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리뷰] 욕망의 기폭제 '에쿠우스', 진정한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
[Z리뷰] 욕망의 기폭제 '에쿠우스', 진정한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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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에쿠우스' (사진=나인스토리)
▲ 연극 '에쿠우스' 이석준-오승훈 (사진=나인스토리)

[제니스뉴스=이혜린 기자] 연극 '에쿠우스'는 누구나 갖고 있을 마음속 숨겨둔 욕망을 건드린다. 마치 기폭제 역할을 하듯 그 욕망을 걷잡을 수 없게 터뜨려 버린다. 

연극 '에쿠우스'는 쇠꼬챙이로 일곱 마리 말의 눈을 찌르고 정신병원에 온 '알런', 그의 치료를 담당하게 된 정신과 의사 '다이사트'의 이야기를 그린다. 

작품은 다이사트의 입을 빌려 이야기를 시작한다. 다이사트로 분한 배우 이석준은 알런이 왜 말들의 눈을 찔렀는지에 대해 사건의 시작부터 끝까지 샅샅이 파고든다. 정신과 의사로서 알런, 그의 부모와 대화를 나누는 과정을 통해 관객의 이해를 도우며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나간다.

▲ 연극 '에쿠우스' (사진=나인스토리)
▲ 연극 '에쿠우스' 오승훈 (사진=나인스토리)

알런의 첫 등장은 참 괴이하다. 강약을 오고 가는 몸짓과 말투, 이상한 CM송을 불러대는 알런의 비정상적인 행동은 불안감을 조성한다. 알런은 무조건적인 강압과 종교를 맹신하는 부모의 엇나간 사랑 아래 자란 인물이다. 그러다 어린 시절 바닷가에서 만난 말에 빠져버리고, 알런에게 말은 종교 그 이상의 존재가 된다. 

그리고 그런 알런의 모습을 오승훈은 '오알런'이라고 불러도 아깝지 않을 만큼 표출해낸다. 오승훈의 연기에는 경계가 없다. 어디로 뻗어나갈지 모르는 그의 알런은 옷과 몸이 땀에 흠뻑 젖을 정도다. 광기 서린 눈빛과 말을 향한 원초적이고 정열적인 외침으로 무대를 장악한다. 

▲ 연극 '에쿠우스' (사진=나인스토리)
▲ 연극 '에쿠우스' 서광일-오승훈-이석준 (사진=나인스토리)

열정을 갖고 어떤 것에 몰두하는 모습은 다른 이의 가슴에도 불을 지핀다. 말을 향한 알런의 순수함은 다이사트의 마음속 갈증을 건드린다. 유능한 정신과 의사임에도 다이사트는 알런의 모습이 부럽다. 다이사트가 남모르게 숨겨둔 뜨겁지 않은 6년간의 결혼 생활과 품고만 있던 도전 의식은 마음을 뒤흔든다. 그리고 자신의 치유가 결코 옳지 않으며, 알런의 전부인 정열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때문의 비정상인 것 같았던 알런의 모습에 의문이 생긴다. 두 사람의 모습은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이와 함께 누구나 마음속 깊은 곳에 하나쯤 묻어뒀을 욕망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기에 빠른 전개와 신성하면서도 웅장한 무대, 욕망을 향해 서로 다른 시선으로 외치는 배우들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심장을 쿵쾅거리게 뒤흔들어 놓는다. 

▲ 연극 '에쿠우스' (사진=나인스토리)
▲ 연극 '에쿠우스' (사진=나인스토리)

'에쿠우스'의 일곱 마리 말도 빼놓을 수 없다. 낯선 비주얼의 말은 이후 뮤지컬을 방불케 하는 퍼포먼스로 관객의 박수갈채를 터뜨린다. 근육, 고갯짓, 스텝 등 모든 것은 역동적이면서 섬세하다. 실제 말의 모습 그 자체다.   

원초적인 감정, 마치 경주마 같은 솔직하고 뜨거운 열망은 '에쿠우스'가 4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랑받아온 이유가 된다. 무대 위의 인물들은 과거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에쿠우스'는 살아 숨 쉬는 말보다도 동명의 자동차가 익숙한 요즘 관객까지 공감할 깊은 울림을 전한다. 

한편 연극 '에쿠우스'는 오는 11월 17일까지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SKON 1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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