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박시환 ② 그가 말하는 30대, 사람 좋아야 음악도 좋은 법
[Z인터뷰] 박시환 ② 그가 말하는 30대, 사람 좋아야 음악도 좋은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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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이소희 기자] 가수 박시환은 참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4월, 첫 번째 미니앨범을 내고 정식으로 데뷔한 지 2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각종 드라마 OST를 부르고 단독 콘서트를 개최했으며, 이제는 드라마까지 출연한다. 그는 지난 2013년 Mnet ‘슈퍼스타K 5’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오디션 프로그램 방송 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해 기억 속에서 희미해지는 사람들 사이에서, 조용히 치고 올라오는 그다.

최근 제니스뉴스와 인터뷰를 위해 만난 박시환은 이런 자신의 행보에 ‘무조건’ 운 때문이라고 치부하지도 않았으며 자만하지도, 들떠있지도 않았다. 그저 침착하고 겸손하게, 그렇지만 자신감 있게 계단을 밟아 오르고 있었다. 착한 사람 같았지만 만나보니 생각보다 더 착했다. 서른 살을 한 살 남겨둔 29살의 박시환, ‘친구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의 인간적인 이야기를 듣고 나니 더욱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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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인터뷰] 박시환 ① "노래와 연기 병행, 어떻게든 나를 어필하고파"

 

부드러우면서도 강단 있게 생각을 밝히던 박시환은 ‘인기’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민망함과 멋쩍음이 담긴 웃음을 지었다. 특히 팬들이 최근 드라마 ‘송곳’ 촬영장에 밥차를 보내고, 캄보디아에 우물을 기증한 사실을 언급하자 ‘이거 참 잘 말했다’라는 말투로 “정말 너무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한창 활동할 때 어디 갈 때마다 도시락도 보내주시고. ‘송곳’ 촬영 때도 뷔페가 와서 너무 깜짝 놀랐어요. 다들 나한테 감사하다고 말씀해주시잖아요. 그래서 저는 ‘감사합니다. 제가 산 게 아니에요~’라고 했죠. 그런 거 보면 더 열심히 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말 고맙지만 미안할 때도 있어요. 록 페스티벌에서 내 쪽으로는 그늘이 지는데, 관객 쪽은 (더위에) 얼굴이 다 빨개지셔서. 어우 정말. 그런걸 보면 '내 음악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이렇게 있구나’ 싶어요. 친구들이 저한테 ‘넌 무대체질이더라?’라고 하거든요. 그건 다 내 앞에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있으니까. 그 분들 앞에서 기죽은 모습 보이기 싫어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준우승을 거두고, 바로 최고 실력의 프로듀싱팀을 만나 앨범을 내고, 드라마 OST에 출연까지. “어떻게 보면 참 운이 좋은 것 같다”라는 말에 박시환은 “뭔가 이루어지면 ‘잘 맞아 들어갔구나’ 생각도 하게 된다"라고 답했다.

이어 "하지만 내게 가장 좋은 운이란,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생기는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나한테 해줄 수 있지?’ 싶고, 잃기 싫어서 더 잘하게 되는 것 같다”라며 사람의 중요성을 말했다. 이는 박시환을 둘러싼 팬들에게도 해당하는 말이었다.

“데뷔 이후 콘서트를 한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박시환이라는 이름으로 굉장히 멋진 공연을 할 수 있는 거구나, 앞으로도 할 수 있는 건가’ 했죠. 사실 무대 위에 올라가기 전에는 긴장 안 하고 있다가, 계단을 한 발 디디면서 ‘내가 왜 여기 있지?’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아찔했는데, 공연을 계속 하면서 나도 어느 샌가 즐기게 됐을 때 그 쾌감을 잊을 수가 없어요.”

박시환은 예전의 삶과 180도 달라진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신인이라고 하기에는 살짝 많은 나이이지만, 그래서 더 가볍지 않은 날개를 펼치려는 참이다. 물론 약간의 흔들림이 있을 수도 있고 좌절을 할 날도 분명 올 것이다.

그렇지만 박시환은 현재의 삶을 더 즐기고자 한다. 가끔 힘들 때도 있지만 극히 드문 사람들만이 겪을 수 있는 인생이지 않냐는, 이쪽으로 온 이상 내 주위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게끔 더 우뚝 서야 한다는 게 그의 말이다.

“’‘박시환’이라는 사람을 더 알리고 싶어요. ‘저라는 사람 여기 있습니다’ 하고. 굉장히 많이 노력하고 있거든요. (웃음) 제 이름이 ‘슈퍼스타K’로서도 좋지만, 가수로서 ‘노래 나왔네? 들어봐야 돼’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고 싶어요.”

2015년까지 남은 기간 3개월. 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박시환은 30대에 접어들게 된다. 사람의 인생, 특히 남자의 삶은 30대가 되면 ‘무언가’가 다른 삶을 살게 된다던데, 30살이 된 박시환의 '무언가'는 어떨까?

“글쎄, 좀 더 잘 하자. (웃음) 물론 지금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이것 저것 하다 보니 자기 중심이 좀 없었던 것 같아요. 나로써 중심을 잡고, 나로 인해 노력하는 것들이 더 있었으면 좋겠어요. 요즘 작사를 너무 해보고 싶거든요. 남들 안 볼 때 끄적거리고 있는데, 그런 것들이 더 많아져서 내 노래를 내고 싶은 욕심이 생겨요. 예전에는 주어진 환경에서 열심히 하려 했지만, 이제는 나를 더 확실히 드러내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생각을 곰곰이 하더니 사뭇 진지하게 말하던 박시환이었다. 연예인이라는 생각은 아직 잘 하지 않는단다. 오로지 관심을 두고 집중하고 있는 것은 ‘사람으로서 다가가는 것’. 어쨌든 사람들이 듣는 노래이기 때문에, 인간적으로 괜찮아야 오래 갈 수 있다는 생각이다.

“저는 굉장히 오래 음악을 할 생각이거든요. 나중에 사람들이 저를 봤을 때 ‘아, 저 사람 나 알아. 그런데 성격은 별로라더라’ 그런 소리는 듣기 싫어요. 그냥 ‘내가 이런 사람을 알고 있는데, 걔 노래 나왔대’하고 좋은 사람을 소개해주듯이 이야기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사진=토탈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