20대에 반짝 빛나고 사라졌다. 하지만 전 ‘40대에도 빛나고 싶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했다.
특히 당시의 전 빛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멀리 보려고 했다. ‘앞으로 10년 후엔 더 빛날 거야’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살았다. 그러다 보니 20대보다 30대가, 30대보다 40대가 더 좋아졌다. 앞으로도 꿈을 계속 갱신하면서 더 좋은 모습 보여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Q. 악역 연기 계획은 없는지?
저는 너무 잘 어울릴 거라 생각한다. 하하. 선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배우가 표정 없이 극악무도한 모습을 보여주면 그게 더 잔인할 것 같다. 현실에서도 보면 멀쩡하게 생긴 사람이 무서운 일을 행하는 경우가 더 많다. 전 겉모습으로만 보고 판단하는 건 선입견이라 생각한다. 재미있는 작품이 들어오면 악역도 도전할 생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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