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스뉴스=마수연 기자] 배우 권상우의 이름을 들으면, 대중들은 수많은 작품들을 그와 함께 떠올리게 된다. 드라마 ‘천국의 계단’과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탐정’ 시리즈 등, 그는 멜로부터 액션, 코미디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끊임없는 도전으로 대중들과 만나고 있다.
‘탐정’ 시리즈를 통해 재기발랄한 코미디를 선보였던 그가 다시 한 번 코미디, 그것도 로맨틱 코미디로 스크린을 찾았다. 영화 ‘두번할까요’에서 그는 아내와의 이혼 후 꿈꾸던 싱글라이프를 즐기는 남자 현우로 분했다. 평소 아내에게 다정한 남편이자 가정에 충실한 아버지로 알려진 권상우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이혼남의 모습으로 완벽히 변신해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권상우는 잘생김도 포기하고 아낌없이 망가지는 모습으로 120여 분 동안 스크린을 가득 채웠다.
이처럼 끊임없는 도전으로 매 작품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는 권상우를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 ‘두번할까요’를 통해 선보일 색다른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 영화를 향한 변함없는 애정을 표현한 인터뷰 현장을 이 자리에서 공개한다.
Q. 평소에 가정에 충실한 이미지로 유명한데, 권상우 씨의 이런 모습이 이정현 씨의 결혼에도 영향을 미쳤을 거 같아요.
저와 종혁 형이 유부남이라 가족 이야기를 안 할 수는 없어요. 관심이 없으면 전혀 재미없을 텐데, 정현 씨도 그런 것에 관심이 있었으니까 와닿은 게 아닐까 생각해요. 저희가 대전에서 촬영했는데, 정현이가 촬영이 끝나면 굳이 서울을 올라가는 거예요. 그 모습에 감독님이 ‘남자친구 생긴 거 같은데?’라고 하셨어요. 하하. 촬영이 끝날 즈음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하더라고요. 사소한 거로도 다정한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아요.
Q. 평소에도 아이와 많이 놀아주는 편인가요?
저는 촬영하느라 바깥에 많이 나가 있잖아요. 아내도 연기자인데, 아이를 돌보고 있고요. 그래서 항상 아내에게 정말 고마워요. 대신 저는 촬영 끝나고 돌아오면 제 시간을 아이들에게 활용하려고, 최대한 많이 시간을 보내려 노력해요. 아내가 아이들에게 사랑을 베푸는 모습을 보니까 신뢰가 쌓이더라고요. 엄마의 일이 가장 힘든 거 같아요. 물론 밖에 나가서 일하는 것도 힘들지만 아이 보는 것도 그만큼 힘드니까요.
Q. ‘탐정’ 시리즈 이후로 권상우 씨의 커리어에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느낌이에요.
‘탐정’이라는 영화가 대단한 관객 수를 기록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말을 듣게 돼서 정말 고마운 작품인 거 같아요. 영화 관객들에게 다시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된 거 같고요. ‘두번할까요’는 ‘탐정’ 이후 제가 할 수 있는 행보 중에서 로맨스와 코미디가 결합된, 다음 작품까지의 좋은 행보였던 거 같아요. 이 영화도 ‘탐정’처럼 많은 애정과 관심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Q. ‘두번할까요’의 관객 수가 300만 명이 넘으면 소라게 장면을 재현하겠다고 했어요. 본인의 연기가 우습게 소비되는 게 속상하지 않나요?
속상하지는 않아요. 어떻게든 기억을 해주시는 거잖아요. 배우는 언제든 자신의 작품을 꺼내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잖아요. 드라마는 그러기가 쉽지 않지만 영화는 나중에라도 제 아이들이, 제 팬들이 다시 볼 수 있어요. 팬들이 기억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거죠. 배우가 되려고 했던 것도 잊혀지지 않는 장점이 있어서였거든요. 사람이 죽으면 슬픈 게 잊혀지는 거잖아요. 유쾌하게든, 아니든, 기억해주는 게 고마운 거 같아요. 제게는 좋은 거죠.
Q. 운영하는 세차장에서 ‘두번할까요’ 예매권 이벤트를 한다고 들었어요. 많은 부업 중 세차장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11일부터 예매권 이벤트를 하고 있습니다. 하하. 직원들이 편하게 오갈 수 있고, 사람들도 많이 오가면 좋을 거 같아서 큰 고민 없이 만든 거예요. 저도 영화 제작에 관심이 많아서 사옥처럼 짓고 싶었고요. 예전에 명동에서 카페를 운영한 것처럼 제가 만든 공간에 누가 오가는 게 기분이 좋더라고요. 큰 수익이 아니더라도 주변 사람들이 편리한 장소로 만들어지는 게 뿌듯하고 재밌는 거 같아요.
Q. 최근에 관심을 가진 게 있다면요?
요즘에는 영화에 정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나이를 먹으면서 시간이 빨리 가니까, 좋은 작품을 빠르게 만나서 그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작품을 많이 검토하고 있고요. 작품으로 신뢰받을 수 있는 배우가 되면 영화 제작도 할 생각이 있어서, 일단은 작품 활동을 열심히 한 다음에 그 이후를 고민하려고 해요. 개발해둔 시나리오도 두어 개 있어요. 모두 작년에 영화 개봉했던 감독님들과 함께했고요. 또, 신인 작가님들과 드라마 시놉시스를 개발한 적도 있어요. 그런 일에 돈을 쓰거나 투자하는 건 아깝지 않아요. 제 꿈을 위해서 투자하는 것이니까요. 영화 산업도 제대로 하고 싶어서, 일단은 제 작품을 잘해서 신뢰받는 배우가 되는 게 우선이에요. 급하지 않게 하려고 해요.
Q. ‘탐정’ 홍보 당시 7년 동안 끊임없이 작품 활동을 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지금은 더 멀리 보는 거 같아요.
본의 아니게 3주 후에 ‘신의 한 수: 귀수편’을 개봉하고 내년 1월에 새 영화 ‘히트맨’이 개봉해요. 내년에도 여러 작품으로 스크린을 찾아갈 예정이고요. 스크린에서 관객들을 꾸준히 만나는 게 제 목표예요. 그 이후에는 좋은 아이템을 개발해서 영화를 제작하는 게 최종 목표인 거 같아요.
Q. 당시 7년이라고 정한 이유가 있었나요?
그때 기준으로 7년 후에 50세였거든요. 하하. 그 이후에도 일은 계속할 거 같아요. 지금 정말 열정이 충만해서, 데뷔 때보다 더 큰 거 같아요. 기회만 주어지면 계속하고 싶어요.
Q. 데뷔 때보다 열정이 커진 특별한 계기나 이유가 있다면요?
성동일 선배와 ‘탐정’을 찍으면서 현장이 더 재밌어진 거 같아요. 현장 나가서 대기하는 시간도 재밌고, 다음 신 준비하는 동안 의자에 앉아서 현장을 지켜보고 있으면 ‘내가 정말 행복한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예전에는 그냥 지나갔던 것들인데, 이제는 ‘이 자리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복 받았다’는 생각도 많이 들고요. 요즘은 현장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더 감사함을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어요. 성동일 선배가 정말 재미있게 일을 하세요. 그게 제게 많이 영향을 미친 거 같아요.
Q. ‘말죽거리 잔혹사’ 때부터 이소룡, 성룡 같은 액션 스타를 향한 동경을 드러냈어요.
우리나라에는 성룡이 나오는 영화처럼 액션이 과장된 영화의 성적이 좋지 않은 편이에요. 하지만 이야기의 방향성이 좋으면 작품 안의 액션도 좋은 평가로 이어지고요. 그런 영화는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어요. 큰 화면 안에서 액션을 선보이면 관객들도 이 배우가 어떻게 움직일지 다 느낄 수 있잖아요. 제가 아직 힘 있게 액션을 할 수 있고, 그만큼 빠를 때 그런 것들도 표현해보고 싶죠.
Q. 액션 영화부터 제작까지 욕심을 보이면서, 배우 성룡의 행보를 따라가는 거 같아요.
주변에 또래 배우나 선배님들이 많지만, 그들이 그런 액션 연기를 못할 때 저는 성룡처럼 할 수 있는 게 꿈이에요. 주인공이 아닌 조연이라도 제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캐릭터를 멋지게 표현하고 싶어요.
Q. 이번 작품으로는 어떤 부분을 평가받고 싶나요?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에서 유쾌함을 주는 배우로 보였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다음 작품에서는 남자다운 캐릭터도 잘 소화하고, 역시 액션을 잘한다는 말도 듣고 싶어요. ‘히트맨’은 아직 먼 이야기지만 액션 코미디인데, 코미디가 정말 센 장르예요. 제가 추구하는 즐거움이 있는 영화라 기대를 많이 하고 있어요.
Q. ‘두번할까요’가 관객들에게 어떤 영화로 남길 바라나요?
일단 영화를 보고 많이 웃으셨으면 좋겠어요. 멜로를 표현하는 부분이 많지 않은 영화지만, 후반부가 가벼우면서도 아주 가볍게만 볼 수 없는 포인트들이 있는 거 같아요. 연애하는 사람들, 결혼한 부부들, 헤어지는 사람들까지, 이 영화를 보면서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결혼과 남녀관계에 대해 한 번은 생각할 수 있는 영화이길 바라요. 시니컬하지 않게, 가볍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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