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굿바이 싱글' 김혜수, 어느새 31년, 언제나 우리 곁에서 빛나는
[Z인터뷰] '굿바이 싱글' 김혜수, 어느새 31년, 언제나 우리 곁에서 빛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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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스타’라는 말이 높은 곳에서 빛나기에 붙은 말이겠지만, 달리 생각하면 밤 하늘을 반짝 빛내다가도 다음날이 되면 자취를 감추는 게 바로 별이다. 그렇게 우리는 수많은 스타들을 만나고 떠나 보냈다. 하지만 벌써 31년째 떠있는 별이 있다. 바로 배우 김혜수다. 1986년에 데뷔해 지금이 2016년, 정말 긴 시간 동안 연기자의 길을 걷고 있고 지금은 최고의 위치에서 오롯이 빛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혜수는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어쩌면 긴 시간의 배우 생활 속에서 여러 굴곡을 겪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29일 개봉한 영화 ‘굿바이 싱글’ 또한 그 도전 중 하나다. 가장 자신 없는 연기로 “코미디”를 꼽았지만 연기와 마주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김혜수의 연기를 믿는 이유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제니스뉴스와 김혜수가 만났다. 김혜수는 이번 '굿바이 싱글'에서 톱스타였지만 인기가 시들해진, 그래서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에 가짜 임신 스캔들을 벌이는 '고주연'을 연기했다. 코미디 영화를 했기 때문일까? 인터뷰 시간 내내 털털한 성격과 밝은 미소로 분위기를 빛냈던 김혜수. 그는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떠 있는 별이 아닌 우리와 함께 숨 쉬고 인생을 연기하는 톱 배우였다. 

평소 가장 어려워했다는 코미디로 관객과 마주하게 됐어요. 영화를 보고 난 후 만족스럽던가요?
어떤 부분이든지 아쉬운 부분은 있어요. 사실 최선을 다해도 무언가를 완벽하게 해내는 건 불가능하거든요. 그래도 최선을 다하는 일을 해야 해요. 어떤 이야기로 진심을 나누고자 하는데 대다수의 분들이 그걸 못 느낄 수도 있어요. 최선을 다 했다 하더라도요. 하지만 매끄럽지 않고 완벽하지 않다 해도 그 진심만큼은 전달됐으면 좋겠어요.

고주연과 김혜수, 비록 고주연은 철부지 같은 면이 있지만 오랜 기간 대한민국에서 여배우로서 톱배우의 자리를 지켰다는 점이 비슷한데, 여러 공감 포인트가 있었을 것 같아요.
사실 배우의 이면 속에 있는 외로움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로 다뤄졌어요.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제 입장에서는 배우이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내 편이 되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배우라는 직업의 익숙함에 젖다 보면 미성숙한 부분이 생겨요. 분명 나이와 그 사람의 성숙도가 정비례하지는 않아요. 배우라는 직업군이 외롭다기 보다는 다 갖춰져 있을 것 같지만 결핍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고주연에 대해서 그 사람의 나이, 그리고 대외적으로 보여지는 이미지에 상응하지 않는 내면을 가진 여자라고 생각하고 접근했어요. 사실 그건 배우의 특수성이라기 보다는 사람은 누구나 외롭잖아요. 사회적 지위? 물질적 소유의 결과? 그걸 떠나 누구나 위기의식의 포인트가 있기 마련이고 그 때 주연은 심리적으로 큰 타격을 받은 여자였던 거죠.

고주연의 철 없는 부분, 닮은 부분은 없나요?
우리 업계 이야기라서 공감 가는 부분이 있어요. 배우가 자기네 소속사를 먹여 살리고 있다는 생각이요. 내가 일해서 월급을 준다는 생각, 실제 그렇게 착각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영화 속 대표님, 김용건 선배님이 “그거 너 혼자 번 거 아니야”라고 말하시죠. 맞는 말이에요. 

외형적인 공감대는 없었나요? 고주연의 사과머리 너무 귀엽던데요.
집에서야 누가 보는 것도 아니니까요(웃음). 실제로 앞머리가 길어져 눈썹에 걸리적 거리면 그렇게 하고 있어요. 정말 편해요.

고주연은 결국 남자에게 버림 받은 상처를 통해 일탈의 길을 걸어요.
전 뭐 일탈이랄 건 잘 모르겠어요. 아주 어릴 때는 아니지만 늦은 밤 아는 언니랑 버스를 타고 다른 지역에 다녀온 적이 있어요. 뭐랄까 가족들에게 말하지 않고 다녀온 자체가 일탈인 것 같아요.

워낙 어린 시절 데뷔를 했잖아요?
배우를 하겠다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 우연히 하게 됐었고, 이렇게 오래할 줄도 몰랐어요. 연기라는 것도 몰랐고, 배우라는 것도 인지 못한 시간이었죠. 하지만 그저 학교 안 가고, 영화 이야기, 음악 이야기 하는 특별한 어른들 사이에 있는 게 신기했을 때예요. 친구들은 공부하고 떡볶이 먹을 때 난 그런 곳에 있으면 뭔가 어른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고, 그게 신났어요. 그냥 그게 좋았죠. 내가 뭘 하고 뭘 잘해야 하는 지도 모르는 상황,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니었죠. 화장하는 게 신기하고 유명한 사람을 보는 게 참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던 시간이었어요. 

‘족구왕’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김태곤 감독과 작업을 했는데, 많은 경력을 가진 선배로서 또 다른 입김은 없었을까요?
전혀요. 포지션이 다르니까요. 현장엔 감독, 촬영, 제작, 배우, 미술의 롤이 있고 그 역할을 충실하게 지켜내고 있어요. 모두가 힘을 모아 작품을 강화하고 장점을 끌어내는 과정이 중요하죠. 오래했다, 오래하지 않았다는 중요하지 않아요.

마동석 배우와 호흡은 어땠나요?
마동석이라는 배우의 장점은 이미 알고 있었어요. 마초적인 연기나 악역의 잔인한 연기, 서민적인 연기 속에 인간미를 가졌죠. 기능적인 재미가 아닌 인간적인 느낌이 크게 전달돼요. 또 상당히 유연한 편이에요. 전 애드리브를 못하는데 상황에 따라 좋은 애드리브를 던져요. 순간의 재미로 관객을 사로 잡는 건 좋은 애드리브가 아니지만 영화 속에서 그 캐릭터가 실제로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말을 던지기 때문에 멋지죠. 작위적이거나 과장되지 않은, 의도되지 않은 것들이 참 좋았어요.

아역의 김현수 양은 어땠을까요? 이름도 비슷하고, 어린 나이에 데뷔했다는 점도 비슷해서 남다른 감정이 있었을 것 같아요.
현수는 일단 엄청 예쁘고요(웃음). 현수는 기술적으로 하는 배우가 아니에요. 사실 꽤 많은 어린 연기자를 봤는데 만장일치로 현수였어요. 연기를 잘하는 어린 배우가 많지만 현수는 조금 달랐어요. ‘연기를 너무 잘한다’가 아닌 그 캐릭터의 감정을 마음으로 집중하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 영화에는 전해져야 하는 진심이 있어야 해요. 그 중심에 고주연과 단지가 있는데 가공되지 않은, 기술적으로 특화되지 않는 라이브한 감정이 느껴져서 참 좋았던 것 같아요.

역시 경력이 묻어나는 답변인데, 긴 경력 속에서 높고 낮음도 있었고, 터닝 포인트도 있었을 거예요.
대외적으로는 그런 전환점이 평가되곤 하지만 사실 어느 한 순간이라고 꼽을 수는 없어요. 사람이 변화를 겪는 게 하나의 이유는 아니잖아요.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많은 순간과 많은 사람들에게 받은 영향과 자극이 있었을 거예요. 물론 작품을 통해 배운 것들도 있지만 작품 이전에 사람들을 만나며 느끼고 영향을 받은 게 더 큰 것 같아요. 일로 만나는 사람, 여기에 사적으로 만나면서 경험한 부분들이 총체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해요.

일 없이 쉴 때는 뭐하나요?
그냥 집에 있어요. 제가 혼자 하는 취미가 많아요. 일상적인 것들, 요리하는 것도 좋아하고 어딘가에 꽂히면 그걸 막 조사하기도 하고요. 건축이나 가구 디자인 같은 것들도 좋아해요. 

SNS 같은 걸로 대중과 소통할 생각은 안 해봤나요?
전 그 xxx톡도 안 해요. 문자 사용하고요. 아날로그 감성을 유지한다기 보단 그냥 제가 그런 쪽에 떨어지는 편이에요(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결 같이 좋은 에너지, 또는 이미지로 대중 곁에 남아 있는 배우라 감사해요.
이미지라는 것은 꽤 복합적이에요. 저도 사람이라서 일할 때만큼은 최선을 다하려 하지만 이 일을 오래했으니, 아마 이미지를 보여야 하는 순간도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의도했던 건 아니에요.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이미지가 생겼을 수도 있고요. 캐릭터와 결합해서 생긴 이미지일 수도 있고요. 또 그래서 언제고 무너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 사람이 오랜 시간 자신을 드러내며 소통하고 유지한다는 게 가능하지 않을 거예요. 전 학자 같은 부류는 아니니까요. 저를 통제하고 그것을 유지하고 의식해서 보여주는, 그런 전략적인 행위들이 제겐 너무 힘들어 보여요.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권구현 기자
권구현 기자

kvanz@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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