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루시드폴 ② 7집, 홀로서기, 교감, 가창력 그리고 쉼표
[Z인터뷰] 루시드폴 ② 7집, 홀로서기, 교감, 가창력 그리고 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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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이소희 기자]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현 제주도민. 농부/가수/소설가)” 루시드폴의 인터뷰를 진행하기 앞서 소속사로부터 받은 메일에 딱 저렇게 쓰여있었다. 당연히 웃음이 터졌다. 심지어 이후에는 “한창 수확철인 관계로 한정된 시간 안에 진행하니 양해 부탁 드립니다”라고 적혔다. 그의 위트, 아직 살아 있다.

최근 인터뷰를 위해 만난 루시드폴은 실제로, 제주도에서 소속사 식구들과 한창 귤을 따고 포장하다가 서울에 올라왔다. 제주도에 살림을 차렸지만 그래도 인터뷰는 해야 하니까, 새 앨범도 나왔고. 그는 지난 15일 정규 7집 앨범 ‘누군가를 위한’을 발매했다. 2년 간 기록한 감정을 노래와 글, 사진으로 응축했다.

자리에 앉은 루시드폴은 취재진과 마주하는 게 어색한 듯 보였지만, 청산유수 같은 말솜씨와 중간중간 배어나는 위트로 자연스러운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인터뷰가 끝나고 루시드폴이 “기사 잘 부탁 드립니다”라고 하는데, 그 상황 자체가 낯설었다. 워낙 조용히 음악 활동을 하는 가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루시드폴과 대화를 곱씹어 보니 ‘생각보다 편안한 사람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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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인터뷰] 루시드폴 ① 귤 건네는 제주 농부 루시드폴의 향기 

 

- 이하는 루시드폴 일문일답.

농사를 짓는 것이 음악에 영향을 끼쳤나.

유학 시절 실험실에서 실험할 때, 그게 음악에 어떤 도움을 줬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그 노래에 과학 이야기가 있었던 건 아니고, 그 시기의 내 모습이 담긴 거거든요. 모자라면 모자라는 대로 그때 느꼈던 것들. 정규앨범이라는 게 저에게는 하나의 기록이고, 이번 앨범도 마찬가지에요. 동화 속에 나오는 동식물도 다 저희 동네에서 본 것들이에요.

이번 앨범은 루시드폴에게 어떤 앨범인가.

한때는 음악이 나보다 멋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과 음악을 만들고자 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모든 걸 내가 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은 거죠. 정규 6집 앨범이 시작이었는데, 1집은 아무것도 모르던 인디 뮤지션의 앨범이었고 2, 3집은 유학 시절 만든 것이에요. 4, 5집은 욕심은 있는데 정작 내 역량이 부족해서 다른 사람들이 이끌어준 거고요. 그런 의미에서 6집은 저의 홀로서기에요.

이번 앨범 작업 하면서 힘이 닿는 데까지 저 혼자 했어요. 왜 책 색깔이 남색이어야 하며, 왜 사진을 필름 카메라로 찍은 걸 써야 하며… 그런 걸 말할 수 있도록 생각하고 만들었어요. 노동집약적인 결과물이 된 것 같기도 해요. 힘은 두 세 배로 많이 들었지만, 평가가 좋든 안 좋든 “그래도 열심히 했습니다” 할 수 있어요. 다른 건 몰라도 정직하게 한 땀 한 땀 만든 앨범이에요.

그러면 앨범 표지는 왜 파란색이며 왜 필름 카메라를 선택했나.

이번 앨범의 색깔이 파란색이라는 생각이 처음부터 들었어요. 그리고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오래된 악기를 사용해서 녹음했는데, 힘들게 세팅해 놨는데 작동이 안 되는 거에요. 그래서 녹음을 못했어요. 누가 컴퓨터로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그 앞에 앉아서 악기를 켰을 때 악기의 울림 등 악기와 연주자의 인터액션(interaction)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처럼 필름 카메라도 오리지널 느낌이 있어요. 디지털로 그 오리지널의 느낌을 흉내 낼 수도 있지만, 사진을 언제든 지울 수 있을 때 찍는 사람의 마음은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마찬가지로 ‘이걸 나중에 표현하면 되지’ 생각하면 애티튜드가 달라질 것 같아요.

동화에서나 가사에서나 보면 쉼표를 많이 쓰는 것 같다.

책을 쓸 때 편집자들이 쉼표 지적을 많이 했어요. 그때 들었던 말 중 기억 남는 게 ‘쉼표는 말 그대로 쉬는 거에요’라는 말이에요. 생각해보니 쓸데 없이 쉼표를 썼던 것 같아요.

타이틀곡 제목이 ‘아직, 있다’인데 이 말에서는 쉼표를 쓰고 싶었어요. 쓰임새를 알고 썼어요. 앨범에 책도 넣고 음악도 들려드리고, 내가 찍은 사진도 넣고. 누군가를 위한 책이자 노래이자 농작물, 다 나의 기록인데 그런 것들이 쉼표 없이 수식이 안 되겠더라고요. 한 템포 쉰 다음 ‘제가 이런 것들을 준비했습니다’ 이야기 하는 게 더 자연스러울 것 같았어요.

루시드폴이 생각하는 자신의 강점은.

가창력이 아닐까요? (웃음) 농담이고, 아직까지 음악이 좋다는 게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다행이죠. 못 견디게 음악이 좋아서 시작하는 건 다들 마찬가지인데, 음악 오래 하는 선배들을 보면 ‘음악을 얼마나 잘하냐’도 있지만 ‘여전히 얼마나 음악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가’ 느껴지잖아요.

그런 걸 간직한 사람들이 오래 음악을 하는 것 같아요. 비교할 수는 없지만 스스로 봤을 때 그런 것 같아 다행이에요. ‘내가 음악을 해야겠구나. 뮤지션이구나. 인디에 있을 때와 지금 내 모습이 별 차이가 없구나’ 그런 것들이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이번 앨범이 대중에게 어떻게 들렸으면 좋겠는지.

팬들은 좀 더 노래를 곱씹으면서 들을 거에요. 그런 분들에게는 앨범 크레딧조차 소중할 것이고요. 팬이 아니라 우연히 듣는 분들에게는 큰 거부감 없이 언제나 들을 수 있는 음악이었으면 좋겠어요. 들으면 리프레시(refresh)될 수 있는? 그러다가 어느 순간 가사가 들리고 ‘목소리 희한하네?’ 생각도 들어 찾아볼 수 있는 거고요. 제 노래가 대중에게 무엇 하나라도 즐거움을 줬으면 좋겠어요.

 

사진=안테나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