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터널’은 한 남자가 터널이 무너지는 재난을 당하면서 그 안에서 생존해 나가는 사투를 그린 영화다. 비좁고도 어두운 공간, 그 속에서 홀로 여유롭게 빛나는 이가 있으니 바로 배우 하정우다.
재난 영화라 하여 무거울 것이라고만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구조를 기다리는 ‘정수’는 낙천적이며 여유가 넘친다. 그 모습이 하정우란 배우가 가진 본연의 매력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보는 이가 즐겁다. 말 그대로 하정우만 해낼 수 있는 연기다.
물론 이후 변해가는 상황 속에 ‘정수’의 감정은 크게 요동친다. 그 너울을 그려내는 것 또한 하정우이며, 왜 관객들은 하정우라는 배우에게 신뢰를 보내는 지 다시 한 번 곱씹을 수 있는 연기를 펼쳐낸다.
누구보다 똑똑하고도 뚝심있게 자신의 길을 가는 하정우를 제니스뉴스가 만났다. 배우부터 연출까지 넘나드는 하정우이기에 그와 나누는 ‘터널’의 이야기는 참 재미있었다.
특히 영화 요소요소에 포진시킨 자신의 아이디어를 이야기할 때가 특히 그랬다. 누구나 인정하는 달변가답게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고, 그만큼 오프 더 레코드도 많아 기사로 다 써내지 못하는 것이 아쉬운, 그 시간들을 이 자리에 전한다.
영화의 반응이 너무 좋은데, 본인이 본 소감은 어떤가?
사실 시사 이전에 편집본을 두 번 봤었다. 의견을 물으시기에 “너무 짧아서 아쉽다”고 했다. 공개된 완성본보다 10분 정도 짧았다. 그렇게 10분 정도 연장을 하니까 감정 같은 것들이 후반부에 더 잘 쌓여 올라가는 거 같았다. 아 달수 형은 시사회 때 처음 봤는데 계속 울었다. ‘국가대표2’ 촬영하면서 여성 호르몬이 많이 생기셨단다. 하하.
전반부에 나오는 여유로운 모습이 본래 하정우가 가지고 있는 성격과 참 비슷한 느낌이다.
그렇게 캐릭터를 가져가야 끝까지 관객이 잘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전체적으로 감독님과 이야기 한 건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그 안에서 적응해나간다’ 였다. 그 일주일을 최대한 편안하게 적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붕괴가 되어 당황스럽고 막막하고 공포에 휩싸였지만, 바로 119에 전화를 한다. 그러자 달수 형이 생존 기법들을 알려주고 1주일 안에 구출된다 말한다. 그러자 아내와 통화를 하는데 오히려 아내를 진정시킨다. 밥도 먹으라 하고. 생존기 영화, ‘캐스트 어웨이’처럼 릴렉스할 수 있는 지점이 있어야 했다. 민아와 탱이를 만나는 것이 바로 그 릴렉스의 정점이다.

그렇게 쉬어가는 지점이 요소요소 들어있다.
맞다. 다시 절망과 공포에 휩싸인 후 또 릴렉스 하는 지점이 있다. 이미 터널이 무너졌다는 상황이 암담했기 때문에 현실적인 연기를 할 필요는 없었다. 만약 정말 현실적으로 생각한다면 빛도 없는 세상, 카메라로 담을 수 없는 세계였을 거다. 하지만 ‘터널’은 영화고 상업영화다. 철저히 영화적인 재미와 판타지가 허용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캐릭터도 낙차 폭이 커야 하며, 그런 코미디가 사용된다고 생각한다.
그 코미디에 본인의 애드리브도 많았고, 영화 전체적으로 의견 제시가 많았다고 들었다.
계획하고 노린 건 아니다. 감독님과 작전을 짜기를 “일단 다 던져 보겠다”고 했다. 선택은 감독님이 하는 거였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달수 형의 캐릭터가 적극적으로 활용됐으면 했다. 특히 중후반에 그랬다. 말씀드렸더니 감독님도 일리 있게 들어주셨는지 후반부에 달수 형의 활약이 많았다.
대사 같은 경우도 즉흥 연기를 하면 얻을 게 많을 것 같았다. 그래서 ‘대 테러 라이브’를 예로 들며 "끊어서 찍지 말고 길게 멀티캠으로 찍어서 좋은 순간을 뽑아내 섞어찌개를 해보자"는 이야기도 했다. 여러 의견이 있고 거기서 감독님이 선택해준 것과 아닌 것이 있다. 제 의견이라기 보다는 5:5의 지분 같다.
강아지한테 욕을 잔뜩 하고 “꿈꿨어요”라고 말한 건 여러 테이크를 찍으면서 운 좋게 걸렸던 애드리브였다. 민아에게 갔다가 다시 돌아왔을 때 “집에 왔다”라는 대사도 그랬다. 민아한테 가는 과정이 정말 너무 힘들었다. 한 번 다녀오면 진이 쪽 빠져서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이 나왔다.
극 중에 나온 축구 유니폼, 직접 창단한 FC 하정우에서 착안된 아이디어일까?
야구팀과 축구팀 사이에서 고민이 많았다. 그러다 가장 보편적인 취미가 축구라고 생각했다. 영화 속 유니폼이 브라질 유니폼과 비슷한데, 영화의 색감이 어둡다 보니 일부러 노란색을 선택했다. 시나리오엔 없던 부분이었다. “가방 안에 뭐가 있었으면 좋을까”를 한참 이야기 했는데 ‘골키퍼 축구 장갑이 있으면 어떨까’ 싶었다. 나중에 돌을 헤칠 때 도움될 것 같았다.

폐쇄된 공간에서 연기하는 것, 답답하지 않았나?
오히려 ‘더 테러 라이브’ 때 보다 편했다. 그 땐 책상에 앉아서 묶여있는 셈이었다. 인이어 폭탄 때문에 벗어날 수 없었으니까. 이번엔 앞좌석도, 뒷좌석도 있었다. 심지어 넓었다. 눕고 올라타고 쭈그릴 수도 있었다. 뒷문 앞에 공간도 있었다. 물론 처음엔 ‘앵글이 지루하지 않을까’라는 걱정도 있었다. 그래서 몸의 자세를 많이 바꾸면서 촬영했다.
‘더 테러 라이브’와 비슷한 지점은 확실히 있다.
갇혀서 움직이지도 못한다는 지문들을 보면서 ‘더 테러 라이브’와 비슷한 패턴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수가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다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고 그 뒤엔 전혀 다른 패턴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테러 라이브’에 대한 잔상은 없었다. ‘더 테러 라이브’는 스스로 함정을 파다 만들어진 상황이다. 그리고 테러범과 1:1로 대치한다. ‘터널’은 황당하고 억울하게 사고를 당한다. 그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불태운다는 부분이 매우 다르다고 생각한다.
관객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도 다르다.
‘도롱뇽이 아니라 사람이 갇혀 있다. 사람이 저기 있다고요’라는 달수 형의 대사가 가장 울림이 있다고 생각한다. 요새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상에 흉흉하고 말도 안 되는 사건들이 많다. 그런 것들을 보면서 되게 무언가가 이상한 것 같다는 생각이 있다. 영화 속 달수 형의 대사는 환기가 되는 중요한 의미가 되는 대사였다. 기본적이고, 까먹어서는 안 될 의미를 까먹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정치인과 언론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해석은 관객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세월호 사건과 빗대어 볼 수 있는데 영화의 원작은 그 전에 나왔던 작품이다. 그것을 고발하기 위해 만든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비판적인 상황의 세팅은 영화적인 재미를 극대화 시키기 위해서 한 것이지, 그것을 노리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만약 감독이 그걸 노렸다 생각하면 이런 형태로 개봉시키진 않을 거 같다. 이건 어디까지나 여름에 개봉하는 상업영화다. 받아 들이는 것은 관객의 몫이다.
사진=하윤서 기자 h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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