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천만 요정. 영화 배우로서 더 없이 좋은 수식어다. “대한민국 영화계를 위해 하늘에서 온 요정”이라는 하정우의 말처럼 배우 오달수는 그렇게 ‘천만 요정’이 됐다. 그 누구도 수식어에 이견이 없고 즐거워하니 오달수 역시 받아들여야 하는 분위기다.
그런 오달수의 이름 앞에 요즘 더 자주 붙는 말이 있다. 그건 바로 ‘대배우’. 본인은 분명 손사래를 치겠으나 배우 이름 앞에 작품 이름이 오는 것은 으레 있는 일이다. 영화 ‘대배우’의 원톱 주연 배우이니 ‘대배우’ 오달수라고 불리는 것도 감내해야 할 일이다. 지난 2002년 '해적, 디스코 왕 되다'로 영화판에 데뷔했던 오달수가 14년 만에 '원톱! 주연배우 되다'를 이룬 것이다.
배우 오달수가 자신의 삶과 닮은 영화 ‘대배우’로 관객과 마주한다. 포스터부터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전면에 내세웠다. 무명 연극 배우에서 충무로의 신스틸러로, 그리고 주연 배우로, 나아가 원톱 주연 배우가 된 오달수를 지난 24일 서울 삼청동 한 까페에서 만났다.
첫 원톱 주연작의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마음이 무겁진 않은지?
그래도 많이 가벼워졌다. 언론 시사가 끝났을 땐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팠다. 그날 저녁 미디어데이 때도 기자들에게 계속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기술 시사 끝나고 언론 시사 할 때까지는 하루하루 다가올 때마다 조마조마 했다. 그런데 하루 자고 난 뒤 어제 본 영화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니 영화가 무겁지 않고 러닝타임도 길지 않아 가볍게 잘 만들어진 것 같았다. 그런 생각에 두통도 많이 사라지고 마음도 많이 가벼워졌다. 그래도 자신감은 여전히 없다.

전작들과 달리 긴 호흡의 연기를 했다. 어떤 부분이 달랐을까?
제 분량이 90% 가까이 됐다. 그런 것들을 매일 어떻게 연기할 것인가, 또는 어떤 새로운 해석이 있을 것인가에 대해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눴다. 이런저런 제안을 했고 대사나 개연성에 관한 문제도 감독님과 대화를 하면서 만들었다. 하루하루 몰입하고 집중을 했는데, 그 호흡이 길어지니 육체적으로 힘든 부분은 있었다. 그러나 정신적으로는 만들어 나간다는 성취감이 있었던 것 같다.
그간 제한된 시간 속에 코믹한 연기를 보여줬다면 이번엔 늘어난 분량만큼 풍성한 감정을 연기한 거 같다.
풍성하게 했어야 했다. 나름대로 자평을 해봤다. ‘어떻게 하면 스펙트럼이 있는 부분을 넓게 가져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했고. 어떤 신에서는 ‘저런 연기는 하면 안 되겠다’하는 복기의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어떤 장면일까?
저 혼자 알고 있겠다. 다른 분들은 그렇게 안 보셨을 수도 있으니까.(웃음)
평소보다 자유롭게 연기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많은 것들을 자유롭게 연기해봤다. 정말 부담 없이 마음 놓고 할 수 있었다. 감독님께서 워낙 믿어주시는 부분도 있었다. 너무 좋다고 칭찬도 해주셨다. 막 해볼 수 있었던 게 참 좋았던 경험이다.

‘장성필’ 역할에 캐스팅 1순위였다고 들었다.
석민우 감독이 박찬욱 감독님에게 시나리오를 보여드리니 두 가지 말씀을 하셨다고 했다. “박찬욱 감독님을 연상할수 밖에 없는 깐느 박이라는 인물을 넣었다”라고 했더니 흔쾌히 “오케이” 하셨고, 시나리오를 다 읽어보시고 “오달수가 하면 딱”이라고 말씀하셨단다. 물론 ‘박쥐’ 때부터 석 감독과 작업을 함께 해보기로 했던 약속은 있었다. 지나가던 소리로 “형님 저 입봉할 때 꼭 출연해주셔야 해요”하면 “응 알겠어” 했던 건데 그렇게 됐다. 한 달 전에 한 약속이면 캔슬하겠는데, 10년 전에 한 약속은 그 두께가 두터워지고, 강도가 단단해져서 깰 수가 없었다.
석민우 감독이 막내일 때부터 보다가 이젠 영화 하나를 책임지는 감독으로 만났는데 감회가 새로웠겠다.
사실 배우가 현장에서 가장 많이 만나는 사람이 조감독이다. 분장이나 상태 등 자주 오고 가며 체크한다. 배우가 궁금한 게 있으면, 특히 연기 외적인 일정 같은 걸 물어볼 때 다 조감독에게 물어본다. 그 때 보던 석민우란 사람과 현장에서 감독으로 모니터에 앉아있는 석민우 감독을 봤을 때 분명 달랐다.
첫째로 감독은 배우나 스태프에게 믿음을 줘야 한다. 빨리빨리 결정을 내려주고, OK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판단을 해줘야 한다. 그런 것들이 감독 머리 속에 다 있으면 작업이 편하다. 특히 감독은 첫 번째 관객이다. 그 사람이 좋다 하면 믿고 가는 거다. 그런 면에서 듬직함이 있었다. 확실히 좋은 감독 밑에 있었어서 그런지 내공이 장난 아니었다.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다.

캐릭터에 들어간다기 보다는 캐릭터를 가져와서 연기를 한다는 느낌이 강한 배우다. '장성필'과 오달수는 서로 닮아있는 만큼 캐릭터를 가져오기 쉬웠을 것 같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장성필이라는 캐릭터라는 옷을 입기 힘들었다. 연기가 나와야 하는데 제 본인이 나와버렸다. 똑같진 않아도 비슷한 상황을 겪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영화 속에서 제가 후배한테 연기론을 설파하는 장면이 나온다. “선배님 저도 대사 있는 역할을 해보면 안 될까요?”라고 했을 때 제가 “너 얼마나 됐어? 나 ‘개’한지 20년 됐다”면서 쭉 연기론을 설명한다. 그런데 그 순간에 제가 튀어나왔다. “연기란 말이야”라며 일장연설을 했다. 그걸 애드리브로 길게 해버렸다. 나중에 컷을 하고 앵글을 바꿔서 다시 가보려 했더니 제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전혀 나질 않았다. 제가 불쑥 튀어나와버렸으니 그런 일이 벌어진 거다.
실제 극단의 대표로 있으면서, 후배들에게 연기 지도나 조언을 하는 부분이 있었을까?
잘 안 한다. 스스로 깨닫기를 바란다. 사실 이야기 해줘도 잘 모른다. “야 연기가~”라며 설명해줘도 반 정도만 알아듣는 것 같다. 내 복장만 터진다. 답답하다. 그래서 가능한 이야기를 많이 안 하는 편이다. 언젠가는 스스로 깨달을 테니 기다려 본다.
▶ 2편에서 계속
사진=김문희 인턴기자 moonhee@, 영화 '대배우' 스틸
저작권자 © 제니스글로벌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