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스뉴스=임유리 기자] <아는 만큼 들린다. 들었던 대사도 다시 듣자. 연극•뮤지컬 마니아들을 위한 본격 다(多) 관람 권장 기획. 내 심장을 '쿵' 하게 만든 대사와 배우들이 직접 뽑은 명대사는 어떻게 다르고, 또 어떻게 같을까? 알고 나면 달리 보이고, 알고 나면 더 잘 들리게 될 것이니. 편집자 주>

'심쿵대사' 1탄을 장식할 작품은 다름 아닌 연극 '프라이드'. 명대사를 뽑기에 이보다 더 적합한 작품이 또 있을까? 아름답고 서정적인, 마치 한 편의 시와 같은 대사들 때문에 단지 보고 듣는 것뿐만 아니라 대본집이 있다면 통째로 소장하고 싶다. 이에 출연 배우들이 직접 뽑은 작품의 명대사와 그 이유를 제니스 뉴스가 2회에 걸쳐 소개한다. 연극 '프라이드'는 오는 11월 1일까지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공연되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작품을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서두르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우린 역사를 가졌다는 거야" / 필립 역 배수빈
"내 조상들의 역사를 거쳐 지금의 내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필립과 올리버의 역사를 거쳐 현대의 자유로운 필립과 올리버가 있듯이 말이에요. 그래서 저는 우리가 '역사'를 가졌다는 대사가 굉장히 좋았습니다."

"내가 벨기에로 떠나기 전날 밤 우리 저 침대에 같이 누워있었어. 넌 이렇게 누굴 사랑하는 게 처음이랬어. 다음날 밤 난 호텔 침대에서 널 떠올렸어. 네가 한 그 말을 나 혼자서 조그맣게 따라 해봤어. 이렇게 누굴 사랑하는 건 처음이야.."
/ 올리버 역 박성훈
"제가 올리버를 연기하고 있지만, 필립의 대사도 많이 곱씹어 보곤 하는데요. 어느 날 자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갑자기 저 대사가 떠오르면서 괜히 마음이 뭉클해지더라고요. 올리버를 사랑하는 정직하고 순수하고 선한 필립의 마음이 느껴지는 예쁜 대사라고 생각합니다."

"왜, 꿈에서 막 깨거나 잠들려고 할 때, 갑자기 그냥 사는 게 무지 시시해지면서 이렇게 영원히 잠들어버렸음 좋겠다, 그럴 때 있잖아. 사는 이유보다 이불이 더 포근하게 느껴질 때. 난 그 때, 누군가를 부를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봐. 내가 누군가를 부르거나 아님, 날 불러줄 목소리. 그 목소리가 닿으면서 시작되는 변화. 그게 사는 이유가 아닐까"
/ 실비아 역 임강희
"세상에 아무런 목소리도 들리지 않고 내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는 것만 같은 지독한 외로움을 느낄 때, 정말 해결이 되지 않을 것만 같은 어둠 속에 갇혀 있을 때, 결국 그 어둠에 삼켜지지 않고 뛰쳐 나올 수 있는 이유는 그 누군가의 목소리 덕분인 것 같아요.
진심을 담아 ‘넌 혼자가 아니다 내가 함께 있다’라고 이야기해주는 사람과 내 이름을 불러주는 목소리가 있기 때문에 사람은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이 대사는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부터 공연하고 있는 지금까지도 하루하루 다르게 여러 가지의 색깔과 냄새로 다가오는 대사에요. 어떤 특정한 상황이 아니라 모두가 어떤 상황에서든 공감할 수 있는 대사가 아닐까 싶어요."

"난 있잖아- 사실 이 직업 괜찮다" / 멀티 역 양승리
"흔하지 않은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제게 위로가 되는 대사입니다. 사실 저도 그렇고 배우들은 꽤나 많은 분들의 걱정과 위로를 받습니다. 저는 이 직업을 가져서 정말 행복한데 말이죠. 제가 맡은 세 역 중 하나인 ‘남자’의 독백 대사는 정말 놀라울 만큼 제 마음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관객들 앞에서 이 대사를 하다 보면 나 스스로를 위로해주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사진=서예진 기자 syj@zenithnews.com
디자인=박수진 parksj@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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