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마수연 기자] 배우 안지혜의 첫 인상은 ‘몸 잘 쓰는 배우’였다. 지난 2015년 SBS에서 방영된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그는 고려 최고 정보 집단의 첩자를 연기하며 화려한 검술을 선보였다. 그런 안지혜가 이번에도 몸 잘 쓰는 역할로 첫 스크린 주연에 나섰다. 영화 ‘아워 바디’에서 안지혜는 당당하고 매력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공허함과 외로움을 느끼는 현주로 분했다. 그는 극중 달리는 장면을 완벽히 소화한 것뿐만 아니라 현주의 불안하게 흔들리는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깊은 울림을 남겼다.
‘아워 바디’ 속 안지혜의 모습은 그가 단순히 몸만 잘 쓰는 배우가 아님을 증명한다. 영화 속 자영과 현주처럼 같은 흔들림을 겪은 청춘이기에, 그가 선보이는 연기는 위태로운 청년들에게 공감을 선사한다. 이는 우리의 모습처럼 위태로운 시기를 이겨낸 안지혜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첫 번째 주연작으로 관객들을 찾아온 안지혜를 지난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 ‘아워 바디’의 비화부터 인간 안지혜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까지 오롯이 담아낸 인터뷰를 이 자리에 공개한다.

Q. 영화 어떻게 봤나요?
끝나자마자 박수를 쳤어요.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자영을 응원하게 됐거든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를 봤을 때에도 그랬어요.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오히려 제가 연기한 현주는 너무 안타깝더라고요. ‘자영과 함께 길을 찾고 나아갔다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있어요.
Q. 한가람 감독님이 하프 마라톤 포스터를 보고 캐스팅했다고 들었어요.
당시 나이키 하프 마라톤 포스터를 보시고서 감독님이 ‘이 분이 누구지?’라며 찾아보셨어요. 제 필모그래피에 연기가 있어서, 그걸 보시고 연출부에서 ‘오디션을 봤으면 좋겠다’고 연락을 주셨죠. 만약 마라톤에 참가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어요. 하하.
Q. 영화 촬영 전부터 러닝을 즐겨 했나요?
러닝은 습관인 거 같아요. 운동을 했으니까 몸이 굳는 게 신경 쓰였거든요. 저 하프 마라톤 완주도 해본 적 있어요. 그때 기록이 꽤 좋아요. 1시간 50분대였거든요. 기계체조를 할 때, 본격적인 운동을 하기 전에 준비 운동으로 트랙을 열 바퀴씩 달리기도 했어요. 연기를 시작하고 나서는 집에서 헬스클럽 다니면서 꾸준히 운동했죠.
Q. 그렇다면 러닝 장면에 대한 부담감도 없었겠어요.
오히려 반가웠어요. 다른 것보다 ‘달리는 폼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겠다’라고 생각했죠. 예전에는 그런 거 신경 쓰지 않고 달렸는데, 캐스팅 이후에는 거울 보면서 제 모습을 확인하고, 영상을 찍으면서 달리는 자세에 대해 집중적으로 생각했어요. 또 한가람 감독님이 사비로 저와 희서 언니까지 레슨을 시켜주셔서 코치님께 강습도 받았어요.
Q. 현주와 자영은 불안한 청춘을 대변하는 캐릭터예요. 연기하면서 많은 공감과 이해를 했을 거 같아요.
저뿐만 아니라 공감할 수 있는 분이 너무나도 많은 거 같아요. 제 친구나, 주위 분들도 있고요. 저도 20대 때 연기하면서 미래에 대해 많이 걱정했어요. 처음에는 열심히 하면 언젠가 될 거라는 자신감도 있었고, 저에 대한 목표도 있어서 그걸 가지고 연기에 임했어요. 하지만 그 시간이 길어지니까 불안감이 찾아오더라고요. 초반에는 괜찮았지만, 20대 중반이 넘어가면서 정말 크게 휘청거렸어요. 가족들에게 말하면 걱정하시니까, 혼자 생각을 다잡고 삭히는 방법뿐이었죠. 너무 힘들어서 그런 생각이 들지 않게 정신없이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아침저녁으로 운동을 하면서, 자영처럼 운동으로 밀어붙였어요.
Q. 현주를 연기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이 있나요?
현주라는 인물을 처음 봤을 때 ‘안타깝다’, ‘외롭고 불안한 청춘이다’, ‘삶이라는 미로 안에서 길을 잃었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자신이 어디에 서있는지도 모르니까, 위로하고 싶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좌절이나 실패, 절망 같은 감정을 제 옆에 뒀던 거 같아요. 그 감정이 주는 깊이를 저도 아니까요. 노래를 들으면서 걷는 동안 현주에 대해 깊이 생각하기도 했어요.
Q. 촬영하면서 공감과 동시에 많은 위로를 받았을 거 같아요.
사실 전 자영을 보면서 정말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처음 영화를 보고 나서는 너무 흥분이 되더라고요. 잠수교에서 달리는 자영의 모습이 희열을 느끼게 했거든요. 저는 자영이라는 인물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만약 제가 자영과 같은 상황이라면 그렇게 못할 거 같아요. 그래서 ‘자영이 멋진 사람이구나. 희서 언니가 정말 잘 표현해주셨구나’ 생각했죠.

Q. 영화 촬영 전부터 최희서 씨의 오랜 팬이라고 했는데, 직접 만나보니 어땠나요?
희서 언니와의 첫 만남은 잊을 수가 없어요.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처음 뵀는데, 아카데미 문이 열리고 들어오니까 언니가 앉아있는 거예요. 인사를 했더니 커다란 눈으로 저를 바라보시는데 정말 귀여우셨어요. 희서 언니가 정말 멋진 사람이라, 옆에 있으면 그런 에너지를 제가 받았어요. 저도 덩달아서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현장에서도 희서 언니 옆에 있어서 주위를 맴돌았던 거 같아요. 그럴 때마다 언니가 ‘지혜야, 이리 와’라고 챙겨주셔서 항상 옆에 있었죠. 촬영 중반 정도 지나갔을 때, 제가 체력적으로 지친 거 같았어요. 그때가 새벽 촬영 중이었는데, 희서 언니가 저에게 양갱을 주시는 거예요. 힘들 때 먹으면 정말 좋다면서요. 언니가 제가 힘든 걸 어떻게 아셨는지 챙겨주시더라고요. 사실 저는 양갱을 안 좋아하는데, 그걸 먹었더니 너무 맛있는 거예요. 그 양갱으로 에너지를 받았죠.
Q. 한가람 감독님과의 작업은 어땠나요?
감독님이 정말 정확하고, 명확하신 분이에요. 감독님께서 생각하는 그림이 머릿속에 있어서, 촬영하다가도 아니다 싶으면 바로 와서 알려주시고요. 처음에는 몰랐는데 정말 귀여우시고, 재밌는 분이에요. 말하실 때마다 빵빵 터져요. 개그를 하는 게 아니라, 말을 재미있게 하시는 거 같아요.
Q. 감독님부터 시작해서 여성 스태프가 많은 현장이었어요. 작업한 소감이 남다를 거 같아요.
전 이렇게 여성 감독님, 조감독님, PD님이 있는 현장은 처음이었어요. 어느 순간부터 옷을 갈아입거나, 감독님께 몸 선을 보여주는 것들을 크게 신경을 안 쓰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이렇게 자주 만나게 된 팀도 없던 거 같아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도 다녀오고, GV도 하면서 정말 많이 만났거든요. 너무 행복하고 즐거웠어요. 처음에는 낯을 가리기도 했는데, 다들 인간적으로 너무 좋으신 분들이라 갈수록 편해졌죠.
촬영 중에 이태원에서 달리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때 촬영감독님이 리어카에 타고 계시고, 연출부 여성 스태프 분들이 달리면서 촬영을 하셨거든요. 전 처음에 저를 신경 쓰느라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주변에서 헥헥거리는 소리만 들리는 거예요. 그렇게 다 같이 고생하면서 영화를 촬영했어요.
Q. ‘아워 바디’로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참석했어요.
정말 좋았어요. 사실 처음 영화제에 가게 됐을 때는 ‘레드카펫 걷다가 넘어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부터 시작해서 사소한 것들을 무척 걱정했거든요. 그랬는데 감독님과 같이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잠시나마 조용한 시간을 가지면서 많이 편해졌어요. 그때 감독님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도 드렸죠. 부산에서의 첫 상영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너무나 소중했죠. GV하면서 관객들과 이야기하고 홍보하는 시간이 너무 짧았어요. ‘더 열심히 해야지’ 생각하는데 끝나버린 거예요. 아쉬웠는데, 그만큼 정말 좋았어요.
저작권자 © 제니스글로벌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