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함정' 마동석 ② "액션씬 같았던 베드씬, 무릎에 피멍 들어"
[Z인터뷰] '함정' 마동석 ② "액션씬 같았던 베드씬, 무릎에 피멍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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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요즘 가장 핫한 배우라 하면 이름을 빼놓지 않는 배우가 있다. 바로 마동석이 그 주인공이다. 주 종목인 영화는 물론 ‘마블리’ ‘마요미’란 별명과 함께 CF계까지 섭렵했다. 최근에는 천만 관객을 돌파한 ‘베테랑’에서 ‘아트박스 사장님’이라는 단발성 캐릭터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씬스틸러’로서 진면목을 보여줬다.

사실 마동석은 전형적인 늦깍이 배우다. 1971년 생인 그는 2005년 ‘천군’을 통해 데뷔했다. 데뷔 전 미국에서 생활했고, 이종격투기 트레이너라는 이색 이력까지 가졌다. 늦었던 시작만큼 걸음걸이는 바빴다. 역할의 크고 작음 보다는 본인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좋은 작품들에 임했다. 낮은 곳부터 차곡차곡 쌓아온 필모그래피는 대중들에게 신뢰를 더했고, 이제 그는 대세 배우가 되어 영화 ‘함정’을 들고 돌아왔다. 

그런 마동석을 지난 1일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의 한 까페에서 만났다. 마동석은 오는 10일 개봉되는 영화 ‘함정’에서 외딴 섬의 식당 주인 ‘성철’을 연기했다. ‘성철’은 자신의 식당에 찾아오는 손님들을 해코지하는 일종의 사이코패스 같은 인물이다. 덕분에 다른 배우들을 무자비하게 구타하고, 심지어 겁탈하는 연기까지 해야 했다. 배우라면 무릇 모든 연기를 능히 해내야 하지만, 분명 어려운 부분이 있었을 터다. 

다행히도 마동석은 액션 연기에 능한 배우다. 트레이너 출신의 우람한 체격은 자연스레 그에게 액션 연기를 부여했었다. “권투나 격투기에 능한 사람이라도 연기를 하려면 액션을 새로 배워야 해요. 실제로 때려야 하는 연기가 있고, 실제 같이 때려야 하는 연기가 있거든요. 실제 같이 때리는 연기는 이젠 자신이 있어요. 편하게 연기하죠. 그런데 실제로 때리는 연기는 차라리 맞는 역할인 게 편한 거 같아요. 이번 작품에서도 지안 씨 머리통을 때려야 하는데 요령 있게 때리긴 했는데 ‘머리통이 울린다’고 많이 어지러워하더라고요.

가녀린 외모의 배우 지안이 맞는 장면도 아찔했지만 ‘함정’에서 마동석에게 가장 많이 맞은 배우는 단연 조한선이다. 자신의 아내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마동석의 함정에서 도망치기 위해 필사의 사투를 벌인다. 영화 말미의 격투씬은 산비탈에서, 그것도 많은 비가 내리는 상황 속에 찍어서 많이 힘들었다고. 허나 조한선과의 액션 합만큼은 호흡이 매우 좋았단다. “한선이를 나무에 집어 던지는 씬이 있었는데, 제가 힘을 써서 제대로 던져야지, 아니였음 나무에 머리를 부딪힐 수도 있겠더라고요. 던지는 연기도 중요하고, 날라가는 연기도 중요한 순간이었죠. 합이 맞아야 해요. 와이어도 없이 촬영한 건데 한선이가 골키퍼 경력이 있어서 그런지 참 잘하더라고요”

하지만 마동석의 마수에 가장 많은 상처를 입은 건 김민경이다. 여배우로서 겁탈씬을 연기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을 터. 영화 속 두 개의 베드씬은 그 수위가 높았던 만큼 긴장 속에서 진행됐다. “’결혼전야’ 때와는 사뭇 다른 상황이었어요. ‘성철’은 이미지부터 달랐죠. 악마 같은 친구고, 체격이 큰, 거기에 지네 술에 노루 고기까지 세상에 좋다는 건 혼자 다 먹은 남자예요. 그런 외형적 이미지가 나쁜 일을 당하는 여배우가 더 가여워 보이게, 더 불쌍해 보이게 만든 것 같아요”

“트릭을 쓰면 현실감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사용하지 않았어요. 가짜지만 가장 진짜처럼 보이는 장면들을 만들려고 했죠. 그래서 미리 이야기를 하고 리허설까지 다 했어요. 거의 액션씬을 찍는 것 같았죠. 민경이도 참 힘들었어요. 몇 시간씩 찍다 보니 무릎에 피멍이 들어서 무릎 보호대를 끼고 촬영했을 정도였어요”

그렇게 고생시킨 김민경은 알고 보니 마동석이 감독에게 직접 추천했던 배우였다. 본래 출연하기로 했던 배우가 틀어졌기에 감독에게 추천을 부탁받았단다. “쉬운 역할이 아니었어요. 노출도 있기에 용기가 필요한 역할이었죠. ‘관심 있냐’고 물었더니 바로 오디션을 보겠다고 하더라고요”

보양식을 전문으로 파는 식당의 주인 역할이기에 험한 일도 많이 했다. 닭 잡는 것도 본인이 직접 연기했다. 닭 잡는 씬을 찍는데 그 와중에 닭이 뛰쳐 나가 활개를 쳤단다. 상상만 해도 몸서리 처질 일이다. 촬영 중에 몸에 좋은 음식도 많이 먹었을 것 같은데 “미국에서 운동할 때도 닭고기, 소고기, 야채, 과일만 잘 먹어도 튼튼했다. 굳이 여러 장르의 동물을 먹는다는 게 이해가 잘 안 간다”라며 고개를 젓는다. 딱 트레이너 출신다운 이야기였다.

“닭 잡는 씬을 찍은 날, 하필 간식으로 치킨이 나왔어요. 닭 잡은 냄새가 남아있다 보니 못 먹겠더라고요. 지네 술도 진짜 냄새가 심했어요. 또 멧돼지 잡은 날 백숙집 사장님께서 직접 부르더니 ‘영화도 우리 가게에서 찍어주는데 대접도 못했다’며 멧돼지 고기를 주시더라고요. 주시니까 먹긴 먹었는데, 멧돼지 고기는 그 냄새 때문에 초고추장에 찍어먹어야 한다는 것도 그날 처음 알았어요. 예전에 중국에 촬영간 적이 있는데 커다란 식당에 간 적 있었어요. 두 시간 동안 자라, 곰발바닥, 바퀴벌레 차 같은 것들 것 나오더라구요. 계란볶음밥만 먹고 왔어요” 역시 섬세한 남자 ‘마요미’였다.

끝으로 다시 또 악역을 맡을 건지 물었다. “배우로서 악역을 피해갈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두 세 번씩은 만나게 되잖아요. 그래도 당분간은, 당분간은 못할 것 같아요”


사진=서예진 기자 syj@zenithnews.com

권구현 기자
권구현 기자

kvanz@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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